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먹고 메달 따던 시대 지났다" 한체대 총장, 엘리트 체육 지원 호소

생활 체육에 비해 관심 떨어지는 추세
파리 올림픽엔 1976년 이후 최소 선수단

문원재 한국체육대학교 총장을 비롯한 교수진과 올림픽 출전 선수들이 14일 오전 서울 송파구 한체대에서 열린 '파리올림픽 메달리스트 기자간담회'가 끝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4.8.14/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뉴스1) 안영준 기자 = 문원재 한국체육대학교 총장이 2024 파리 올림픽을 마친 뒤 엘리트 체육의 발전을 위해선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문 총장은 14일 한체대 본관 합동 강의실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메달리스트 기자간담회에서 "정부, 대한체육회, 문화체육관광부, 국민이 모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전폭적인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다음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 선수단은 2024 파리 올림픽에서 1976 몬트리올 대회 이후 최소 규모인 21개 종목 144명이 출전했다. 다수의 종목에서 본선 출전권을 따지도 못할 만큼 국제 경쟁력이 떨어졌다. 구기 종목의 경우 축구, 농구, 배구 등이 모두 탈락하고 여자 핸드볼만 나섰을 정도다.

태극전사들은 파리에서 기대 이상으로 선전(금메달 13개, 은메달 9개, 동메달 10개)하며 역대 한 대회 최다 금메달을 수확했으나 그 내면에는 여전히 우려의 시선이 존재한다.

출생률 감소 등으로 엘리트 체육을 하는 학생 선수 자체가 대폭 줄어든 데다 엘리트 스포츠를 향한 관심도 예전만 못한 게 사실이다.

문원재 한국체육대학교 총장이 14일 오전 서울 송파구 한체대에서 열린 '파리올림픽 메달리스트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4.8.14/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한국 엘리트 스포츠의 일선에 있는 문 총장은 "최근 들어 생활체육 쪽으로 많은 관심과 지원이 가고 있다"며 "그것도 물론 좋지만, 그 바람에 엘리트 스포츠는 크게 꺾인 게 사실"이라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이어 그는 "엘리트 스포츠에 대한 전폭적인 관심과 지원도 필요하다. 그래야 올림픽에서 성적이 나온다. 과거처럼 라면 먹고 힘내서 달려 메달 따던 시대는 이제 지났다"고 강조했다.

문 총장은 "엘리트 스포츠에 관심을 갖지 않다가 올림픽 때만 되면 '10위 안에 들어야 한다' '저 종목 성적이 왜 저러냐' 하는 건 옳지 않다"면서 "엘리트 스포츠도 생활체육 못지않게 같이 관심을 갖고 함께 키워야 한다"고 거듭 목소리를 냈다.

그는 이웃 나라 일본을 예로 들었다.

문 총장은 "일본도 과거 스포츠 강대국이었다가, 생활 체육 쪽으로 옮겨갔다. 그러다 자국서 개최한 2020 도쿄 올림픽을 기점으로 다시 엘리트 스포츠를 키웠고 덕분에 이번 대회에서는 종합 3위라는 좋은 순위로 도약했다"고 말했다.

12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폐막식에 대한민국 선수단이 입장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4.8.12/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한편 한체대 소속 재학생과 졸업생은 이번 대회서 금메달 6개, 은메달 3개, 동메달 5개를 땄다. 선수단 전체 메달의 44%가 한체대 소속 혹은 출신에서 나왔을 만큼 한국 엘리트 스포츠의 요람으로 자리매김했다.

좋은 성과와 별개로 최근 엘리트 스포츠의 약세 속에 한체대 역시 선수 수급 및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실을 비교적 냉정하게 바라본 문 총장은 "우리도 많은 이들의 꾸준한 관심은 물론 전폭적인 지원이 뒤따라야 다음 올림픽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4년 뒤 열리는 2028 올림픽은 미국 LA에서 7월 14일부터 30일까지 열린다.

tr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