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때문에…8강행도 벅찬 사우디, 4연속 조기 탈락[아시안컵]
16강서 한 골 리드 못 지키고 클린스만호에 승부차기 패
결승 최다 진출국이지만 최근 8강도 오르지 못해
- 이상철 기자
(서울=뉴스1) 이상철 기자 = 사우디아라비아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서 결승 무대를 가장 많이 밟은 팀이다. 총 여섯 번의 결승전을 치렀고, 1984년 대회부터 2000년 대회까지 5연속 결승 진출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도 세웠다.
하지만 최근 사우디아라비아는 결승은 둘째 치고 8강 문턱조차 밟지 못하고 있다. 동아시아 팀에 번번이 덜미가 잡혀 조기 탈락했는데 2023년 대회에선 클린스만호의 8강 진출 제물이 됐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31일(이하 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사우디와의 아시안컵 16강전에서 1-1로 비긴 뒤 펼쳐진 승부차기에서 4PSO2로 이겼다.
0-1로 끌려가던 한국은 패색이 짙던 후반 54분 조규성의 극적 동점골로 균형을 맞췄고, 이후 승부차기에서 상대 슈팅 두 개를 막은 조현우 골키퍼의 신들린 선방을 앞세워 8강 진출권을 따냈다.
한국이 기적의 승리를 따냈지만, 사우디는 충격의 패배를 당했다. 몇 분만 더 버티면 8강을 바라볼 수 있었으나 한국의 파상공세에 흔들리더니 결국 무너졌다.
이로써 사우디는 2011년 대회부터 4연속 8강 진출에 실패했다. 두 번의 조별리그 탈락, 두 번의 16강 탈락으로 초라한 성적을 냈다.
이 기간 개최된 월드컵에서는 모하메드 살라의 이집트(2018년), 리오넬 메시의 아르헨티나(2022년)를 꺾는 저력을 펼치기도 했는데 아시안컵에선 유독 힘을 쓰지 못했다.
사우디를 울린 팀은 동아시아를 대표하는 한국과 일본, 중국이었다. 사우디는 최근 네 번의 아시안컵에서 한국, 일본, 중국을 만나서 모두 졌다. 사우디가 유일하게 이긴 동아시아 팀은 동네북 신세였던 북한 정도였다.
사우디는 2011년 대회 조별리그에서 전패의 수모를 당했는데 마지막 경기에선 일본에 0-5 완패를 당했다. 2015년 대회에서는 한 수 아래로 여긴 중국에 0-1로 덜미가 잡히더니 또 세 경기만에 짐을 쌌다.
최근 두 번의 아시안컵에선 조별리그를 가뿐하게 통과했지만, 사우디는 토너먼트 첫 관문을 뚫지 못했다. 2019년 대회 16강에선 일본에 0-1로 졌고, 이번 대회에서도 한국에 패해 고개를 숙였다.
사우디는 우승 3회, 준우승 3회 등 아시안컵에서 거둔 화려한 성과도 점점 잊힌 과거가 되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는 '명장'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을 선임하고 팬들의 일방적 응원을 등에 업어 다른 결과를 내겠다고 자신했지만, 또 동아시아의 벽을 넘지 못했다.
사우디는 차기 대회인 2027 아시안컵의 개최국이다. 안방에서 잃어버린 명예를 되찾겠다는 각오지만, '동아시아 징크스'를 깨지 않고선 그 도전도 쉽지 않아 보인다.
rok195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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