멤버만 좋으면 우승? '따로 놀던 클린스만호, 이유 있는 탈락 [아시안컵결산]
경기나 훈련 중 동료들끼리 짜증·신경질 모습도
김영권 일침 "각자 생각보다 하나된 생각 중요"
- 김도용 기자
(도하(카타르)=뉴스1) 김도용 기자 = 64년 만에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우승에 도전했던 한국 축구가 다시 한번 좌절을 맛봤다. '개인'은 뛰어났으니 '팀'이 보이지 않았던 결과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끈 한국 축구대표팀은 7일(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아흐메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요르단과의 2023 AFC 아시안컵 준결승전에서 0-2로 완패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3위 한국은 87위인 요르단을 상대로 90분 동안 단 1개의 유효 슈팅도 하지 못하고 졸전 끝에 참패 당했다.
손흥민(토트넘),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등 유럽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는 선수들로 팀을 꾸려 '역대급' 스쿼드라는 평가를 받았던 클린스만호이기에 충격적인 결과였다.
우승에 실패한 가장 큰 원인은 전술 없이 선수들에게 모든 것을 맡긴 클린스만 감독의 무능함이다. 그리고 또 다른 하나는 '원 팀'으로 뭉치지 않은 선수단이다.
클린스만호가 한 팀으로 뭉치지 않는다는 것은 전부터 보였다. 지난해 11월 중국에서 펼쳐진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조별리그 2차전이 끝난 뒤 손흥민, 김민재, 이강인, 황희찬(울버햄튼) 등 유럽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은 사비로 전세기를 임대, 본진보다 먼저 한국으로 돌아갔다.
대표팀의 모든 일정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일부 선수들이 개인행동을 보인 셈인데, 팀 워크를 해칠 수 있는 행동이었다. 그것을 감독도, 축구협회도 막지 못했다.
이번 대회 중에도 베테랑 수비수 김영권(울산)이 "선수들이 각자 다른 생각을 하지 말고 하나 된 마음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일침을 가할 정도로 내부에서 잡음이 흘러나왔다.
이번 대회 클린스만호는 개인과 개인이 뭉치지 않는 모래알 조직이었다.
한국은 바레인과의 조별리그 1차전부터 요르단과의 준결승까지 6경기 모두 답답한 경기력을 펼쳤다. 원하는 대로 경기가 풀리지 않아도 격려하고 다독여줘야 할 동료들에게 서로 짜증을 내고 인상을 찌푸렸다.
지난해 한창 연승을 달리면서 분위기가 좋을 때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당시 한국은 동료들이 큰 실수를 범해도 미소를 지으면서 독려하고 다독였지만 카타르에서는 그런 모습을 절대 볼 수 없었다.
훈련장에서도 한 유럽파 선수가 국내파 선수와 강한 몸싸움 이후 신경질을 내고 공을 강하게 차며 화풀이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이런 행동에 다른 유럽파만 그를 다독일 뿐 다른 선수들은 어색하게 웃었다.
우승이라는 대업을 이루기 위해서 모두가 뜻을 모아야 하는데, 카타르에서 클린스만호는 '원 팀'이 아니었다. 따로 놀았다. 형편 없었던 경기 내용과 결과는 예견됐던 일인지 모른다.
dyk060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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