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같은 인연' 이정후-고우석, 빅리그 동반 데뷔 꿈 이뤘다
친구이자 처남-매제…이정후 SF행·고우석 SD 입단
같은 NL 서부지구 소속으로 투타 맞대결도 잦을 듯
- 권혁준 기자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동갑내기 친구이자 처남-매제 사이인 이정후(26·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고우석(26·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이 빅리그 동반 데뷔의 꿈을 이뤘다. 이들은 KBO리그에 이어 메이저리그(MLB)에서도 경쟁자이자 조력자로 함께 하게 됐다.
샌디에이고 구단은 4일(한국시간) "고우석과 2년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고우석의 계약은 2년 450만달러(약 59억원)를 보장하고 2026년 상호 옵션(300만달러)이 추가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5일 같은날 메이저리그 진출을 타진했던 이정후, 고우석은 이로써 둘 다 계약에 성공하게 됐다.
둘은 절친한 친구사이로 잘 알려져 있다. 이정후가 충암고, 고우석이 휘문고로 학교는 달랐지만 프로 데뷔 전부터 우정을 쌓아왔다.
2017년 이들은 프로무대에 데뷔했다. 이정후는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 고우석은 LG 트윈스에 각각 1차 지명 받을 정도로 둘 다 촉망받는 유망주였다.
이들은 빠르게 프로 무대에 적응했다. 이정후가 첫 시즌부터 3할을 넘기는 타율에 전 경기 출장으로 활약하며 신인왕에 올랐고, 고우석은 1·2년차 적응기를 거쳐 2019년부터 LG의 마무리 투수로 자리 잡았다.
2022년엔 이정후가 타격 5관왕을 달성하며 최우수선수(MVP)를 받았고, 고우석 역시 4승2패 42세이브에 평균자책점 1.48의 완벽한 성적으로 둘 모두 정점을 찍었다.
프로 데뷔 이후에도 경기장 안에선 선의의 경쟁을, 경기장 밖에선 우정을 쌓던 이정후-고우석은 2023시즌을 앞두고는 공식적인 '가족 관계'가 됐다. 고우석이 이정후의 동생인 이가현씨와 결혼을 하면서 고우석은 이정후의 매제, 이정후는 고우석의 처남이 됐다.
현역 시절 '바람의 아들'로 불렸던 KBO리그 전설 이종범 코치와 그 아들 이정후, 사위가 된 고우석까지 '바람의 가문'에 대한 관심은 어디서나 높았다.
이들의 운명같은 인연은 2024시즌에도 계속된다.
이정후가 먼저 4+2년 최대 1억1300만달러(약 1479억원)에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계약을 맺은 반면, 고우석의 계약 소식은 좀처럼 들리지 않으면서 둘은 잠시 멀어질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고우석이 협상 마감 직전에 극적으로 샌디에이고의 오퍼를 받았고, LG 역시 당초 협의한 금액에 미치지 못했음에도 고우석의 의지를 존중해 보내주기로 하면서 빅리그 진출이 확정됐다.
더구나 이정후의 샌프란시스코와 고우석의 샌디에이고는 같은 내셔널리그 서부지구로, 시즌 중 맞대결이 이뤄질 가능성도 매우 높다.
대형 계약을 체결한 이정후의 경우 이미 새 시즌 샌프란시스코의 리드오프 겸 중견수 자리를 낙점받았고, 고우석도 보직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샌디에이고의 불펜 한 자리를 꿰찰 것으로 보인다.
어린 시절부터 함께 야구를 하며 우정을 쌓았던 이들이 메이저리그 야구장에서도 함께 뛰는, 꿈만 같은 일이 현실이 된 셈이다.
한편 이정후와 고우석은 KBO리그에선 통산 12타석에서 맞붙었다. 고우석이 경기당 1이닝을 던지는 마무리투수였기에 7시즌을 뛰면서도 생각보다 맞대결이 많지는 않았다.
통산 전적은 12타석 10타수 3안타 1볼넷이었다. 이정후가 0.300의 타율로 나쁘지 않은 성적을 기록했고, 고우석은 삼진은 없었지만 3개의 안타 중 장타는 한 개도 없었던만큼 대등한 승부였다고 볼 수 있다.
2024시즌엔 메이저리그로 무대를 옮긴 이들의 선의의 경쟁이 또 하나의 볼거리가 됐다.
starburyn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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