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히혼의 치욕' 알제리와 독일의 32년 전 악연

1982 월드컵, 첫 출전 알제리 '우승후보' 독일 잡는 이변
'2승 1패' 알제리, 독일-오스트리아 짬짜미로 16강 탈락
할리호지치 감독 "독일과 해결할 월드컵 기억 있다"

(서울=뉴스1) 주성호 인턴기자 = 알제리 축구대표팀. © News1 (포르투 알레그레(브라질)=뉴스1) 박정호 기자

</figure>사상 첫 월드컵 16강 무대를 밟은 알제리 대표팀은 독일과의 16강전에서 8강 진출 외에 다른 목표를 세우고 있다. 바로 32년 전 스페인에서 당한 '히혼의 치욕'에 대한 복수다.

알제리는 첫 출전이었던 1982년 스페인 월드컵에서 독일(당시 서독), 오스트리아, 칠레와 함께 2조에 속했다. 월드컵 첫 출전으로 '최약체' 평가를 받았던 알제리는 모두의 예상을 뒤집고 첫 경기에서 우승후보 독일을 2-1로 잡는 파란을 일으켰다.

당시 독일은 칼 하인츠 루메니게(현 바이에른 뮌헨 회장), 로타어 마테우스, 펠릭스 마가트 등 스타플레이어가 즐비한 '우승후보 0순위'로 평가받았다.

독일을 잡은 알제리는 두 번째 경기에서 오스트리아에 0-2로 패했으나 마지막 칠레와의 3차전에서 3-2로 승리하며 2승 1패가 됐다.

조별예선을 먼저 끝낸 알제리는 이튿날 열리는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결과에 따라 16강행이 결정되는 상황이었다. 독일이 오스트리아를 3점차로 이길 경우 알제리는 독일과 같이 16강에 진출할 수 있었다. 양 팀이 무승부를 이루거나 오스트리아가 승리할 경우에는 오스트리아와 알제리가 16강에 오를 수 있었다.

하지만 독일은 스페인 히혼의 엘 몰리논 경기장에서 열린 오스트리아와의 조별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전반 10분에 터진 흐루베슈의 선제골 이후 한껏 웅크린 채 공격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figure class="image mb-30 m-auto text-center border-radius-10">

바히드 할리호지치(Vahid Halilhodzic) 알제리 축구대표팀 감독. © News1 (포르투 알레그레(브라질)=뉴스1) 박정호 기자

</figure>오스트리아 역시 독일을 몰아붙이려는 의지가 없어보였다. 양 팀은 미리 짬짜미라도 한 듯 지루하게 볼만 돌렸고 이날 경기는 독일의 1-0 승리로 끝났다.

조별예선 결과 독일, 오스트리아, 알제리가 모두 2승 1패로 동률을 이뤘고 칠레는 3패로 일찌감치 탈락이 확정됐다. 골득실까지 따진 후에야 독일(+3)과 오스트리아(+2)가 알제리(0)를 제치고 16강에 진출했다.

경기 직후 알제리와 개최국인 스페인 등이 현지 언론을 통해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졸전'에 대해 담합 의혹을 제기했지만 국제축구연맹(FIFA)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논란 끝에 16강에 진출했던 독일은 승부차기 끝에 프랑스를 꺾고 결승에 진출했으나 이탈리아에 무릎을 꿇고 준우승에 그쳤다.

이날의 경기는 '히혼의 치욕'으로 불리며 지금까지 월드컵 역사상 최악의 경기로 회자되고 있다. FIFA는 결국 1986년 멕시코 월드컵부터 조별예선 마지막 경기를 동시에 치르기로 결정했고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알제리는 아직까지 이날의 치욕을 잊지 않고 있다. 알제리의 바히드 할리호지치 감독도 기자회견에서 "독일과 해결할 월드컵의 기억이 있다"고 설욕을 다짐했다.

부끄러운 기억의 독일과 복수를 꿈꾸는 알제리는 1일 오전 5시(한국시간) 브라질 포르투 알레그리의 에스타지오 베이라히우에서 8강행 티켓을 두고 외나무다리 대결을 펼친다.

sho21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