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도 前 동료도 뜨거운 박수…전 'LG 클로저' 고우석, LG 상대로 세이브

서울시리즈 친선 경기서 9회 등판…홈런 맞았지만 승리 지켜
고우석, 26인 엔트리 포함돼야 개막 시리즈 출전 가능

1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미국프로야구(MLB) 공식 개막시리즈를 앞두고 열린 LG 트윈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스페셜 경기에서 9회말 마운드에 오른 샌디에이고 고우석이 역투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4.3.18/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등번호 19번, 'GO'가 새겨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유니폼을 입은 고우석(26)이 마운드에 오르자 고척돔이 들썩였다.

지난해까지 LG 트윈스 부동의 클로저였던 고우석은 '친정팀'을 상대로 공을 던졌는데 LG의 응원단과 팬들, LG 선수들로부터 모두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고우석은 18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LG와의 스페셜 매치에서 5-2로 앞선 9회말 등판, 1이닝 2피안타(1피홈런) 2탈삼진 2실점을 기록했다.

이날 경기에 앞서 마이크 실트 샌디에이고 감독은 고우석의 등판을 예고했다. 실트 감독은 "이전 팀 동료들과 경쟁할 텐데, 좋은 모습을 기대한다. 그로서는 여러 감정을 갖게 될 것 같다"고 했다.

정확히 등판 시점을 예고하진 않았는데, 실트 감독은 이날 경기의 마무리투수로 고우석을 올렸다. 한국에서 열리는 스페셜 경기에서, 친정팀을 상대하는 그를 배려한 셈이었다.

불펜에서 몸을 푼 고우석이 마운드로 향하자 모든 관중들은 환호성을 보냈다. LG 응원단과 팬들, LG 선수들까지 자리에서 일어나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고우석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냈다.

고우석이 LG를 상대로 공을 던지는 것은 작년까지는 '청백전'에서만 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2017년 LG에 1차 지명으로 입단한 고우석은 지난해까지 LG 한 팀에서만 뛰었다. 특히 2019년부터는 팀의 9회를 책임지는 마무리투수로 활약했고, KBO리그를 대표하는 '클로저'이기도 했다.

LG 염경엽 감독을 비롯해 선수들은 고우석이 등판한다면 '아웃 당하겠다'며 전 동료의 기를 살려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승부의 세계는 냉정했고, 생각처럼 되지 않는 것이 야구였다.

1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미국프로야구(MLB) 공식 개막시리즈를 앞두고 열린 LG 트윈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스페셜 경기에서 5-4승리를 이끈 샌디에이고 김하성이 모자를 벗은 채 LG 선수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공동취재) 2024.3.18/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고우석은 첫 타자 박해민에게 안타를 맞으며 불안하게 출발했다. 이후 김현종을 삼진으로 솎아냈지만, 대타 이재원에게는 2점홈런을 맞고 허탈한 표정을 지어야했다. 강하게 방망이를 돌렸던 이재원 역시 빠르게 내야를 돌며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그래도 더 이상 흔들리진 않았다. 고우석은 손호영을 삼진, 구본혁을 3루수 직선타로 처리하며 경기를 마무리했다. 비공식 경기였지만 샌디에이고 이적 후 첫 세이브이기를, 친정팀을 상대로 기록했다.

메이저리그 무대에선 '루키'인 고우석은 선배 김하성(29)과 달리 입지가 단단하진 않다. 당장 이틀 뒤로 다가온 개막 엔트리 출전 여부도 확신할 수 없다.

샌디에이고는 서울시리즈를 치르기 위해 한국행 비행기를 타면서 31인 로스터를 꾸렸다. 20~21일 개막 2연전에선 26인 로스터를 확정해야 한다.

첫 단추를 잘 꿰야 하는 고우석으로선 쉽지 않은 일정이지만, 그래도 끝까지 승리를 지켰다는 점에선 긍정적이었다. 무엇보다 LG 팬들과 관중들의 뜨거운 기운을 받으며 시즌을 대비하게 됐다.

starburyn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