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 행에 트레이드까지…고우석의 악전고투, 그래도 희망은 있다

SD와 계약 4개월 만에 마이애미 이적…새 팀서 다시 적응 과제
불펜 ERA 21위, SD보다 경쟁 수월…스스로 가치 입증 필요

메이저리그 데뷔전을 치르지 못한 채 새로운 팀으로 이적하게 된 고우석(26). /뉴스1 DB ⓒ News1 박정호 기자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개막 엔트리 진입 실패 후 마이너리그행, 다시 트레이드까지. 불과 4개월 사이 많은 일을 겪은 고우석(26)의 미국 생활은 험난하기만 하다.

하지만 좌절은 이르다. 새로운 팀에서 다시 한번 자신의 가치를 입증한다면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반전시킬 수 있다.

미국 'ESPN'의 제프 파산 기자는 4일(한국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샌디에이고가 고우석과 유망주 딜런 헤드, 네이선 마르토렐라, 제이콥 마르시 등 4명을 보내는 대가로 마이애미 말린스의 올스타 2루수 루이스 아라에즈를 받는 4대1 트레이드가 임박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트레이드의 핵심은 아라에즈다. 아라에즈는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교타자다. 그는 2022년엔 미네소타 트윈스 소속으로 아메리칸리그에서 지난해엔 마이애미 유니폼을 입고 내셔널리그에서 타격왕에 올랐다.

샌디에이고의 '4인 패키지'에 고우석이 포함됐다는 것은 고우석 자신과 한국 야구팬들에게 아쉬울 수밖에 없다.

지난해 1월 포스팅시스템(비공개 경쟁 입찰)을 통해 고우석이 입단한 샌디에이고는 적응이 수월한 팀이었다. 팀 동료로 김하성(29)이 있고, 한인 거주가 많은 캘리포니아주에 속해 있다. 또한 절친 이정후(26·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도 가깝기 때문이다.

샌디에이고 소속으로 서울시리즈에 참가했던 고우석. /뉴스1 DB ⓒ News1 박정호 기자

샌디에이고가 고우석을 내놓은 것은 사실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고우석은 애초 2+1년 최대 총액 940만달러(약 123억원)의 비교적 저렴한 몸값으로 샌디에이고 입장에선 큰 부담이 없는 계약이었다.

이런 가운데 고우석은 시범경기에서의 부진으로 개막 엔트리에 진입하지 못했다. 더불어 마이너리그 더블A에도 평균자책점 4점대로 인상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스타 플레이어들을 다수 보유한 샌디에이고는 올 시즌 우승을 목표로 하고 있다. 메이저리그 경험이 일천한데다 마이너리그에서도 큰 두각을 보이지 못하는 고우석에게 기회를 주기는 어려웠다.

결국 고우석은 메이저리그 데뷔전도 치르지 못한 채 4개월 만에 이적하게 됐다. 새로운 팀에서 고우석은 불안감을 안고 다시 적응해야 하는 과제를 안았다.

하지만 한편으로 이번 트레이드는 고우석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고우석이 이적한 마이애미는 '리빌딩 팀'에 가깝기 때문이다. 마이애미는 지난해 예상외의 돌풍을 일으키며 내셔널리그 와일드카드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그러나 올 시즌엔 현재까지 9승24패(0.273)로 처지며 지구 최하위에 머물러 있다.

마이애미 말린스의 홈구장인 론디포 파크. ⓒ AFP=뉴스1

이번 트레이드로 팀 내 간판타자인 아라에즈를 내놓은 것은 사실상의 '리빌딩 선언'과도 같다.

마이애미의 불펜 상황을 고려해도 고우석이 비집고 들어갈 틈은 충분해 보인다. 마이애미는 현재 팀 불펜 평균자책점이 4.46으로 30개 구단 중 21위에 머물러 있다.

마무리투수인 좌완 태너 스캇과 우완 디글란 크로닌, 캘빈 포처 등이 주력 불펜 투수다. 지난해 한화 이글스에서 단 2⅔이닝만 던지고 부상으로 방출됐던 버치 스미스도 14경기에서 16⅓이닝을 소화하며 평균자책점 3.31을 기록하는 등 쏠쏠한 활약을 하고 있다.

반면 앤서니 벤더, 앤드류 나디 등은 평균자책점 7점대로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고, 대런 맥커헌, 앤서니 말도나도 등 메이저리그 경험이 거의 없는 투수들도 현재 엔트리에 포함돼 있다.

고우석이 경쟁력만 보여준다면 마이애미에선 충분히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셈이다.

결국 메이저리그 진입의 관건은 고우석 본인에게 달려있다. 시범경기부터 부진이 길어지면서 자신감이 다소 떨어져 있는데, 새로운 팀에서 마음을 다잡고 기량을 가다듬어야 한다. 시범경기와 마이너리그에서 보였던 모습을 잊고, 다시금 위력을 되찾아야만 한다.

starburyn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