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넬도 지급 유예…다저스, 계약 종료 후 내줄 돈만 10억 달러 육박
스넬과 1억8200만 달러 계약해 6500만달러 지급 유예
오타니 6.8억달러에 프리먼·베츠·스미스도 분할 지급
- 권혁준 기자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지급 유예'는 이제 하나의 '전략'이 된 듯하다. LA 다저스가 사이영상 출신의 선발투수 블레이크 스넬에게도 '계약 종료 후 지급'(defer)하는 조항을 내걸었다.
29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지역 매체인 '오렌지 카운티 레지스터'에 따르면 다저스는 스넬과 맺은 5년 1억 8200만 달러(약 2544억 원)의 계약 중 6500만 달러(약 906억 원)를 지급 유예하기로 했다.
매체는 "지급 유예는 최근 들어 다저스가 대규모 계약을 협상할 때 사용하는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메이저리그는 팀 연봉 총액에 대한 제한을 두고 있지는 않지만, 사치세 기준으로 빅마켓 구단의 독주를 어느 정도 제어하고 있다. 사치세엔 누진제도 적용돼 기준선을 많이 넘을수록 더 많은 돈을 추가 지불해야한다.
이로 인해 메이저리그에선 FA로 대형 계약을 맺은 스타 플레이어에 대한 '지급 유예'가 종종 있었다. 통상 계약 총액의 10~20%, 많아도 절반 수준이었다.
그런데 최근 다저스는 지급 유예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지난해 10년 7억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계약을 맺은 오타니 쇼헤이가 대표적인 사례다.
오타니는 역대 최고 규모의 계약을 맺었지만, 올해 연봉은 200만 달러에 불과했다. 7억 달러 중 무려 97%에 달하는 6억 8000만 달러를 '지급 유예'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다저스는 이뿐 아니라 주전 1루수 프레디 프리먼과는 1억 6200만 달러의 계약을 맺으면서 5700만 달러를, 외야수 무키 베츠와는 3억 6500만 달러의 절반 수준인 1억 1500만 달러를 계약 종료 후 지급하기로 했다.
주전 포수 윌 스미스 역시 1억 4000만 달러의 총액 중 5000만 달러는 지급 유예다.
이번 스넬의 계약으로 인해 다저스의 지급 유예 총액은 9억 6500만 달러(약 1조 3456억 원)에 이르게 됐다. 거의 10억 달러에 육박하는 천문학적인 금액이다.
지급 유예는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하면 선수 입장에선 '손해'일 수 있지만, 우승이 가능한 '슈퍼 팀'을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전례가 없는 지급 유예로 다저스에 합류한 오타니는 올해 월드시리즈 우승의 꿈을 이뤘다.
다저스는 지급 유예 전략을 통해 우승 이후에도 여전히 FA 시장의 '큰손'으로 군림하고 있다.
훗날 재정 압박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지만, 이에 대한 대비도 하고 있다.
'더 스코어'에 따르면, 다저스는 오타니에게 추후 지급할 금액을 마련하기 위해 2026년부터 매년 4400만 달러씩 적립할 예정이다. 이 계좌에서 나오는 이자를 통해 추후 오타니에게 매년 지급할 6800만 달러를 마련한다는 생각이다.
이 매체는 "복리의 마법이 나머지를 처리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starburyn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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