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A 무관 계속됐지만, 한국서 낭보…'첫승' 김효주 "보약 잔뜩 먹은 기분"
국내 개최 유럽투어서 와이어 투 와이어…2R 우천 중단 '행운'도
"파리 올림픽 앞두고 좋은 계기…더 자신 있게 나갈 수 있을 것"
- 권혁준 기자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태극낭자군단'의 올 시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무관' 행진이 계속되고 있다. 그래도 한국에선 낭보가 전해졌다. LPGA투어 대신 국내에서 열리는 레이디스 유러피언 투어(LET) 출전을 선택한 김효주(29·롯데)가 기분 좋은 첫 승을 거다.
김효주는 지난 12일 경기 고양시 뉴코리아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LET 아람코 시리즈 코리아(총상금 100만달러) 최종 3라운드에서 4언더파를 추가, 최종합계 10언더파 206타로 2위 찰리 헐(잉글랜드·7언더파 209타)을 따돌리고 우승을 차지했다.
김효주는 이번 대회에서 사흘 내내 선두 자리를 놓치지 않는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으로 유럽투어 개인 첫 승을 기록했다.
이 대회에 걸린 우승 상금은 7만5000달러(약 1억원)로, 같은 날 끝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대회 우승 상금(1억4400만원)보다 적다. 애초 규모가 크지 않은 대회였던데다, 개인전과 단체전으로 구분돼 있어 총상금 대비 우승 상금이 크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김효주에겐 이번 대회 우승의 의미가 크다. 올 시즌 LPGA투어 무대에서 부침을 겪으며 좀처럼 임팩트를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효주는 이 대회 전까지 LPGA투어 7개 대회에 출전해 '톱10' 2번에 그쳤다. 혼다 타일랜드 공동 5위, 포드 챔피언십 공동 8위 등으로 우승 경쟁을 벌인 적도 없었다.
오랫동안 10위권 이내를 유지했던 세계랭킹도 12위까지 내려앉았으 김효주에겐 새로운 전환점이 필요했다.
김효주는 "이번 대회 전까지 올 시즌 성적이 아쉬웠다"면서 "한국에서 대회를 치르면서 기분 좋게 마무리한 것이 터닝포인트가 될 것 같다. 한국에서 보약을 잔뜩 먹은 기분"이라며 웃어 보였다.
이번 대회에선 '행운'도 김효주의 편이었다. 그는 첫날 4언더파로 단독 선두에 올랐는데, 2라운드에선 전반 9개 홀에서 이븐파에 그치는 등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많은 비가 쏟아져 내리면서 2라운드를 다 마치지 못한 채 경기가 중단됐고, 김효주는 마지막 날 2라운드 잔여 홀을 포함해 26개 홀을 돌며 6타를 추가로 줄였다.
김효주도 "2라운드에서 분위기가 좋지 않았는데 경기 중단이 되면서 다시 흐름을 잡을 수 있는 기회가 됐다"면서 "26홀을 도는 것은 체력이 부담됐지만 끝까지 잘 유지했다"고 했다.
올 시즌은 올림픽이 열리는 특별한 해이기도 하다. 이전보다 떨어졌지만, 여전히 고진영(5위)에 이어 한국 선수 중 두 번째로 세계 랭킹이 높은 김효주는 올림픽 출전 가능성이 높다.
2020 도쿄 올림픽에서 공동 15위로 아쉬움을 삼켰던 김효주는, 두 번째로 올림픽 무대를 밟는다면 반드시 금메달을 목에 걸겠다는 각오다. 그리고 이번 대회 우승을 통해 자신감을 찾았다.
김효주는 "이번 대회가 생각처럼 잘 됐다. 그 덕에 미국 대회도, 올림픽도 자신감 있게, 에너지 있게 해 나갈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13일 끝난 LPGA투어 코그니전트 파운더스컵에선 로즈 장(미국)이 우승했다. 2연패를 노리던 고진영(29·솔레어), 3라운드까지 3위를 달리던 김세영(31·메디힐) 모두 우승엔 실패하며 한국 선수들의 무관 행진은 11개 대회로 늘어났다.
올림픽이 다가오는 상황에서 썩 좋은 징조는 아니지만, 그래도 유럽투어에서 김효주가 첫 승의 물꼬를 텄다는 점은 기대감을 높일 수 있는 부분이다.
'보약'을 제대로 들이킨 김효주는, 한국에서 휴식을 이어간 뒤 이달 말 열리는 US 여자 오픈에서 LPGA투어 대회에 복귀할 예정이다.
starburyn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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