멤버만 좋으면 우승? '따로 놀던 클린스만호, 이유 있는 탈락 [아시안컵결산]

경기나 훈련 중 동료들끼리 짜증·신경질 모습도
김영권 일침 "각자 생각보다 하나된 생각 중요"

대한민국의 손흥민 . 2024.2.7/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도하(카타르)=뉴스1) 김도용 기자 = 64년 만에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우승에 도전했던 한국 축구가 다시 한번 좌절을 맛봤다. '개인'은 뛰어났으니 '팀'이 보이지 않았던 결과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끈 한국 축구대표팀은 7일(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아흐메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요르단과의 2023 AFC 아시안컵 준결승전에서 0-2로 완패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3위 한국은 87위인 요르단을 상대로 90분 동안 단 1개의 유효 슈팅도 하지 못하고 졸전 끝에 참패 당했다.

손흥민(토트넘),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등 유럽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는 선수들로 팀을 꾸려 '역대급' 스쿼드라는 평가를 받았던 클린스만호이기에 충격적인 결과였다.

우승에 실패한 가장 큰 원인은 전술 없이 선수들에게 모든 것을 맡긴 클린스만 감독의 무능함이다. 그리고 또 다른 하나는 '원 팀'으로 뭉치지 않은 선수단이다.

클린스만호가 한 팀으로 뭉치지 않는다는 것은 전부터 보였다. 지난해 11월 중국에서 펼쳐진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조별리그 2차전이 끝난 뒤 손흥민, 김민재, 이강인, 황희찬(울버햄튼) 등 유럽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은 사비로 전세기를 임대, 본진보다 먼저 한국으로 돌아갔다.

대표팀의 모든 일정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일부 선수들이 개인행동을 보인 셈인데, 팀 워크를 해칠 수 있는 행동이었다. 그것을 감독도, 축구협회도 막지 못했다.

이번 대회 중에도 베테랑 수비수 김영권(울산)이 "선수들이 각자 다른 생각을 하지 말고 하나 된 마음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일침을 가할 정도로 내부에서 잡음이 흘러나왔다.

대한민국 선수들이 6일(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이얀 아흐메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준결승 요르단과 대한민국의 경기에서 요르단 알 타마리에게 추가골을 허용한 후 아쉬워하고 있다. 2024.2.7/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이번 대회 클린스만호는 개인과 개인이 뭉치지 않는 모래알 조직이었다.

한국은 바레인과의 조별리그 1차전부터 요르단과의 준결승까지 6경기 모두 답답한 경기력을 펼쳤다. 원하는 대로 경기가 풀리지 않아도 격려하고 다독여줘야 할 동료들에게 서로 짜증을 내고 인상을 찌푸렸다.

지난해 한창 연승을 달리면서 분위기가 좋을 때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당시 한국은 동료들이 큰 실수를 범해도 미소를 지으면서 독려하고 다독였지만 카타르에서는 그런 모습을 절대 볼 수 없었다.

훈련장에서도 한 유럽파 선수가 국내파 선수와 강한 몸싸움 이후 신경질을 내고 공을 강하게 차며 화풀이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이런 행동에 다른 유럽파만 그를 다독일 뿐 다른 선수들은 어색하게 웃었다.

우승이라는 대업을 이루기 위해서 모두가 뜻을 모아야 하는데, 카타르에서 클린스만호는 '원 팀'이 아니었다. 따로 놀았다. 형편 없었던 경기 내용과 결과는 예견됐던 일인지 모른다.

dyk060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