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문의 부활 샷, 한국오픈 첫날 공동선두…"나 아직 죽지 않았다"
버디 6개 4언더파…"최경주 선배보고 영감 받아"
2008·2009 우승 경험…"우승 욕심 많이 난다"
- 권혁준 기자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한때 한국 남자 골프를 대표하는 선수였으나 오랜 시간 슬럼프에 빠졌던 배상문(38·키움증권)이 한국오픈 첫날 공동선두에 나서며 부활을 예고했다.
배상문은 20일 충남 천안시 우정힐스 컨트리클럽(파71)에서 열린 코오롱 제66회 한국오픈 골프선수권(총상금 14억 원) 1라운드에서 버디 6개와 보기 2개를 묶어 4언더파 67타를 적어냈다.
권성열(38·BRIC), 강경남(41·대선주조)과 동타를 이룬 배상문은 오후 2시 50분 현재 공동 선두로 리더보드 최상단에 올라 있다.
배상문은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통산 9승에 미국프로골프(PGA)투어 2승, 일본프로골프투어(JGTO) 3승 화려한 전적을 가지고 있다. '탱크' 최경주의 뒤를 잇는 남자 골프 '에이스'로 각광받았다.
하지만 2017년 전역 이후 부진의 시간이 길어졌고 이렇다 할 활약이 없었다.
현재는 PGA 2부투어인 콘페리 투어 조건부 시드만을 가지고 있다.
최근 국내에 체류하고 있는 배상문은 2주 전 열린 KPGA 선수권에서 전가람(29)에 이어 준우승을 차지하는 등 조금씩 예전의 감을 되찾는 모습을 보였는데, 한국오픈에서도 첫날부터 선두에 나서며 기대감을 높였다.
배상문은 경기 후 "KPGA 선수권부터 상위권을 차지하면서 감이 좋은 상태로 경기에 임했다"면서 "2주 전엔 퍼팅이 부진했는데, 오늘은 한 홀 정도를 빼놓고는 괜찮았다. 다만 아이언 샷이 별로였어서 더 연습해야 한다"고 했다.
배상문은 2008년과 2009년 한국오픈에서 2연패 한 경험도 있다. 아직 첫날 경기만 마쳤을 뿐이지만, 이번 대회에서 우승한다면 15년 만에 영광을 재현할 수 있다.
그는 "한국오픈을 떠나 우승 자체가 굉장히 오랜만인 게 확실하다"며 웃은 뒤 "KPGA 선수권에서 선두 경쟁을 하면서 오랜만에 설렘과 긴장, 불안을 느낀 것이 전환점이 됐다. 좋은 성적 이후 지난주 연습을 많이 하면서 부족한 부분도 채웠다"고 했다.
이어 "동료들이 이번 주 기회가 올 것이라고 많이 응원해 줬다"면서 "우승은 4일 동안 잘해야 가능하지만 많이 욕심난다"고 덧붙였다.
부진한 기간에도 골프에 대한 '열정'만큼은 여전했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연습을 게을리하거나 골프에 소홀히 한 적은 한순간도 없었다"면서 "성적이 잘 나오지 않아도 스스로 골프를 미워하지 않으려 노력했고, 그러다 보니 긍정적인 마인드가 생겼다"고 했다.
지난달 SK텔레콤 오픈에서 우승하며 노익장을 과시한 최경주 역시 큰 동기부여가 됐다고 했다.
배상문은 "최경주 프로의 경기를 시청하며 영감을 받았다. 시니어인데도 노력하시는 모습은 젊을 때와 같았다"면서 "세대는 조금 다르지만 식지 않는 열정과 도전하는 모습을 존경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사실 배상문 역시 도전을 이어가는 것은 최경주와 다르지 않다. PGA투어 시드를 잃었음에도 2부투어에 남아 복귀를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한국에서 뛸 생각은 당연히 있지만, 몇 년 더 해 보고 판단하려고 한다"면서 "아직 배상문이 죽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스스로도 아직 보여주고 싶은 것이 많다"고 강조했다.
starburyn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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