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값'이 된 선발투수…'37세' 류현진도 높게 평가 받을까
수술 받은 말리 2200만달러…'하향세' 플래허티 1400만달러
류현진 원하는 팀도 적지 않아…계약 기간 등이 변수될 듯
- 권혁준 기자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메이저리그(MLB)에서 선발투수 몸값이 그야말로 '금값'이 된 모양새다.
데뷔전을 치르기도 전에 이미 총액 3억달러(약 3885억원)를 호가하고 있는 야마모토 요시노부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대어급으로 꼽히지 않더라도 어느 정도 활약이 기대되는 선발투수에게는 1000만달러(약 129억5000만원) 계약이 쉽게 이뤄지는 분위기다.
이같은 흐름은 어느덧 선수 생활 '황혼기'에 접어들고 있는 류현진(36)에겐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토론토 블루제이스와의 4년 계약이 끝나고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 나온 류현진은 전성기만큼의 후한 대우는 받지 못하더라도 여전히 나쁘지 않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텍사스 레인저스는 지난 15일(한국시간) 우완 투수 타일러 말리(29)와 2년 총액 2200만달러에 계약했다.
말리는 2018년부터 올해까지 6시즌동안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한 투수다. 통산 132경기에서 33승41패 평균자책점 4.30을 기록한 말리는 압도적인 투수는 아니지만 4~5선발로 로테이션을 소화할 능력은 충분하다.
문제는 말리가 올 5월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토미존 서저리)을 받았다는 점이다. 토미존 수술은 투수들이 흔하게 받는 수술이지만, 재활 기간은 최소 1년 이상이 소요된다. 2022년 6월에 수술을 받았던 류현진도 올 8월에야 빅리그에 복귀할 수 있었다.
이에 따라 말리는 내년 전반기에는 등판이 불가하고 후반기에야 등판할 수 있다. 텍사스는 사실상 2년이 아닌 1년 반 정도의 기간에 연 평균 1100만달러를 투자한 것이다.
물론 말리가 2년간 같은 연봉을 받는 것은 아니다. 계약 세부 내용을 보면 말리는 2024년에는 550만달러를 받고 2025년엔 1650만달러를 받는다. 여기에 500만달러의 인센티브와 제한적인 트레이드 거부권도 걸려있다.
반 시즌을 뛸 수 있는 내년에 550만달러는 이해할 수 있다고 해도, 잘해도 4~5선발급의 활약이 기대되는 선수에게 1500만달러 이상의 연봉을 안겨주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뿐이 아니다. 같은날 디트로이트 타이거스는 우완 잭 플래허티와 1년 1400만달러에 계약했다.
플래허티는 2019년 11승8패 평균자책점 2.75의 활약을 펼친 적이 있지만, 2021년 이후로는 잦은 부상으로 예전만큼의 활약을 펼치지 못한 투수다. 올 시즌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서 뛰다 시즌 도중 볼티모어 오리올스로 트레이드됐고, 볼티모어에선 9경기(7선발)에서 1승3패 평균자책점 6.75로 크게 부진했다.
1년 계약으로 리스크가 크지 않고, 반등의 여지가 있다는 점을 감안해도 1400만달러의 계약은 적지 않은 금액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류현진과 동갑내기인 베테랑 선발투수 랜스 린은 세인트루이스와 2년 최대 2500만달러에 계약했다. 류현진과 마찬가지로 한때 활약했던 경험이 있지만 나이를 먹으면서 하향세를 타고 있는 투수인데, 역시 후한 대우를 받았다.
이같은 흐름에 비춰보면 류현진 역시 연 평균 1000만달러 이상의 계약은 가능할 수 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KBO리그에서 외국인투수 풀이 바닥났다고 할 정도로 메이저리그 전체적으로 괜찮은 선발투수를 찾는 것이 쉽지 않아졌기에, 각 팀들이 어느 정도 검증된 선발투수에게는 적지 않은 금액을 투자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류현진이 원하는 '다년 계약'은 쉽지 않을 수 있다. 내년이면 만 37세가 되는데다, 큰 수술을 받고 돌아온 지 얼마되지 않았기에 선뜻 다년 계약을 제시하는 팀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계약한 린 역시 계약 두 번째 해에는 구단의 의사에 따라 연장 여부가 결정되는 '팀 옵션'이 걸려있다.
올해 하반기 돌아온 류현진은 여전히 빅리그에서도 충분한 경쟁력을 가진 선발투수라는 점을 입증했다. 그를 원하는 팀은 여전히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다년 계약을 고집한다면 계약 시기는 생각보다 늦어질 수도 있다.
starburyn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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