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이 선수⑥] 양희영과 김주형에게는 더욱 특별할 파리 올림픽

막차 탄 양희영…리우 4위 아쉬움 씻고 메달 도전
항저우 AG 못 간 김주형, 올림픽서 비장한 각오

편집자주 ...파리 올림픽은, 역대 최악의 성적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많은 대회다. 아예 본선 티켓을 놓친 종목들이 많아 선수단 규모도 크게 줄었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이고, 각본 없는 드라마라 불리는 스포츠에서 섣부른 예측은 오판을 불러올 뿐이다.
어려울 때 탄생한다는 영웅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 태극전사들은 주위 목소리에 신경 쓰지 않은 채 마지막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그들의 면면을 보면, 암울한 전망은 밝은 기대로 바뀐다.

극적으로 파리 올림픽 출전 티켓을 거머쥔 양희영(35). ⓒ AFP=뉴스1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우여곡절 끝에 극적으로 올림픽 티켓을 거머쥔 양희영(35)과 지난해 아시안게임에 나가지 못한 설움이 있는 김주형(22·나이키골프). 남녀 골프 대표팀의 '에이스'로 기대를 모으는 이들에게 파리 올림픽 무대는 더욱 특별하다.

양희영의 올림픽 출전 과정은 드라마틱했다. 올 시즌 내내 부진을 겪으며 랭킹이 하락한 양희영은 올림픽 명단을 확정하는 마지막 대회에서 정상에 올랐다.

그 대회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메이저대회인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으로, 양희영은 2라운드에서 선두로 올라선 뒤 한 번도 선두 자리를 놓치지 않으며 생애 첫 메이저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시즌 내내 부진했던 선수의 기량이라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이 결과로 양희영은 단숨에 세계랭킹 20계단을 끌어올리며 올림픽 출전을 확정했다. 랭킹 3위의 고진영(29·솔레어)보다 2계단 낮은 순위지만, 최근의 흐름을 보면 양희영에게 기대감을 가질 만하다.

양희영은 이미 지난해에도 모두를 놀라게 한 일이 있었다. 시즌 최종전인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2019년 이후 5년 가까이 우승이 없었던 선수가, 시즌 중 가장 많은 상금이 걸린 무대를 제패하며 부활을 알린 것.

양희영은 사실 부상과 부진의 기간이 길어져 은퇴까지 고민했던 선수다. 지난해 그리고 올해 우승을 하는 과정에서도 메인스폰서가 없어 민무늬 모자에 '스마일' 무늬를 그려 넣고 경기를 하는 모습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래서 더 극적이다.

어려운 시간을 거친 만큼 절실함은 누구보다 강하다. 적지 않은 나이에 기량도 꺾이는 듯했지만, 다시금 일어서겠다는 강한 의지다.

올림픽 무대에 대한 갈증도 있다. 그는 8년 전 리우 올림픽에 출전해 4위를 마크했다. 3위를 차지한 펑산산(중국)과는 단 한 타 차밖에 나지 않은 아쉬운 결과였다.

'절친' 박인비 없이 맏언니로 출격하는 이번 대회에선 메달을 목표로 달린다.

김주형(22·나이키골프). ⓒ AFP=뉴스1

김주형은 남녀 골프 대표팀을 통틀어 '막내'다. 2002년생의 어린 나이지만, 한국 남자 선수 중에선 가장 높은 랭킹(17위, 7월 첫째 주 기준)으로 당당히 올림픽 출전권을 손에 쥐었다.

김주형 역시 국가대표에 대한 동경을 가지고 있다. 김주형은 어린 시절부터 해외 곳곳을 떠도는 '골프 노마드' 생활을 한 탓에 아마추어 시절에도 태극마크를 달아보지 못했다.

그러던 그에게 왔던 기회가 지난해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이었다. 세계랭킹을 기준으로 한국 선수 '톱랭커'로, 프로 선수 2명에게 할당된 티켓을 거머쥘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대한골프협회는 대회가 1년 미뤄지기 전 정해졌던 명단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고, 김주형은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김주형은 아시안게임이 폐막한 지 일주일 뒤 열린 슈라이너스 칠드런스 오픈에서 '타이틀 방어'에 성공하며 다시금 자신의 이름을 널리 알렸다.

그리고 시작된 2024시즌. 김주형은 캐디 교체와 잔부상 등으로 초반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랭킹이 하락하며 한때 안병훈에게 한국 랭킹 1위를 내줬고 임성재의 추격을 허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6월 들어 반등의 조짐을 보였고 캐나다 오픈 공동 4위, US 오픈 공동 26위 등으로 선전하며 한국랭킹 1위 자리를 지켰다.

올림픽 출전을 확정한 뒤 이어진 트래블러스 챔피언십에선 세계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미국)와 연장 혈투를 벌인 끝에 준우승을 차지하며 샷감이 완전히 돌아왔음을 증명해 보였다.

김주형은 파리 올림픽이 열리는 코스의 '예행연습'도 이미 마쳤다. 지난해 9월 열린 DP월드투어 프랑스 오픈에 출전한 그는 첫날 단독선두에 나서는 등 활약을 이어간 끝에 공동 6위를 기록했다.

starburyn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