감독은 수수방관, 선수들은 내분…가라앉고 있던 배 '클린스만호'

'역대급' 멤버 평가 속 '최악의 경기력'
4강 전날 일부 선수들 마찰 사실 드러나

대한민국 이강인이 6일(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이얀 아흐메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준결승 요르단과 대한민국의 경기에서 0-2로 패배하며 결승 진출이 좌절된 후 얼굴을 감싸며 아쉬워하고 있다. 2024.2.7/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서울=뉴스1) 이재상 기자 = 역대 최고의 멤버라며 호기롭게 64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에 도전했던 클린스만호가 최악의 경기력으로 초라하게 대회를 마감했다. 결과적으로 겉만 번지르르했다. 사령탑은 방관했고, 선수들은 내분을 겪는 등 '원 팀'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미 가라앉고 있던 배였으니 아시안컵 부진은 당연한 결과였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지난 10일 끝난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서 결승 진출이 무산됐다. 부진 끝에 힘겹게 준결승까지 올랐으나 요르단과의 4강에서 유효 슈팅 1개도 기록하지 못하는 굴욕 끝에 탈락했다.

아시안컵 실패를 두고 아무런 전술이 없었던 클린스만 감독의 지도력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전임 파울루 벤투 감독이 공들여 전방 압박과 빌드업 축구라는 색을 입힌 것과 달리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해 2월 부임 이후 이렇다 할 스타일을 보여주지 못했다. 공격 축구를 표방했으나 손흥민(토트넘),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황희찬(울버햄튼) 등 선수 개인에만 의존했고 국내외에서는 '(흥민아, 강인아) 해줘 축구'란 비아냥까지 나왔다.

김민재(바이에른 뮌헨)라는 월드클래스 수비수를 보유하고도 6경기에서 10실점을 내줬을 정도로 수비 조직력도 완전히 붕괴됐다. "결과로 책임지겠다"던 클린스만 감독은 허허실실 웃기만 했는데, 결국 대표팀 사령탑의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는 상황이다. 축구협회는 15일 전력강화위원회 회의를 통해 클린스만 감독의 거취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대한민국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6일(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이얀 아흐메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준결승 요르단과 대한민국의 경기에서 0-2로 패배하며 결승 진출이 좌절된 후 실의에 빠진 손흥민을 다독이고 있다. 2024.2.7/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아울러 대회 기간 중 하나가 돼도 힘든 상황에서 선수들 사이 내분까지 벌어진 것이 뒤늦게 드러났다.

14일 영국 '더선' 등은 대표팀 주장 손흥민이 요르단과의 4강전을 앞두고 이강인을 포함한 어린 선수들과 다툼을 벌이다 손가락 골절 부상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대한축구협회(KFA)도 대회 중 선수들 간 이견이 있었으며 다툼이 벌어졌던 것이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주장은 요르단과의 준결승을 앞두고 탁구를 치러가는 몇몇 선수들에게 꾸지람을 했고 그 과정에서 일부 선수들이 언쟁, 마찰이 벌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KFA 관계자는 "대회 기간 중 일부 선수들 사이에서 다툼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 "탁구장에서 마찰이 있었다. 물리적인 (주먹 다툼) 수준의 충돌까진 아니었다. 손흥민이 (선수를) 뿌리치는 과정에서 손가락 부상을 당한 것"이라고 전했다.

단순히 선수들만의 문제로 볼 수는 없다. 그만큼 팀의 기강이 해이해졌다는 방증이다. 일부 고참들은 클린스만 감독 등 스태프에게 일련의 과정을 보고했으나 이를 관리하고 컨트롤 했어야 하는 사령탑은 사실상 방관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리고 모두가 보았듯이 요르단전에서 최악의 경기력으로 드러났다.

이런 상황에서도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 8일 입국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아시안컵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발전했다"는 황당한 자평을 내놨다.

모두가 한마음이 돼서 간절하게 뛰어도 이루기 힘든 우승임에도 클린스만호는 안팎에서 불협화음을 겪었다. 결과가 뻔했던 대회다.

대한민국 손흥민과 이강인이 6일(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이얀 아흐메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준결승 요르단과 대한민국의 경기에서 0-2로 패배하며 결승 진출이 좌절된 후 아쉬워하고 있다. 2024.2.7/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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