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로는 화려한데 구멍이 숭숭…채울 자리가 많다 [아시안컵결산]
풀백, 중앙 MF, 최전방 스트라이커 발굴 과제로
대회 유일한 수확은 전 경기 출전 설영우의 발견
- 이재상 기자
(서울=뉴스1) 이재상 기자 = '역대급 멤버'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클린스만호'가 약체 요르단을 상대로 유효 슈팅 1개도 기록하지 못하는 굴욕 끝에 아시안컵 4강서 탈락했다. 64년 만에 우승을 노렸던 한국 축구의 도전도 허망하게 끝났다. 겉만 번지르르했고 속 빈 강정이었다.
언뜻 보면 화려한 것 같았는데 제대로 보니 구멍이 많았다. 다가올 2026 북중미 월드컵 등을 생각할 때, 서둘러 채워야 할 곳이 많아 보이는 대표팀이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지난 7일(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요르단과의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준결승전에서 0-2로 완패했다.
이로써 1960년 대회 이후 64년 만에 한국의 아시안컵 정상 탈환의 꿈은 물거품이 됐다.
한국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유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다. 주장 손흥민(토트넘)을 포함해서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황희찬(울버햄튼), 황인범(즈베즈다) 등 유럽 리그에서 주전으로 뛰는 선수들이 주축을 이뤘기 때문이다.
호화 멤버라는 찬사가 끊이지 않았는데 정작 뚜껑을 열자 결과는 기대 이하였다. 단단해 보이던 스쿼드는 여기저기서 구멍이 보였다.
특히 월드클래스 수비수 김민재가 버티고 있던 수비진의 불안이 가장 뼈아팠다. 대회 전까지 A매치 7경기 연속 무실점을 기록했던 한국이지만 정작 아시안컵에 돌입하자 조직력에서 약점을 드러냈다.
조별리그 3경기에서 6골을 내주며 흔들렸던 한국은 4강전까지 매 경기 실점을 내줬다. 6경기에서 무려 10골을 허용했다.
대회 전부터 우려했던 좌우 풀백은 확실히 약했다. 한국은 이기제(수원), 김태환, 김진수(전북), 설영우(울산)까지 4명을 발탁했으나 이기제와 김진수는 부상으로 인해 제대로 뛰지 못했다. 현대 축구에서 많은 활동량을 필요로 하는 풀백은 대표팀에 가장 중요한 자리지만 클린스만 감독은 간과했고 타이트한 일정 속에 혹사당한 선수들은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한국은 당장 2년 앞으로 다가올 북중미 월드컵 등을 고려한다면 새로운 수혈이 반드시 필요하다.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활약했던 최준(서울), 황재원(대구)을 비롯해 '젊은' 풀백들을 과감하게 발탁해 키우는 작업도 필요해 보인다. 30대 중반인 김태환, 이기제에게 언제까지 의존할 수 없는 부분이다.
수비진만큼이나 허술했던 곳이 클린스만호의 '중원'이다. 중앙 미드필더 자원으로 황인범, 박용우(알아인), 이순민(대전), 홍현석(헨트), 박진섭(전북) 등이 있었지만 사실상 박용우, 황인범 두 명에 절대적으로 의존했다.
공격적인 숫자를 많이 두는 전술상 중원에서 안정된 조율이 필요했으나 적임자가 없어 매 경기 고생했다. 박용우와 황인범이 많은 범위를 커버하느라 잦은 실수가 나왔고, 이재성과의 역할 중복도 문제였다. 결국 요르단과의 4강전에서는 그동안의 문제들이 한 번에 터져버렸다.
풀백만큼이나 앞으로 중앙 미드필더 등에 대한 보강이 절실해 보인다. 더 많은 중원 자원의 보강과 함께 정호연(광주) 등 연령별 대표팀에서 좋은 활약을 보였던 선수들이 A대표팀에서 기회를 얻을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역대급 공격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던 대표팀이었지만 타깃형 스트라이커의 부재는 고민이었다.
한국은 대회 전 황의조(알란야스포르)가 불법 촬영 혐의로 대표팀에서 낙마했으나 따로 공격수를 보강하지 않았다.
조규성(미트윌란), 오현규(셀틱), 정우영(슈투트가르트)이 포워드로 뽑혔지만 누구도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했다. 발밑이 부족한 조규성과 투박했던 오현규, 의욕만 앞선 정우영 등 누구도 웃지 못했다. 주장 손흥민이 좌우 측면과 최전방을 오가며 분전했지만 그 혼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순 없었다.
아쉬움과 상처만 남은 클린스만호지만 의미 있는 수확도 있다. 전 경기 풀타임을 뛰었던 설영우의 존재다.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풀백으로 나가 금메달 획득에 힘을 보탰던 설영우는 이번 카타르 아시안컵을 통해 A팀의 주전으로 발돋움했다.
좌우 측면을 가리지 않은 설영우는 전문적인 풀백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은 대표팀에도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현재 북중미 월드컵 2차예선을 소화하고 있는 클린스만호는 다음달 소집될 예정이다. 한국은 내달 21일 태국과 안방에서 경기를 치른다.
alexei@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