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재 "쉼없이 달린 5년…이룬 것보다 이룰 게 더 많아" [인터뷰]

5년 연속 투어 챔피언십 진출, AG 金 획득에 '롱런' 조건도 갖춰
"메이저 우승·파리 올림픽 金 목표…의지 강하면 못할 게 없어"

임성재(25·CJ). ⓒ AFP=뉴스1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한국인 최초의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신인왕, '명인열전' 마스터스 토너먼트 준우승, 국가대항전 프레지던츠컵 출전, 5년 연속 투어 챔피언십 출전, 아시안게임 금메달.

지난 5년 간 임성재(25·CJ)가 이룬 성과다. 그동안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를 호령하던 '태극낭자군단'의 위세에 상대적으로 위축됐던 남자 골프는 임성재를 시작으로 이경훈(32), 김시우(28·이상 CJ), 김주형(21·나이키골프) 등이 활약을 펼치며 '르네상스'를 맞이했다. 그 시작이 임성재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임성재 스스로도 지난 5년 간 자신이 이룬 것들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임성재는 "5년동안 쌓은 기록들을 보면 '나쁘진 않구나', '잘하고 있구나'하는 생각에 뿌듯함도 느낀다"며 "요즘엔 PGA투어에서도 한국선수들이 많다보니 서로 동기부여도 되고, 멘탈도 더 강해지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 만족하기엔 이르다. 그는 "지금까지 이룬 것보다 앞으로 이뤄야할 게 더 많다"면서 "난 욕심이 많고, 골프 선수로 이루고 싶은 꿈도 많다"고 말했다.

임성재는 프로로 전향한 후 일찌감치 PGA투어 진출에 뜻을 두고 미국으로 향했다. PGA 2부투어의 퀄리파잉 토너먼트를 2위로 통과한 뒤 그 해 신인왕을 받았다. 이후 PGA투어에 입성한 2018-19시즌엔 아시아 선수 최초로 신인상을 받았다.

임성재는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갔다. 2020년 혼다 클래식에서 투어 첫 우승을 일궜고 그해 마스터스 토너먼트에선 준우승을 차지했다. 그리고 2021년엔 슈라이너스 칠드런스 오픈에서 두 번째 우승을 기록했다.

2021년 이후 PGA투어에서 우승을 추가하진 못했지만, 그래도 임성재는 여전히 꾸준한 기량을 과시하고 있다.

5월 열린 KPGA 코리안투어 우리금융 챔피언십에서 우승했던 임성재. (KPGA 제공)

올해 역시 마찬가지였다. 31개 대회에서 우승은 없었지만 '톱10' 9번을 기록했고 플레이오프에서 활약을 이어가며 최종전인 투어 챔피언십 무대를 또 다시 밟았다. 5년 연속 출전이라는 한국 선수 최초의 성과다.

임성재는 "시즌 중반에 체력이 떨어지면서 스윙 밸런스가 깨져 두 달 정도 경기력이 안 좋아진 적이 있었다"면서 "그래도 멘탈을 다잡고 고비를 넘겼고, 쉽지 않아 보였던 투어 챔피언십 진출까지 이뤘다"고 말했다.

PGA투어에선 '무관'이었지만 국내 무대인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우리금융 챔피언십에서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특히 마지막 날 5타 차를 뒤집은 역전 우승으로 '클래스'를 증명해냈다.

임성재는 "오랜만에 국내에서 갤러리들이 보는 가운데 우승을 차지했다"면서 "PGA투어에선 우승하지 못했지만 국내 우승 역시 뜻깊은 성과였다"고 돌아봤다.

가장 의미 있던 순간은 아시안게임이었다. 1년이 미뤄지는 곡절 끝에 출전한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임성재는 김시우, 장유빈, 조우영과 함께 단체전 금메달을 합작했다. 해외에서 활동하는 그에게 가장 큰 문제 중 하나였던 병역 문제를 해결하면서 앞으로의 골프 인생에 탄탄대로가 열렸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골프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임성재. /뉴스1 DB ⓒ News1 김성진 기자

임성재는 "1년이 연기되면서 나를 비롯한 4명이 모두 오랫동안 기다린 대회였다"면서 "그래도 성과가 나와서 큰 보람을 느꼈다. 개인적으로는 PGA투어에서 '롱런'할 수 있게돼 감사하다. 앞으로 경기에 더 많이 집중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아시안게임 이후로는 '대중적인 인지도'도 높아진 것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그전까지는 골프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알아봐주셨다면,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고 나서는 더 많은 분들이 알아보고 축하 인사도 건내주셨다"며 웃었다.

특히 2023년은 결혼 후 아내와 함께 한 첫 시즌이었다는 점에서 더 의미가 깊었다고. 지난해 12월 결혼한 임성재는 아내의 든든한 내조 속에 한 시즌을 치렀다.

그는 "확실히 색다른 경험이었다. 아내가 1년 내내 옆에서 함께 해주다보니 경기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 안정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미 많은 것을 이뤘지만, 임성재에게 만족은 없다.

당장 내년 열리는 파리 올림픽에도 출전해 금메달을 목에 거는 것이 가장 큰 목표다. 그는 2021년에 열린 도쿄 올림픽에서 공동 22위에 그쳤던 그는 다시 한번 각오를 다지고 있다.

임성재. ⓒ AFP=뉴스1

그는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땄지만, 올림픽은 또 다른 느낌"이라면서 "올림픽에 출전할 자격이 된다면 당연히 태극마크를 달고 톱랭커들과 겨뤄보고 싶다"고 말했다.

또 하나의 목표는 메이저대회 우승이다. 마스터스에서 준우승했던 한풀이를 언젠가는 해보겠다는 각오다.

그는 "마스터스는 메이저대회 중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대회"라면서 "마스터스가 아니더라도 메이저대회 정상에 오른다면 어떤 느낌일 지 궁금하다"고 했다.

올림픽 금메달과 마스터스 챔피언. 어렵고도 크게만 느껴지는 목표지만, 임성재는 의지만 있다면 불가능은 없다는 생각이다.

그는 "어떻게 생각을 하고 마음을 먹느냐에 따라 준비 과정도, 결과도 달라진다"면서 "할 수 있다고 분명하게 마음을 먹으면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starburyn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