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아프리카 최초의 4강 진출' 모로코, 원동력은 짠물 수비

5경기서 1실점…유럽 강호들 상대로 무실점 행진

모로코를 4강으로 이끈 왈리드 레그라기 감독 ⓒ AFP=뉴스1

(서울=뉴스1) 김도용 기자 = 모로코가 아프리가 팀 최초로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준결승 진출이라는 이정표를 세웠다. 모로코가 승승장구 할 수 있는 원동력은 5경기서 단 1실점만 허용한 짠물 수비다.

모로코는 11일(이하 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알투마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 8강전에서 포르투갈을 1-0으로 꺾고 아프리카 팀 최초로 준결승에 올랐다. 앞서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의 카메룬, 2002년 한일 월드컵의 세네갈, 2010년 남아공 월드컵의 가나가 8강에 올랐지만 준결승 진출에는 실패했다.

사실 이번 대회에서 모로코의 선전을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모로크는 지난 8월 월드컵 본선행을 이끈 바히드 할리호지치 감독을 경질했다. 모로코는 월드컵 본선까지 시간이 많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선수단, 축구협회와 불화가 거듭된 할리호지치 감독과 이별을 택했다.

고심 끝에 모로코축구협회는 자국 리그의 위다드AC를 이끌고 모로코 리그와 아프리카축구연맹(CAF)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달성한 젋은 지도자 왈리드 레그라기(47) 감독을 선임했다.

레그라기 감독 체제의 모로코는 견고한 수비를 자랑하고 있다. 주장 로망 사이스(베식타시)와 나예르프 아게르드(웨스트햄)가 중앙을 지키고 빅클럽에 속한 아치라프 하키미(파리 생제르맹), 누사이르 마즈라위(바이에른 뮌헨)가 측면을 책임진 포백 라인은 개인 기량과 함께 끈끈한 조직력을 선보이고 있다.

모로코의 야신 보노 골키퍼(왼쪽)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 AFP=뉴스1

여기에 2021-22시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사모라상(최고 골키퍼상)을 수상한 야신 보노(세비야)가 골문을 지키며 위기 상황을 수차례 넘겼다. 수비형 미드필더의 소피앙 암라바트(피오렌티나), 아제딘 우나히(앙제)도 궂은 일을 해내며 팀에 활기를 불어 넣고 있다.

탄탄한 수비를 구성한 모로코는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준우승팀 크로아티아와의 대회 첫 경기부터 무실점을 기록한 뒤 '황금 세대'를 자랑하는 벨기에와의 2차전에서도 단 1골도 내주지 않으며 무패(1승1무)를 기록했다. 캐나다와의 조별리그 3차전에서는 1골을 허용했지만 이마저도 아게르드의 자책골로 불운한 실점이었다.

쟁쟁한 경쟁자들을 꺾고 조 1위로 토너먼트에 오른 모로코의 뒷문은 더욱 단단해졌다. 앞서 코스타리카를 상대로 7골을 터뜨렸던 스페인과의 16강전에서 0-0으로 비긴 뒤 맞이한 승부차기에서 3PK0으로 웃었다. 보노는 정규 시간은 물론 승부차기에서도 스페인의 슈팅 2개를 막아내며 승리의 주역이 됐다.

8강전에서도 모로코의 수비는 끈끈했다. 모로코는 스위스와의 16강전에서 6-1로 승리한 포르투갈을 상대로 정상적인 수비라인을 구성하지 못했다. 주전으로 활약한 아게르드와 마즈라위가 부상으로 결장했고, 사이스는 후반전 도중 다리에 통증을 느끼고 교체됐다.

수비 라인에 변화가 컸지만 모로코는 보노 골키퍼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무소속), 주앙 펠릭스(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브루노 페르난데스(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이 펼친 포르투갈의 공격을 또 다시 무실점으로 막아내고 승리를 따냈다.

모로코는 이제 아프리카 팀 최초로 결승 진출에 도전한다. 일부 주전 수비수들의 부상으로 준결승 출전 여부는 미지수지만 이번 대회에서 보여준 조직력을 감안하면 더 높은 무대도 기대해 볼만하다.

dyk060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