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회장 3선 도전 이기흥 "난 결백한데 왜 악마화 하나"(종합)

"사심 없이 일해…이대로 그만 두는 것이 무책임"
"나이 많아 IOC 위원 종료? 다시 신청할 수 있어"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23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42대 대한체육회장 선거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2024.12.23/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서울=뉴스1) 이재상 기자 = 이기흥(69) 대한체육회장 겸 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이 제42대 대한체육회장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하면서 자신을 향한 각종 의혹에 대해 적극 반박했다. 그는 "그동안 많은 논란과 억측이 있었다. 이대로 그만두는 것은 너무 무책임하다"며 "내가 반드시 정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국가 최고 권력기관(정부)의 불출마 회유가 있었다고 주장한 뒤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자, 수사가 이어졌다. 날 악마화했다"고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이 회장은 23일 서울 올림픽파크텔 4층 아테네홀에서 열린 체육회장 출마 선언 기자회견에서 "여기서 물러서면 모든 것을 인정하게 된다"면서 "직무 정지는 잘못된 것이다. 난 선출직이고 (문체부) 장관이 임명하는 자리가 아니다. 임명권자는 체육인들이다. 무죄추정의 원칙이 존중돼야 한다. (유죄가 나오는)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016년 체육회장에 처음 취임한 이 회장은 2021년 온라인 투표로 치러진 선거를 통해 연임에 성공했다.

그러다 지난달 11일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직무 정지 통보를 받았다.

문체부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비위 혐의에 대해 수사기관에 수사 의뢰 및 신속한 수사를 촉구하면서 이 회장의 직무를 정지했다. 그는 현재 직원 채용 비리 및 금품 수수, 진천선수촌 시설 관리업체 입찰 비리 의혹 등으로 조사를 받고 있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23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42대 대한체육회장 선거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2024.12.23/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이 회장은 서울행정법원에 직무 정지에 대한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각종 논란 속에서도 이 회장은 3선에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지난달 12일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는 스포츠공정위 심의를 거친 뒤 이기흥 회장의 3번째 임기 도전 신청을 승인했다.

이후 첫 공식 석상인 이날 회견에서 이 회장은 각종 의혹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그는 "8년 동안 열심히 했다. 체육회장은 월급이 없기 때문에 기사도 내가 직접 고용한다. 체육회의 어떤 돈도 난 쓰지 않는다"고 했다.

직원 채용 비리 및 금품 수수에 대해선 "절차를 준수했고 지금까지 조사했어도 문제가 없었다. '그렇게 보인다'고 했지만, 나온 것이 없다. 다 사전 사후 과정에서 승인받고 한 것"이라고 했다.

이 회장은 자신의 3선을 그만두게 하려는 정부 측의 압박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파리 올림픽을 마치고 그만두고 다른 분야 일을 하는 것에 대한 정부로부터 제안을 받았는데 하지 않았다"며 "국가 최고기관에서 재벌 오너를 (체육회장으로) 이야기하더라. 하지만 체육회 업무에 전념하기 위해선 (재벌은) 어렵다고 했다. 오히려 내가 다른 두 분을 역제의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자신이 정부에 추천한 인물로 강창희 전 국회의장의 실명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정부와 대화하던 중에 답변은 없고, 계속해서 수사가 들어오고 직무 정지에 압수수색 등이 지원됐다"면서 "날 왜 그렇게 악마화하는지 모르겠다. 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다 보니 이 자리(3선 도전)까지 오게 됐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고위관계자가 정확히 누군지에 대해선 말을 아끼면서도 "문체부는 아니다. 현직 고위직 관료"라고만 했다.

이기흥 회장은 3연임에 되더라도 사법 리스크가 있다는 지적에 오히려 당당한 입장을 보였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23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42대 대한체육회장 선거 출마를 선언하던 중 손수건으로 얼굴을 닦고 있다. 2024.12.23/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그는 "직무 정지는 잘못된 것이다. 난 선출직이고 장관이 임명하는 자리가 아니다. 임명권자는 체육인들이다. 직무를 정지하려면 총회를 거쳐야 한다"면서 "지금 문체부가 적시한 것은 '의심된다'는 것이다. 확정되어야 벌을 받는다. 조만간 판단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

이 회장은 "수사 기관에서 기소가 될 경우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에 "받아야 한다"면서도 "내가 모르는 일은 발생할 수 없다. 아직 조사가 다 안 됐으니 조금 더 지켜보자"고 말했다.

현재 IOC 위원인 그는 내년 만 70세로 임기가 끝난다는 최근 보도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라고 바로 잡았다.

그는 "3선이 된다면 그때 IOC에 임기연장 신청을 다시 할 수 있다. 2026년 동계 올림픽 때 총회를 거쳐 임기연장이 결정된다.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3선에 도전하는 이기흥 회장은 이번 선거의 슬로건으로 '대한민국 체육의 변화, 체육인과 완성하겠습니다'로 정했다. 그는 △재정 자립과 자율성 확보 △균형 잡힌 체육 시스템 구축 △독립적이며 신뢰받는 거버넌스 구축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한편 제42대 대한체육회장 선거는 내년 1월 14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다.

현재까지 강신욱 단국대 명예교수, 유승민 전 대한탁구협회장, 강태선 서울시 체육회장, 안상수 전 인천시장, 김용주 전 강원도체육회 사무처장, 박창범 전 대한우슈협회장, 오주영 전 대한세팍타크로협회장 등이 출마 의사를 나타냈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23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42대 대한체육회장 선거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2024.12.23/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alexe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