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위기 바꾼 신진서 9단 "아쉬움도 있으나 만족스러운 전반기"
LG배‧농심배 제패 후 연패…란커배서 우승 부활
"슬럼프? 아무 생각 없이 평소대로 바둑만 뒀다"
- 김도용 기자
(서울=뉴스1) 김도용 기자 = 잠시 주춤했던 신진서 9단이 재도약을 노린다. 세계 메이저대회인 란커배 우승을 통해 후반기 반등의 발판을 확실히 마련했다.
신진서 9단은 올해 초 LG배 우승을 차지했고, 농심배에서는 한국의 최종 주자로 나서 6연승을 기록하며 우승을 견인했다. 하지만 이후 신 9단은 LG배 예선, 응씨배 등에서 조기 탈락하며 자존심을 구겼다.
다른 대회에서도 잇단 패배를 당한 신진서 9단은 올해 승률이 85.25%(52승9패)다. 다른 기사들과 비교하면 높은 승률이지만 같은 기간 89.89%(80승9패)의 승률을 자랑했던 지난해와 비교하면 저조한 페이스다.
잠시 주춤했지만 신진서 9단은 달라진 후반기를 자신하고 있다.
신 9단은 10일 서울 성동구의 한국기원에서 진행된 '란커배 우승 기념 기자회견'에서 "올해 초 성공적인 시간을 보내면서 많은 축하를 받았다. 이후 아쉬움이 많았지만 다시 정신을 차리고 란커배에서 우승하면서 만족스러운 전반기를 보냈다"면서 "아직 중요한 시험대가 남아있다"며 남은 기간 우승을 추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나타냈다.
이어 "최근 슬럼프는 비교적 쉽게 넘어갔다. 이런 슬럼프가 오면 아무 생각 없이 평소대로 바둑만 둔다. 평소대로 바둑을 두니 슬럼프도 극복할 수 있었다"면서 "남은 기간에 삼성화재배와 명인전 등 중요한 대회가 많다. 끝까지 최선을 다해서 좋은 성적을 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신진서 9단은 크고 작은 대회에서 졌지만 이를 약으로 삼았다.
신진서 9단은 "세계 메이저대회에서 당하는 패배는 아쉬워서 1주일이 아프다. 결승전에서 패한다면 다음 결승전까지 아픔이 이어진다. 반면 국내 대회에서 패배에는 기분이 크게 나쁘지 않았다. 패배를 통해 배우는 것이 많다"고 말했다.
신 9단은 후반기 선전을 통해서 사상 최초로 연간 상금 15억원 돌파에 도전한다. 올해 신 9단은 13억4069만원의 상금을 벌었다.
신진서 9단은 "어린 시절에는 상금은 신경 쓰지 않고 그저 대국에만 집중했는데, 20대가 되니 상금을 먼저 살펴본다"고 웃은 뒤 "남은 대회에서 최대한 많은 상금을 획득하겠다"고 밝혔다.
계속된 신진서 9단의 상승세 원동력은 인공지능(AI)이다. AI는 지난 2015년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알파고'의 등장 이후 바둑에 큰 영향을 미쳤다. 바둑 기사들은 AI를 통해 연구했고, 바둑 중계도 AI를 적극 이용했다. '신공지능' 신진서 9단도 AI를 통해 기량을 끌어 올렸다.
신진서 9단은 "우승하는 순간이 가장 기쁘지만 소소한 기쁨은 연구할 때 나온다. AI가 보지 못한 수를 봤을 때 기쁨이 크다"며 "AI 연구와 실전 대국은 바둑 기사에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AI를 통해 연구를 거듭한 신진서 9단은 8년 전 충격을 줬던 알파고를 상대로도 자신감을 보였다. 당시 알파고는 세계 일인자로 평가받던 이세돌 9단에게 4승 1패를 기록했다.
하지만 신 9단은 "당시 알파고와 승부를 해 보면 재밌을 것 같다. 승패를 함부로 예상하기 어렵지만 많은 분에게 재미를 줄 것 같다"면서 "과감하게 5판 중 3경기를 승리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피력했다.
dyk060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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