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대우이면서 이상한 계약…오타니, 돈보다 우승을 원했다

[야구오디세이]LA 다저스와 10년 7억달러 계약
다저스 외 팀과도 지급 유예를 협상 카드로 활용

오타니 쇼헤이. 2023.3.9/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이상철 기자 = 10년 7억달러(약 9188억원)라는 초대형 계약을 체결했으나, 결과적으로 오타니 쇼헤이(29·LA 다저스)는 돈이 아닌 우승을 최우선 가치로 삼았다.

5억달러 이상의 계약도 없던 북미 프로스포츠 역사에서 처음으로 7억달러 시대를 연 선수가 최고 대우를 따지지 않았다는 것이 이상하게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 그는 그런 선택을 했다.

이번 메이저리그(MLB) 프리에이전트(FA) 시장의 최대어로 꼽힌 오타니는 10일(한국시간) 다저스 유니폼을 입기로 했다고 밝혔다.

전 세계 야구팬들은 그의 계약과 관련해 두 번이나 깜짝 놀랐다. 먼저 오타니가 천문학적인 금액을 받은 것에 대해 입을 다물지 못했고, 그 금액의 97%인 6억8000만달러(약 8925억원)를 계약기간이 끝난 뒤에 받는다는 사실에 귀를 의심해야 했다.

메이저리그에서 선수의 연봉 일부를 계약 기간 이후에 지급하는 방식은 드문 일이 아니다. 다저스에서 오타니와 강타선을 이룰 무키 베츠와 프레디 프리먼도 앞서 지급 유예 조항을 계약서에 삽입했다.

일반적으로 지급 유예는 구단에 유리한 조항이다. 선수들은 화폐 가치 하락,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해 최대한 많은 금액을 계약 기간에 받기를 희망한다.

하지만 오타니는 이전 지급 유예가 포함된 계약과 다른 '이상한' 계약을 체결했다. 연봉의 상당 부분이 후불 지급될 것으로 보도됐지만, 그 상당 부분이 97%일 거라는 걸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다.

앞서 언급한 베츠와 프리먼도 지급 유예되는 금액이 계약 총액의 ⅓ 수준이다. 베츠는 3억6500만달러(약 4791억원) 중 1억1500만달러(약 1509억원)를, 프리먼은 1억6200만달러(약 2126억원) 중 5700만달러(약 748억원)를 계약이 끝난 뒤 받기로 했다.

오타니 쇼헤이는 2018년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뒤 한 번도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지 못했다. ⓒ AFP=뉴스1

여기에 오타니는 2034년부터 2043년까지 6억8000만달러를 분할해 받는데 무이자가 적용된다. 경제적 측면에서도 본다면 선수 본인에게 전혀 득이 될 것이 없는 계약 내용이다.

심지어 오타니는 2024년부터 2033년까지 다저스에서 매년 200만달러(약 26억원)만 수령하는데, 이 금액은 루키급 선수들이 받는 수준이다. 오타니는 당장 돈을 많이 받을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오타니는 다저스와 협상에서만 지급 유예 카드를 꺼내지 않았다. 현지 매체 LA 타임스에 따르면 오타니는 다저스 외에 협상을 벌인 토론토 블루제이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등 팀들에도 지급 유예를 먼저 제안했다. 다저스가 아닌 다른 팀으로 오타니가 이적했어도 파격적인 지급 유예 계약이 체결됐을 것이다.

이는 오타니가 오직 우승만을 생각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오타니는 닛폰햄 파이터스에서 뛰던 2016년 일본시리즈 우승을 경험했는데 그것이 그의 마지막 '가을야구'였다. 닛폰햄은 오타니의 일본프로야구 마지막 시즌인 2017년에 퍼시픽리그 5위에 그쳐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2018년 포스팅 시스템을 거쳐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오타니는 투타 겸업을 약속한 LA 에인절스와 계약했으나 팀 전력이 너무 약했다. 그는 에인절스에서 6시즌을 뛰면서 한 번도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지 못했다.

오타니는 지난해부터 우승에 도전하고 싶다는 의사를 여러 차례 피력하는 등 포스트시즌 진출과 월드시리즈 우승에 대한 강한 열망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는 이를 기준점으로 삼아 메이저리를 대표하는 강팀들과 협상을 벌인 끝에 다저스 유니폼을 입기로 했다. 다저스는 매년 월드시리즈 우승을 노리는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최강팀이다.

나아가 오타니는 지급 유예를 택함으로써 다저스가 더 강한 팀을 만들 수 있는 토대를 제공했다. 재정 압박을 덜게 된 다저스는 경쟁력 있는 선발 투수 추가 보강이 가능해졌다.

오타니 쇼헤이는 2023 WBC에서 일본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 AFP=뉴스1

이번 오타니의 지급 유예와 관련해 꼼수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지만, 규정 위반은 아니다. 노사 단체협약에는 지급 유예와 관련 금액, 기간 등 구체적 제한이 없다.

오타니는 우승만을 바라봤고,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손해를 감수하며 독특한 계약을 했다. 그 우승에 대한 강한 의지는 다저스가 오타니 영입을 공식 발표한 보도자료에도 담겨있다.

오타니는 구단을 통해 "나는 팬 여러분, 다저스 구단과 같은 목표를 공유하고 있다고 100% 확신한다. 그것은 로스앤젤레스(LA) 거리에서 월드시리즈 우승 퍼레이드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rok195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