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지게 '정글' 빠져나온 류현진, '메이저리그 대성공' 거두고 화려한 복귀

KBO리그서 ML 직행한 첫 선수로 최고의 활약 펼쳐
ML 통산 78승·ERA 3.27 기록, 2019년 ERA 1위 차지

류현진은 KBO리그에서 메이저리그에 직행한 첫 번째 한국인 선수로, 대단한 성공을 거뒀다. ⓒ AFP=뉴스1

(서울=뉴스1) 이상철 기자 =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37)이 메이저리그(MLB)에서 큰 성공을 거두고 12년 만에 '친정 팀' 한화 이글스로 돌아왔다. 화려한 복귀다.

한화 이글스는 22일 류현진과 계약기간 8년에 총액 170억원(옵트아웃 포함) 조건으로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최근 며칠간 야구계를 뜨겁게 달궜던 류현진의 거취가 최종 확정됐다.

2006년 프로로 입문한 류현진은 단숨에 국내리그 최고의 투수로 우뚝 섰다.

데뷔 첫 시즌부터 30경기에 등판해 평균자책점 2.23에 18승(6패)과 탈삼진 204개를 기록하며 투수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다. 그 화려한 전리품을 앞세워 류현진은 사상 초유의 최우수선수(MVP)와 신인상 동시 석권하는 새 역사를 썼다.

이후 류현진은 하위권을 맴도는 한화의 전력에도 꿋꿋하게 지신의 특별한 재능을 뽐냈다. 그는 2012년까지 7시즌 통산 190경기(1269이닝) 98승52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2.80 탈삼진 1238개라는 대단한 활약을 펼쳤다.

2012년 시즌을 마친 뒤 류현진은 보장된 성공을 뒤로 하고,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을 통해 강한 자만 살아남을 수 있는 '정글' 메이저리그 도전을 택했다.

당시까지만 해도 메이저리그에 진출해 크게 성공한 사례를 손에 꼽을 정도였고 박찬호와 김병현, 추신수 등 아마추어 신분으로 메이저리그의 문을 직접 두들긴 이들만 그 열매를 땄다.

KBO리그에서 활약한 선수들이 해외로 진출하는 경우는 대부분 일본 프로야구였다. 이상훈, 임창용, 진필중 등 포스팅에 도전한 이들도 있었지만, 메이저리그 구단의 형편없는 제안에 꿈을 접어야 했다.

하지만 월등한 기량을 뽐낸 류현진은 달랐다. 메이저리그 구단은 그의 포스팅에 관심을 보였고 다저스가 포스팅 응찰액으로 무려 2573만7737달러 33센트를 제안했다. 그때 기준 포스팅 역사상 4번째로 비싼 금액으로, 1312만달러의 스즈키 이치로보다 많았다.

당시 포스팅은 가장 비싼 응찰액을 제시한 구단이 한 달 동안 선수와 단독 협상을 할 수 있는 권리를 가졌다. 이후 류현진은 다저스와 줄다리기 협상 끝에 계약기간 6년, 총액 3600만달러 계약을 체결했다.

초특급 대우를 받은 류현진은 높아진 한국 야구의 위상을 알렸다. 동시에 KBO리그에서 메이저리그로 직행한 첫 번째 선수라는 상징적 인물이 됐다.

류현진이 2013년 4월 3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를 상대로 메이저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 AFP=뉴스1

그리고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데뷔전인 2013년 4월 3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전에서 6⅓이닝 3실점(1자책) 호투를 펼치며 자신을 향한 우려를 지워냈다. 그로부터 닷새 뒤 두 번째 등판인 피츠버그 파이리츠전에서는 6⅓이닝을 2실점으로 막고 첫 승리를 거뒀다.

이후 승승장구한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데뷔 시즌을 30경기(192이닝) 평균자책점 3.00 14승8패 154탈삼진의 성적으로 마쳤다. 2014년에도 평균자책점 3.38과 14승(7패)을 수확하며 메이저리그 정상급 투수로 발돋움했다.

위기가 없지는 않았다. 2015년 어깨 통증을 느낀 류현진은 결국 수술대에 올랐다. 재활 기간이 길고 구속이 떨어질 수 있는 어깨 수술은 투수에게 치명적이기 때문에 그의 복귀에 회의적 시선도 있었다. 2016년 돌아왔지만, 그는 한 경기만 던지고 다시 전열에서 이탈했다.

부상은 반복됐다. 2018년 5월 3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에서는 사타구니 근육이 찢어졌고, 3개월의 재활이 필요했다.

하지만 류현진은 오뚝이였다. 그해 후반기에 복귀한 그는 정교한 제구와 다양한 구종을 앞세워 보란 듯이 부활했다. 시즌 성적은 7승3패에 평균자책점 1.97이었다.

프리에이전트(FA) 신청을 1년 유보한 류현진은 2019년 평균자책점 2.32에 14승5패 탈삼진 163개를 거두며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평균자책점 타이틀을 차지했고,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투표 2위에 올랐다.

토론토 블루제이스 시절의 류현진. ⓒ AFP=뉴스1

2019년 시즌 종료 후에는 FA 시장에 나와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계약기간 4년, 총액 8000만달러 계약을 맺었다.

류현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단축 시즌으로 치러진 2020년 5승2패 평균자책점 2.69로 활약하며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투표 3위에 올랐다. 2021년에도 개인 시즌 최다승인 14승(10패)을 기록하며 자기 몫을 했다.

다만 토론토에서 보낸 마지막 두 시즌은 아쉬웠다. 2022년 6월에 팔꿈치 통증으로 다시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았고 14개월의 재활 끝에 2023년 8월 메이저리그 무대로 돌아왔다. 이 두 시즌에 류현진이 등판한 것은 17경기였고 투구 이닝도 총 79이닝에 그쳤다.

그래도 류현진은 복귀 후 11경기에서 3승3패 평균자책점 3.46을 기록하며 건재함을 입증했다.

류현진은 2013년부터 2023년까지 메이저리그 11시즌을 활동하면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통산 186경기에서 1055⅓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 3.27에 78승48패 1세이브 탈삼진 934개를 기록했다.

KBO리그에서 메이저리그에 직행한 선수 중 최고의 활약을 펼친 류현진은 떠날 때보다 더 화려한 조명을 받으며 한화로 돌아왔다.

rok195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