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세영 폭탄 발언, 남북 화합의 셀피…파리의 순간들 [올림픽 결산⑥]

개회식 중 한국 선수을 '북한'으로 호명
센강 수질 문제로 구토하는 선수도 발생

2024 파리 올림픽 개회식이 열린 27일(한국시각) 프랑스 파리 센강에서 대한민국 선수단을 태운 보트가 트로카데로 광장을 향해 수상 행진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4.7.27/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파리=뉴스1) 문대현 기자 = 12일(한국시간) 폐회식을 마지막으로 막을 내린 2024 파리 올림픽은 시작부터 끝까지 볼거리가 풍성했던 대회로 기억된다.

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완전히 개방된' 곳에서 개회식을, 심지어 시내를 관통하는 센강을 무대로 삼은 것은 '쇼킹' 그 자체였다. 그리고 프랑스가 자랑하는 세계적인 명소들을 종목별 경기장으로 탈바꿈한 것도 파격적이었다. 과연 '혁명의 나라'다운 발상이고 도전이었다.

뚜껑을 열기 전까지 '과연 가능할까' 우려됐던 파리 올림픽은 결과적으로 많은 찬사를 받았다. 그러나 크고 작은 잡음도 있었다. 특히 사활을 걸고 준비했던 개회식에서의 각종 논란은 문제가 꽤 컸다.

파리 올림픽 조직위는 올림픽 역사상 최초로 시도되는 수상 개회식이 최대의 흥행 카드가 될 것으로 보고 정성껏 준비했다. 테러 우려가 있었지만, 막대한 경호 인력을 투입해 철통 보안을 지켰다.

다행히 처음부터 끝까지 안전에는 문제가 없었으나 엉뚱한 곳에서 사건이 터졌다. 조직위가 한국 선수단 입장 때 영어와 프랑스어로 모두 '북한'이라고 소개한 것.

이에 국내에서는 엄청난 반발 여론이 터졌고 해외에서도 이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적잖았다. 결국 토마스 바흐(독일) IOC 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직접 전화해 사과까지 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조직위는 태극기 표기를 틀리고, 오상욱(펜싱)의 이름을 오상구로 쓰는 등 사소한 실수를 거듭해 아쉬움을 불러일으켰다.

31일 오후(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알렉상드르 3세 다리에서 트라이애슬론 여자 개인 경기가 펼쳐지고 있다. 2024.7.31/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이외에도 여장 남자와 트랜스젠더 모델 등이 '최후의 만찬'을 패러디한다거나, 반나체 배우가 등장해 행위 예술을 펼치는 등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른 평가를 할 수 있는 논란의 장면이 많았다.

개막 후에는 센강의 수질이 계속 말썽이었다. 대회 초기 며칠간 파리 전역에 비가 내리면서 거액을 들여 정화했던 센강의 상태가 다시 나빠졌다. 이에 마라톤 수영 선수 중 일부는 경기 전 기권을 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조직위는 센강에서의 일정을 강행했는데, 일부 선수는 경기 직후 구토를 해 또 논란이 일었다. 몸에 들어간 센강의 오염수를 소독하겠다며 경기 후 코카콜라를 마시는 선수들도 눈에 띄었다.

대한민국 복싱 대표팀 임애지 선수가 9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노스 파리 아레나에서 진행된 복싱 여자 54kg급 시상식에서 선수들과 빅토리 셀피를 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튀르키예 해티스 아크바스(은메달), 중국 장위안(금메달), 북한 방철미(동메달), 임애지. 2024.8.9/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시상대 위에서 메달리스트들이 삼성 스마트폰으로 직접 사진을 찍는 '빅토리 셀피'는 대회 내내 화제였다.

국적을 불문한 선수들이 경쟁을 끝내고 하나로 화합하는 순간을 연출하면서 올림픽 정신과 화합의 가치를 제대로 표현했다는 평가가 잇따랐다.

특히 탁구 혼합복식에서 동메달을 딴 임종훈(한국거래소)-신유빈(대한항공)은 은메달을 딴 북한의 리정식-김금용과 시상대에 함께 섰다. 임종훈이 사진을 찍으려 하자 북한 선수들이 머뭇거리면서도 얼굴을 화면 안에 밀어 넣는 모습은 큰 화제를 모았다.

BBC는 혼합복식 시상식 후 "경계를 허무는 것 같은 만남은 (파리에서) 가장 화제가 된 순간이었다"고 평가했다.

복싱 동메달리스트 임애지(화순군청)도 어색해하는 북한의 방철미와 함께 포디움에서 추억을 남겼다.

28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샤토루 슈팅센터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사격 공기권총 10m 여자 결선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오예진(오른쪽)과 은메달을 획득한 김예지가 기뻐하고 있다. 2024.7.28 ⓒ AFP=뉴스1
중국 배드민턴 황야총이 2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라 샤펠 아레나에서 열린 배드민턴 혼합복식 금메달 결정전 시상식을 마치고 믹스트존을 향하던 중 대표팀 동료 류위첸으로부터 다이아몬드 반지와 프로포즈를 받고 있다. 2024.8.3/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이외에도 여자 복싱 이마네 칼리프(알제리), 린위팅(대만)의 이른바 'XY 염색체' 성별 논란과 배드민턴 황야충을 향한 동료 선수 류위첸(이상 중국)의 프러포즈, 일론 머스크까지 반하게 한 한국 사격 김예지(임실군청)의 스타 등극 등 이슈 거리가 있었다.

이 모든 것 중 국내에서 가장 크게 주목을 끌었던 것은 단연 배드민턴 안세영의 '폭탄 발언'이었다.

안세영은 지난 5일 여자 단식 우승 후 기자회견에서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대한배드민턴협회가 자신의 무릎 부상을 안이하게 여겨 대회 출전을 강요했고, 대표팀의 구시대적인 훈련 방식이 선수의 성장을 가로막는다며 대표팀에서 나가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2024 파리 올림픽 배드민턴 여자단식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뒤 안세영이 7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 취재진과 인터뷰 하고 있다. 안세영은 금메달 획득 후 대한배드민턴협회의 부조리를 지적하며 논란이 되고 있다. 2024.8.7/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안세영은 이후 메달리스트 기자회견을 불참한 채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아직까진 명확한 추가 입장 표명은 하지 않았다.

도리어 협회가 방대한 분량의 반박 자료를 언론에 배포하면서 사태는 선수와 협회 간 진실 공방으로 흘러가는 모양새다.

여론의 관심이 커지자 정부도 나섰다. 문체부는 12일 "오늘부터 대한배드민턴협회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다"면서 "안세영의 인터뷰로 논란이 된 미흡한 부상 관리와 복식 위주 훈련, 대회 출전 강요 의혹 등에 대한 경위 파악뿐만 아니라 그동안 논란이 됐던 제도 관련 문제, 협회의 보조금 집행 및 운영 실태까지 종합적으로 살펴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eggod611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