뽑을 때 그러했듯…클린스만 거취, 결국 정몽규 회장이 풀어야[기자의눈]
리더십, 자세, 전술 '3無'…부진에도 허허실실 공분
선임 과정에 정 회장 의지 커…해법은 결자해지 뿐
- 이재상 기자
(서울=뉴스1) 이재상 기자 = 기대에 미치지 못한 내용으로 아시안컵 우승에 실패한 '클린스만호'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최악의 경기력에도 시종일관 웃기만 했던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을 경질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축구 팬부터 정치권까지 원성이 자자한데, 이 불필요한 에너지 낭비를 막기 위해서는 정몽규 대한축구협회(KFA) 회장이 직접 나서야 한다.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최근 끝난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서 우승이라는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 한국은 요르단과의 4강전에서 유효 슈팅 1개도 때리지 못하는 수모 끝에 0-2로 완패했다.
한창 전성기인 손흥민(토트넘)을 포함해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이강인(파리생제르맹), 황희찬(울버햄튼) 등 역대 최고 멤버라는 평가를 받았으나 결과는 처참했다.
대회 전부터 '감독 리스크'에 대한 지적이 있었는데 우려대로 였다.
16강까지 올랐던 2022 카타르 월드컵 당시 보여줬던 톱니바퀴 같았던 조직력과 빌드업은 사라졌고, 선수 개인기에만 의존하는 답답한 경기가 반복됐다. 특히 6경기에서 무려 10골을 허용했을 정도로 수비 조직력은 '모래알'이었다.
대표팀이 졸전을 거듭하자 클린스만 감독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졌는데 정작 자신은 당당한 모습으로 황당한 발언을 내놓고 있다.
그는 8일 입국 인터뷰에서 "비록 우승하지 못했으나 실패라 생각하지 않는다"며 "우린 계속 성장하고 있다"고 했다. 사퇴에 대한 질문에 그는 "좋은 질문"이라고 받아친 뒤 "우린 북중미 월드컵을 향해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사퇴 의사를 일축했다.
"빨리 한국에서 이번 대회를 분석하겠다"던 사령탑은 최악의 분위기를 아는지 무시하는지 입국 이틀 만인 10일 미국으로 휴가를 떠났다.
지난해 2월 한국 축구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클린스만 감독은 1년 가까운 시간 동안 실망감만 안겼다. 외유 논란과 재택근무, 부적절한 발언과 행동으로 계속 도마에 올랐다. 가장 큰 문제는 무능이다.
전임 파울루 벤투 감독은 4년간 '빌드업 축구'라는 자신만의 색을 입혔지만 클린스만의 전술은 찾아보기 어렵다. 팬들 사이에서는 '(흥민아, 강인아) 해줘 축구'란 비아냥이 나온다. '방관 축구'와 비슷한 맥락이다.
결정적으로 아시안컵 기간 내내 보여준 클린스만 감독의 어이없는 미소가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그는 경기 패배 후에도 상대 사령탑과 웃으며 인사했다. 손흥민과 이강인 등 선수들은 눈물을 쏟고 자신의 SNS를 통해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해서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으나 외려 수장은 떳떳 그 자체였다.
8일 입국 당시 인천공항에서 분노한 일부 팬은 엿을 투척하고 "집으로 돌아가"라고 소리쳤으나 클린스만 감독은 손을 흔들며 개선장군처럼 들어왔다. 반복된 재택근무 논란에도 "비판은 존중하지만 나의 일하는 방식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당당함을 보였다.
이제 관심을 끄는 것은 클린스만 감독의 거취다.
대한축구협회는 13일 임원 회의를 통해 아시안컵 전반을 돌아봤고 15일 전력강화위원회를 열고 클린스만 감독의 거취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 없는 클린스만 감독은 화상으로 참석한다.
회의는 하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정몽규 회장의 의지다. 클린스만 선임 과정에서 정몽규 회장의 입김이 아주 크게 작용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그를 경질할 수 있는 결정권자 역시 정 회장 뿐이다.
지난 1년 간 보여준 클린스만 감독은 낙제점에 가깝다. 리더십, 워크에식(직업윤리), 전술적인 역량 등 무엇 하나 만족스러운 것이 없었다. 대략 60억원에 달하는 위약금 등을 핑계로 KFA가 쉽게 클린스만 감독을 내치지 못할 것이라 이야기도 나돌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더 큰 피해를 보기 전에 작별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잘못된 만남이었다고 인정하면, 선택이 바르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면 더 이상 좋지 않은 방향으로 가기 전에 손을 쓰는 것이 그래도 피해를 줄이는 길이다. 클린스만 감독을 경질 시키든, 아니면 축구 팬들을 설득시키든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정몽규 회장의 결자해지 뿐이다.
alexe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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