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이 먼저 자포자기…황희찬 킥도 안보고 경기장 나간 만치니[아시안컵]

한국, 승부차기 끝에 4PSO2로 사우디 꺾고 8강 진출
"경기가 끝났다고 생각…누군가 무시한 행동 아냐"

사우디아라비아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이 30일(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16강전 대한민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경기에서 선수들에게 작전 지시를 하고 있다. 2024.1.31/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알라이얀(카타르)·서울=뉴스1) 이재상 김도용 기자 = 사우디아라비아의 사령탑 로베르토 만치니(이탈리아) 감독이 승부차기가 진행되고 있는 도중에 경기장을 빠져 나가는 황당한 모습을 보였다. 자신들의 패배를 직감한 듯 한국의 승부차기 마지막(4번) 키커였던 황희찬의 슈팅도 보지 않은 채 라커룸으로 향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31일(이하 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사우디와의 아시안컵 16강전에서 1-1로 비긴 뒤 치른 승부차기에서 4PSO2로 승리했다.

이로써 한국은 8연속 아시안컵 8강에 올랐다. 한국은 3일 오전 0시30분 카타르 알와크라의 알자눕 스타디움에서 호주와 준결승 진출을 다툰다.

후반 시작과 동시에 선제골을 내주며 끌려가던 한국은 후반 54분 터진 조규성의 극적인 동점골로 패배에서 벗어났다.

양 팀은 연장 전후반 동안 승부를 가리지 못했고 결국 승부차기에 돌입했다.

양 팀 1~2번 키커가 나란히 성공한 상황에서 3번째 키커에서 희비가 갈렸다. 사우디의 사미 알 나지의 오른발 슛은 조현우 골키퍼의 선방에 막혔다.

사우디아라비아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과 야야 투레 코치가 30일(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16강전 대한민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경기에서 그라운드를 바라보고 있다. 2024.1.31/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반면 한국은 3번째 키커 조규성이 침착하게 마무리 하며 한 발 앞서갔고, 긴장한 사우디는 4번째 키커인 압둘라흐만 가리브마저 실축했다. 이번에도 조현우의 슈퍼 세이브가 빛났다.

승리를 확정할 수 있는 한국의 4번 주자인 황희찬이 공을 차러 가는 순간 흥미로운 장면이 목격됐다. 만치니 감독은 황희찬의 슈팅도 보지 않고 그대로 그라운드를 빠져 나가 라커룸으로 향했다.

황희찬이 실축하면 다음 기회로 이어지는데 만치니 감독은 패배를 예감한 듯 경기 종료 전 현장을 떠나 버렸다. 결과적으로 황희찬이 강력한 슛으로 골망을 흔들며 한국의 승리로 종료됐으나, 만치니 감독의 퇴장은 이해하기 힘든 행동이었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 나온 만치니 감독은 취재진으로부터 승부차기를 마치지 않은 상황에서 경기장 안으로 들어간 것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사우디아라비아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이 30일(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16강전 대한민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경기에서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에게 엄지척을 하고 있다. 2024.1.31/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그는 "사과한다. 나는 그때 경기가 끝났다고 생각했다. 누군가를 무시하거나 그러려고 한 행동이 아니었다"고 해명한 뒤 "(비록 졌지만) 많이 성장한 사우디 선수들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번 대회 조별리그 F조에서 2승1무로 선전하며 우승을 자신했던 사우디였으나 한국의 벽에 막혀 16강서 조기 탈락하게 됐다.

만치니 감독은 패배 원인에 대해서는 "(경기는) 이길 수도, 질 수도 있다"며 "우리 팀도 잘했지만 상대가 더 강했다"고 전했다.

일부 사우디 취재진은 선수 교체에 대한 감독의 선택에 불만도 드러냈지만 만치니 감독은 "이겨야 했던 것일 뿐"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30일(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16강전 대한민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경기에서 승부차기 끝에 승리한 뒤 환호하고 있다. 2024.1.31/뉴스 ⓒ News1 김성진 기자

alexe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