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회장 도전 김동문 "개혁 필요한 배드민턴, 과감한 변화 이끌 것"[인터뷰]

변화 없는 배드민턴계 실망 느껴 출마 선언
"선수·지도자와 소통 필요…프로화도 고민"

대한배드민턴협회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김동문 원광대 교수. (김동문 본인 제공)

(서울=뉴스1) 문대현 기자 = 최근 대한배드민턴협회는 엄청난 내홍에 빠져 있다. 여자 단식 스타 안세영(삼성생명)이 파리 올림픽 우승 직후 협회의 부조리함을 폭로한 이후 문제점들이 속속 드러나면서 김택규 협회장 체제가 이미 붕괴됐다.

이때 김동문(49) 원광대 교수가 소방수를 자처했다. 현역 시절 올림픽에서 금메달 2개와 동메달 1개를 땄던 스타플레이어 출신 김 교수는 내년 초 열릴 차기 대한배드민턴협회장 선거에 도전장을 냈다.

2004 아테네 올림픽을 끝으로 은퇴한 김 교수는 캐나다 유학 생활을 거쳐 2012년부터 본인의 모교인 원광대에서 교편을 잡고 있다.

그동안 배드민턴계 문제에 대해 직접 나서지 않았던 그는 더 이상 침묵해선 안 된다고 마음을 먹었고, 직접 행정의 최일선에서 변화를 꾀하겠다는 각오로 출사표를 던졌다.

김 교수는 4일 뉴스1과 통화에서 "2021년 김택규 현 회장이 뽑혔던 선거 때도 출마에 대한 제안을 받았다. 그러나 아직 때가 아니라고 생각해 나서지 않았다"며 "그러나 배드민턴계가 변화없이 앞선 행정을 답습하려는 모습에 답답함을 느껴 결국 출마를 생각하게 됐고 최근 공식 선언했다"고 말했다.

현재 배드민턴협회는 제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조사 결과 협회장의 후원 물품 배임 및 유용 의혹이 상당 부분 사실로 드러났고, 선수단에 지급돼야 할 용품들이 대의원, 이사, 공모사업추진위원회, 협회 원로 등에게 돌아간 사실도 확인됐다.

김 교수는 "최근 국회 현안 질의에서 책임을 회피하려는 듯한 현 집행부의 모습을 보며 배드민턴인으로서 무거운 책임감과 팬들에게 죄송함을 느꼈다"며 "현재 협회 집행부가 후원업체와 관련한 일을 보다 투명하게 진행했다면 비난 대신 박수를 받았을 수도 있다. 그러지 못해 여기까지 왔다. 페이백 논란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을 비롯한 증인들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열린 대한축구협회 등에 대한 현안질의에 출석해 선서하고 있다. 맨 오른쪽이 김택규 대한배드민턴협회장. 2024.9.24/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최근 문체부 조사 결과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용품업체 및 후원기업과의 계약에 의한 인센티브가 지급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

과거 2016 리우 올림픽 이후 이용대의 국가대표 은퇴 발표와 함께 다수 국가대표 선수가 단체 후원계약에 대한 불만을 토로한 바 있는데 배드민턴협회의 경기력향상위원으로 있던 김 교수가 인센티브 제도를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하면서 선수들과 협회를 중재하기도 했다.

김 교수는 "인센티브 제도가 계속 유지되면서 선수들과 협회 간 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었다면 이런 일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김 교수는 "협회장이 되면 현장과의 소통을 중시할 것이다. 선수들이나 지도자, 생활체육인들과 많은 교류를 통해 그들이 원하는 것을 듣고 조율해서 합을 맞춰 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아무래도 나는 엘리트 선수 출신이면서 대학에서 체육행정을 경험한 이력도 있어 누구보다 더 여러 입장에서 문제를 고민하고 해결할 수 있다"고 어필했다.

김 교수는 △협회의 규정 정비 △국가대표 선발의 투명한 시스템 △협회와 선수 간 신뢰를 위한 소통 기구 운용 △생활체육과 엘리트체육의 동반 성장 △투명한 재정 운영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선수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후원 계약에 자율성을 주면서도 그로 인해 선수들이 가져야 할 책임도 강조하는 등 한 쪽에 치우치지 않는 행정을 펼치겠다는 생각이다.

또한 늘 문제가 되는 생활체육과 엘리트체육의 갈등과 관련해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현재 국가대표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행정에서 탈피해 국내 리그를 강화해 기업 후원을 유치하고, 기반을 탄탄히 하면 생활체육과 엘리트체육이 함께 클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다.

김 교수는 "캐나다 유학 시절 배드민턴 생활체육 사례나 시스템을 공부하면서 엘리트 체육과의 동반 성장의 필요성을 느꼈다"며 "국내 활성화를 위해 배드민턴의 프로화도 고민 중이다. 이를 위해 실업연맹과 협회가 논의해야 할 게 많다. 내가 당선이 되면 프로화의 초석을 다져 국내 배드민턴의 붐업을 이끌 것"이라고 자신했다.

끝으로 그는 "배드민턴의 위기라고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개혁할 기회이기도 하다. 과감한 변화와 도전을 통해 새로운 도약을 이끌겠다"고 강조했다.

서울 송파구 올림픽회관 내 배드민턴협회 모습. 2024.8.16/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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