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월 전 출국 때와는 확연히 달랐던 분위기…부상 후 성숙해진 이정후

당찬 포부와 달리 부상 탓에 37경기 출전에 그쳐
"멘털 성장한 시기…부상 조심하는 게 최우선"

미국 메이저리그(MLB)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서 첫 시즌을 보낸 이정후가 1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2024.10.1/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인천공항=뉴스1) 문대현 기자 = KBO리그에서 메이저리그(MLB)로 직행한 한국 선수 중 최고 대우(6년 1억1300만 달러)를 받고 화려하게 미국 땅으로 건너갔던 이정후(26·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돌아왔다.

설렘 가득한 시작이었으나, 부상으로 날개가 다소 꺾인 탓인지 이정후의 표정은 평소보다 차분했다.

이정후는 1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지난 2월 1일 샌프란시스코의 스프링캠프 참가를 위해 한국을 떠난 지 정확히 8개월 만에 다시 한국 땅을 밟았다.

이날 입국장에는 수많은 취재진과 팬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그러나 이정후의 표정은 그리 밝지 못했다. 부상으로 많은 경기를 뛰지 못했기 때문이다.

시즌 초부터 주전 자리를 꿰찬 이정후는 서서히 적응하던 5월 13일 신시내티 레즈와 홈 경기에서 수비 중 펜스에 강하게 부딪혔고, 6월 초 수술대에 오르며 시즌 아웃됐다.

결국 이정후는 37경기 타율 0.262(145타수 38안타) 2홈런 8타점 2도루 OPS(출루율+장타율) 0.641로 아쉽게 MLB 첫 시즌을 마감했다.

수술 후 미국에 남은 이정후는 구단의 지침에 따라 재활에 매진하다 시즌이 끝나면서 한국으로 왔다.

이정후는 "내가 많이 부족하다고 느꼈다. 경기를 치르면서 조금씩 공이 눈에 익었는데 다쳐서 아쉽다"며 "점수를 매길 수 있는 수준도 아니다"라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미국 메이저리그(MLB)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서 첫 시즌을 보낸 이정후가 1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정후는 데뷔 시즌 37경기에 나서 타율 0.262, 2홈런 8타점 15득점 2도루 OPS(출루율+장타율) 0.641을 기록했지만, 지난 5월 홈경기에서 수비 도중 왼쪽 어깨를 다쳐 시즌 아웃됐다. 2024.10.1/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이어 "다쳐서 경기를 못 뛰는 동안 멘털적으로 더 성숙해졌다. 아무리 좋은 선수라 해도 경기에 나서지 못하면 의미 없다고 생각한다"며 "동료들과 함께 최대한 많은 경기를 치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이정후는 인터뷰 내내 자신의 말 한마디 한마디를 조심하는 듯했다. 평소 늘 밝았던 얼굴에서도 웃음기보다는 진지함이 느껴졌다.

8개월 전 같은 장소에서 "적응을 잘해서 구단의 기대대로 좋은 결과를 내겠다"며 당찬 포부를 밝힐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이전보다 차분해졌지만, 마냥 좌절만 느낀 것은 아니었다. 이정후는 올해 아쉬웠던 점을 토대로 다시 노력하면 더 좋은 결과가 따라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구단에서 짜준 훈련 스케줄을 잘 소화하면 내년 스프링캠프 참가는 문제없을 것"이라며 "내년에 다시 시작한다는 생각으로 겨울에 준비를 더 잘할 것이다. 내년 결과는 아무도 모른다"고 반등 의지를 드러냈다.

이정후는 "앞으로 야구 할 날이 많이 남았으니 부상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며 "올해 느낀 것을 토대로 다시 잘 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미국 메이저리그(MLB)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서 첫 시즌을 보낸 이정후가 1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4.10.1/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어깨 부상으로 신음하고 있는 선배 김하성(29·샌디에이고 파드리스)과 절친이자 매제인 고우석(26·마이애미 말린스 산하 마이너리그)을 향한 덕담도 잊지 않았다.

이정후는 "(김)하성이형 상황이 안 좋지만 재활을 잘하면 원래의 모습을 되찾을 것이다. (고)우석이에게는 같이 힘내자고 말하고 싶다. 느끼는 것만큼 더 좋은 것은 없다. 실패를 해봐야 얻는 게 있기에 같이 힘냈으면 좋겠다"고 독려했다.

eggod611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