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우와 송범근이 함께 지킨 한국 골문…"둘만의 신호 있었다" [아시안컵]

송범근, 승부차기 직전 조현우에게 다가가 조언
조현우, 상대 키커 2명 막아내며 8강 진출 견인

대한민국 골키퍼 조현우가 30일(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16강전 대한민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경기 승부차기에서 사우디 세 번째 키커 알 나지의 슛을 막아낸 뒤 포효하고 있다. 2024.1.31/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알라이얀(카타르)=뉴스1) 김도용 기자 = 사우디아라비아를 상대로 보여준 조현우(울산)의 놀라운 승부차기 선방에는 뒤에는 벤치에 있던 송범근(쇼난 벨마레)의 드러나지 않은 도움이 있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31일(이하 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사우디와의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16강전에서 1-1로 비긴 뒤 펼친 승부차기에서 4PSO2로 승리했다.

극적인 승리였다. 한국은 후반 시작과 함께 실점하며 0-1로 끌려가다가 후반 추가 시간에 나온 조규성의 헤더 동점골로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갔다. 연장전에서 한국은 경기를 주도했음에도 불구하고 골을 넣지 못해 승부차기까지 경기가 이어졌다.

승부차기는 조현우를 위한 무대였다. 조현우는 사우디의 3번 키커 사미 알 나지, 4번 키커 압둘라흐만 가리브의 슈팅 방향을 정확히 읽어내면서 막았다. 조현우가 골문을 지키는 동안 한국은 손흥민(토트넘)부터 김영권(울산), 조규성(미트윌란), 황희찬(울버햄튼)까지 모두 득점, 8강 티켓을 손에 넣었다.

조현우는 스스로의 힘으로 자신에게 향했던 비난을 잠재웠다.

주전 골키퍼 김승규(알샤밥)가 오른쪽 무릎 십자 인대 파열이라는 큰 부상으로 소집해제 당하면서 조현우는 조별리그 2차전부터 주전 골키퍼 장갑을 꼈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는 주전이었으니 큰 무대가 낯설진 않았다.

하지만 갑작스런 출전 탓일까. 조현우는 요르단(2실점), 말레이시아(3실점)를 상대로 대량 실점을 해 많은 질타를 받았다. 하지만 조현우는 가장 필요한 순간 놀라운 선방을 펼쳐 8강 진출에 큰 공을 세웠다.

축구대표팀의 조현우와 송범근 골키퍼. /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조현우의 승부차기 선방에는 백업 골키퍼 송범근의 성실한 도움이 있었다. 벤치에 있던 송범근은 승부차기 직전 그라운드 위의 조현우에게 달려가 잠시 대화를 나눈 뒤 돌아왔다.

조현우는 "사우디 키커들의 슈팅 방향과 특징들을 분석했는데, 내가 모든 것을 기억할 수 없었다. 그래서 (송)범근이와 이야기를 나눴다"고 말한 뒤 "(벤치에서) 범근이가 보내는 신호들이 있었다. 둘 사이 신호 내용은 공개할 수 없지만 범근이가 많은 도움을 줬다"고 송범근에게 공을 돌렸다.

이에 송범근은 "그동안 (조)현우 형과 많은 준비를 했다. 그 노력을 알기 때문에 우리가 분석했던 데이터와 스스로를 믿으면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줬다"면서 "현우형의 활약 덕에 승리할 수 있었다"며 동료이자 경쟁자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dyk060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