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투호 결산] '주장' 손흥민이 보여준 리더의 무게감…다음 기둥은 누구?
손흥민 등 베테랑 4년 뒤에는 30대 중반
'1996년 삼총사' 김민재‧황인범·황희찬 눈길
- 김도용 기자
(서울=뉴스1) 김도용 기자 = 한국 축구대표팀이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에서 성공적인 결과를 내면서 수장인 파울루 벤투 감독의 우직하면서도 선수들을 배려한 지도력이 주목을 받고 있다. 더불어 선수단 내에서 중심을 잡아줬던 '주장' 손흥민(30·토트넘)과 베테랑들의 리더십도 벤투호가 카타르에서 웃을 수 있는 큰 힘이 됐다.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지난 6일 카타르 도하의 스타디움 974에서 펼쳐진 브라질과의 16강전에서 1-4로 패배, 대회를 마무리했다.
원대했던 원정 8강 진출 도전은 무산됐지만 대회 개막 전까지 자신들에게 향했던 국내외의 부정적인 전망을 보기 좋게 깨뜨렸다. 이로 인해 한국은 4년이라는 준비 기간만 주어진다면 월드컵 무대에서도 능동적인 축구를 펼칠 수 있다는 희망을 남겼다.
한국이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벤투 감독이 지난 4년 동안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고 팀을 이끈 결과다.
여기에 선수단도 벤투 감독의 축구를 구현하기 위해 단결했다.
손흥민은 벤투 감독 부임 후 주장을 맡아 선수단을 하나로 똘똘 뭉치게 만들기 위해 경기장 안팎에서 존재감을 발휘했다. 월드컵 아시아 예선부터 손흥민은 특유의 친화력으로 새롭게 대표팀에 합류한 선수들이 빠르게 적응하는 데 도움을 줬다.
이번 대회에서도 손흥민은 월드컵 경험이 없는 어린 선수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전하면서도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줬다. 여기에 대회 직전 당한 안와골절 부상에도 불구하고 마스크를 착용하고 월드컵 4경기를 풀타임 소화하며 선수단에 강한 동기부여를 줬다.
손흥민과 함께 김영권(32·울산), 정우영(33·알사드), 김승규(32·알샤밥) 등 베테랑들도 팀의 기둥 역할을 했다. 팀 내 고참이지만 위기 상황마다 몸을 던지는 투혼을 발휘했다. 더불어 앞서 출전했던 월드컵에서 얻은 경험을 팀에 이식시키면서 어쩌면 자신들의 마지막일 수도 있는 월드컵을 웃으면서 마무리했다.
한국이 4년 뒤에는 카타르에서 기둥 역할을 했던 주축들이 모두 30대 중반으로 접어들어 일부는 대표팀을 떠날 수 있다. 손흥민은 "국가에서 날 필요로 할 때까지 최선을 다해 준비해서 한 몸을 던질 것"이라며 차기 월드컵 출전 가능성을 열어뒀지만 2026년에는 주장이라는 부담을 내려놓는 것이 팀과 선수 모두에게 이로워 보인다.
따라서 카타르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마친 지금이 새로운 팀의 중심을 잡아 줄 리더들이 필요한 시점이다. 다행히 후보들이 여럿 눈에 띈다.
가장 먼저 한국 축구 대표팀의 수비의 중심 김민재(26‧나폴리)가 손꼽힌다. 김민재는 이미 유럽에서도 인정하는 기량을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주장 손흥민에게도 경기장 위에서 큰 소리를 치는 등 남다른 리더십을 보인 바 있다. 지금처럼 기량을 유지한다면 김민재가 대표팀의 새로운 아이콘이 될 수 있다.
김민재와 동갑내기인 황인범(올림피아코스), 황희찬(울버햄튼)도 또 다른 후보다. 둘은 유럽 무대에서 오랜 시간 실력을 갈고닦으며 기량을 향상했고, 풍부한 경험도 쌓았다. 더불어 월드컵에서 큰 경험을 얻었기 때문에 이는 앞으로 대표팀에 큰 힘이 될 수 있다.
여기에 이번 대회에 막내로 출전한 이강인(21‧마요르카)의 비중도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번 대회에서 선발과 교체를 오가며 4경기에 모두 출전, 생애 첫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마친 이강인은 아직도 성장하기 충분하다. 이강인이 계속 좋은 모습을 이어간다면 한국 대표팀의 중심은 이강인으로 자연스레 이동할 전망이다.
또한 가나와의 조별리그 2차전 막판 관중들의 응원을 유도하고 경기 후 주심에게 강력한 항의를 하는 등 적극적으로 경기에 임해 차기 대표팀 리더감으로 손색없어 보인다.
dyk060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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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벤투호의 카타르 월드컵 여정이 8강 앞에서 멈췄다. 비록 최강 브라질을 넘지는 못했으나 대회 내내 강호들과 당당히 맞서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자세로 12년 만에 16강에 진출하는 등 내용과 결과 모두 국민들에게 큰 기쁨을 주기에 충분했다. 무엇보다 '우리도 할 수 있다'는 내일의 희망을 선사했다는 점에서 박수가 아깝지 않다. 2002년 4강 신화로부터 20년이 지난 2022년. 모처럼 행복하게 즐긴 한국축구의 월드컵 도전기를 되돌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