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 "부담보다 기대…후배들의 길을 열어주는 선배가 되고파"[일문일답]

KBO 제패 후 MLB 샌프란시스코와 대형 계약
"부모님 필요하신 선물 드릴 것…고우석과는 조카 얘기만"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6년 1억1300만달러(약 1468억원) 계약을 맺으며 메이저리그(MLB) 진출의 꿈을 이룬 이정후가 19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 터미널을 통해 귀국해 취재진에게 소감을 밝히고 있다. 2023.12.19/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인천공항=뉴스1) 문대현 기자 = KBO리그를 점령하고 미국 진출에 성공한 이정후(25·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부담보다는 기대감이 크다고 말했다.

최근 샌프란시스코와 6년 1억1300만달러(약 1462억원) 대형 계약을 맺은 이정후는 19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금의환향했다.

이날 입국장에는 취재진과 팬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다소 상기된 표정 속에 모습을 드러낸 이정후는 "명문 구단에 좋은 조건으로 계약하게 돼 기쁘다. 부담 대신 기대가 크다. 내게 좋은 계약을 안겨준 만큼 성적으로 구단에 보답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정후는 부모님께 감사의 인사를 빼놓지 않았다. 그는 "엄마의 헌신이 없었다면 내가 이렇게 클 수 없었다. 아버지가 현역 시절 내게 해주지 못했던 것을 엄마가 다 해주셨다"고 전했다.

이어 "아버지도 나를 믿어주고 내가 선택한 것에 대해 한 번도 반대하지 않았다. 아버지께도 감사하다. 이제 부모님께 좋은 선물을 해야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미국 진출을 앞두고 있는 매제이자 친구 고우석(25)과는 조카 얘기만 간단히 주고 받았다고 한 이정후는 "한국의 다른 선수들도 목표를 높게 잡고 미국 무대에 도전했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끝으로 그는 "한국에서 받은 팬들의 응원과 함성을 잊지 않고 미국에서 열심히 하겠다. 많이 응원해달라"고 당부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6년 1억1300만달러(약 1468억원) 계약을 맺으며 메이저리그(MLB) 진출의 꿈을 이룬 이정후가 19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 터미널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2023.12.19/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다음은 이정후와 일문일답.

-계약 소감은.

▶초등학교 때 메이저리그의 꿈을 꾸었고 도쿄 올림픽 때 다시 꿈을 키웠다. 부담보다 기대가 크다. 이제 1차적인 목표를 이뤘으니 잘 해야 한다.

-샌프란시스코의 오퍼를 받았을 때 기분은.

▶다리에 힘이 풀렸다. 이전에 진출했던 선배님들에 비해 계약이 일찍 마무리 돼 여러 감정이 교차했다. 단장님이 한국에 와주시고 협상하는 데 있어서도 가장 나를 원하는 기분이 들었다. 구단에서 투자해주신 만큼 걸맞은 플레이를 보여드려야 할 것 같다.

-홈 구장 오라클파크를 밟았을 때 느낌은.

▶키움 구단에서 메이저리그 구장 견학 갔을 때를 제외하면 처음 메이저리그 구장에 갔는데 정말 좋더라. 그냥 '거대하다', '웅장하다', '좋다' 이런 생각만 들었다.

-오타니 쇼헤이의 입단식 때 반려견이 화제가 됐는데 이정후도 반려견이 주목 받았다.

▶오타니와 비교는 솔직히 말이 안 된다. 나는 오타니와 견줄 만한 선수가 아니다. 오타니는 전세계적으로 야구를 가장 잘하는 선수고 난 이제 시작하는 단계의 선수다. 계약 금액도 비교가 안 된다.

-부모님께 전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어머니의 헌신이 없었다면 내가 이렇게 클 수 없었다. 아버지가 현역 시절 때 내게 해주지 못했던 것을 어머니가 해주셨다. 아버지 역시 한 번도 내 선택을 반대하지 않으셨다. 믿어주셔서 감사하다. 좋은 선물을 드리고 싶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6년 1억1300만달러(약 1468억원) 계약을 맺으며 메이저리그(MLB) 진출의 꿈을 이룬 이정후가 19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 터미널을 통해 귀국해 취재진에게 소감을 밝히고 있다. 2023.12.19/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매제인 고우석도 메이저리그 도전을 준비 중이다.

▶계약 후 (고)우석이가 축하한다고 연락해줬다. 이후 다른 얘기는 하지 않았다. 그냥 조카 잘 있냐고 물어봤다.

-계약 내용에 있어서 가장 만족스러운 부분은.

▶다 감사하지만 중간에 기부할 수 있는 조항을 넣었다. 미국은 연고지 선수가 잘 되면 지역사회에 기부하는 게 있는데 나도 그렇게 할 수 있게 돼 좋았다.

-목표가 있다면.

▶당장 목표를 세우기보다 매 경기 팀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스플래시 히트(오라클파크의 우측 담장을 넘겨 맥코비만 바다로 공을 보내는 장외 홈런) 홈런은 꼭 한 번 쳐보고 싶다.

-한국에 있는 후배들에게 해줄 조언은.

▶김혜성 등 한국에 나보다 훨씬 재능이 뛰어난 선수들이 많기 때문에 지금에 안주하지 않고 목표를 크게 잡고 더 열심히 하면 좋겠다. 그러다 보면 기회가 올 수 있다. 내가 (김)하성이형의 덕을 보고 좋은 계약을 할 수 있었기에 나 역시 잘 해서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주고 싶다.

-오라클파크가 펜스가 높아 투수 친화적인 구장이다.

▶내가 홈런 타자가 아니라 좌우를 가를 수 있는 타구를 날려야 할 것 같다. 수비는 우중간이 어려울 것 같다. 펜스가 벽돌로 돼 있어서 어디로 튈지 몰라 더 신경 써야 한다.

-타격폼을 수정할 생각 있는지.

▶당장은 없다. 난 젊으니 일단 부딪쳐 볼 생각이다. 그보다 일단 국내에서 운동을 꾸준히 하고 일정이 나오는 대로 미국에 가서 몸을 만들겠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6년 1억1300만달러(약 1468억원) 계약을 맺으며 메이저리그(MLB) 진출의 꿈을 이룬 이정후가 19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 터미널을 통해 귀국한 후 손인사를 하고 있다. 2023.12.19/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팬들에게 한마디.

▶7년 동안 감사했다. 한국에서 받은 응원을 잊지 않고 미국에서도 열심히 하겠다. 계속 응원해주시면 좋겠다.

eggod611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