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포르투갈과 재회…'벤투 없는' 벤투호, 2002년 떠오른다
2002 월드컵 조별리그 최종전서 승리해 첫 16강
감독 없는 경기, 1998년 '차범근 경질' 이후 처음
- 권혁준 기자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우루과이전 무승부의 기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가나에 석패한 한국 축구대표팀이 16강 불씨를 살리기 위해선 강호 포르투갈전을 상대로 반드시 승리가 필요하다.
사령탑도 없이 경기를 치러야하는 악재까지 겹친 상황인데 20년 전 한일 월드컵을 떠올려야할 때가 됐다.
한국은 12월2일 밤 12시(이하 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3차전에서 포르투갈과 맞붙는다.
한국과 포르투갈의 A매치 전적은 딱 한 경기 뿐이다. 흔한 친선경기조차 한 번도 없었고 2002년 한일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만난 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한국은 당시 루이스 피구를 필두로 파울레타, 후이 코스타 등 쟁쟁한 멤버를 자랑하던 포르투갈을 상대로 2명의 퇴장을 이끌어내는 등 빼어난 경기력을 펼치며 1-0으로 승리했다. 당시 후반 25분 박지성이 결승골을 뽑아낸 뒤 거스 히딩크 감독에게 달려가 안기는 모습은 여전히 '명장면'으로 회자된다.
한국은 포르투갈을 잡으면서 사상 첫 16강 진출의 대업을 일궈내기도 했다. 이후 이탈리아, 스페인까지 줄줄이 격침하며 '4강 신화'를 썼다.
반면 포르투갈은 한국전 패배로 1승2패가 되며 한국(2승1무), 미국(1승1무1패)에 밀려 조 3위로 일찌감치 짐을 싸는 '굴욕'을 맛봤다.
한국으로선 포르투갈과의 유일한 만남은 기분좋은 추억이었던 셈이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카타르 월드컵에서 한국은 또 다시 포르투갈과 운명의 맞대결을 펼치게 됐다. 공교롭게도 이번에도 조별리그 최종전에서의 승부로 16강 진출 여부가 걸렸다.
다만 20년 전과 비교했을 때 상황은 썩 좋지 않다. 2002년엔 폴란드전 승리, 미국전 무승부로 한국은 16강 진출에 유리한 고지를 점령해있었고 포르투갈은 1승1패였기에 승리가 간절했다.
이번엔 정반대의 입장이 됐다. 한국은 우루과이전 0-0 무승부로 기분 좋게 출발하고도 '1승 상대'로 꼽았던 가나에 2-3으로 패하며 2차전까지 1무1패에 그치고 있다. 반면 포르투갈은 가나(3-2 승), 우루과이(2-0 승)를 연달아 잡으며 2승으로 일찌감치 16강 진출을 확정했다.
한국은 자력으로 16강 진출이 불가능하다. 일단 포르투갈을 무조건 잡아야 그 다음 '경우의 수'를 따질 수 있는 불리한 상황이다.
이번 대회에서 드러난 포르투갈의 전력은 탄탄하다. 이번 대회 전 포르투갈의 전력이 우루과이보다 처진다는 분석도 많았지만 앞선 2경기에선 결코 쉽게 무너지지 않는 모습이었다.
전성기에서 내려오긴 했지만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여전한 기량을 보여주고 있고 베르나르두 실바, 주앙 칸셀루, 후벵 디아스(이상 맨체스터 시티), 브루노 페르난데스(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하파엘 레앙(AC 밀란) 등 스타급 선수들이 즐비하다.
하지만 20년 전에도 한국이 포르투갈을 격침할 것이라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이변이 많은 축구에선 어떤 일도 가능하다. 이번 대회만 해도 사우디아라비아가 아르헨티나를, 일본이 독일을 꺾는 '대이변'이 일어났다.
와중에 파울루 벤투 감독이 '고국' 포르투갈전을 직접 지휘하지 못하는 것은 한국에겐 악재다. 벤투 감독은 가나전이 끝난 뒤 한국의 코너킥을 진행하지 않고 경기를 종료한 주심에게 강력하게 어필하다 레드카드를 받았다. 월드컵 역사상 최초의 감독 퇴장이다.
이로써 벤투 감독은 포르투갈전에서 벤치에 앉을 수 없다. 2002년 한국-포르투갈전에서 선발로 출전해 풀타임을 소화했던 벤투 감독이 한국 지휘봉을 잡고 고국을 상대하는 장면은 볼 수 없게 됐다.
한국이 월드컵 본선에서 사령탑 없이 경기를 치르는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앞서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 한국은 멕시코(1-3), 네덜란드(0-5)에 연달아 패한 뒤 벨기에전을 앞두고 차범근 감독이 경질 당해 김평석 수석코치의 대행 체제로 경기를 치른 바 있다.
starburyn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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