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총·칼·발이 이끈 한국…위기에서 일군 '최고' 성적[올림픽 결산③]

금메달 5개 목표했으나 최종 13개 종합 8위 쾌거
일각에선 '목표 미달' 의식해 낮잡았다는 지적도

대한민국 남자 양궁 대표팀 김우진 선수가 4일 오후(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앵발리드에서 2024 파리올림픽 남자 양궁 개인전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들어보이고 있다. 2024.8.4/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파리=뉴스1) 권혁준 기자 = 역대 최악을 우려한 한국 선수단의 2024 파리 올림픽 최종 성적은 오히려 사상 최고였다. 이런 반전을 이끈 건 활과 총, 칼과 발 등 각종 '무기'였다.

지난달 26일(이하 한국시간) 개막한 파리 올림픽은 11일 폐회식을 끝으로 17일간의 열전을 마무리했다.

한국은 금메달 13개, 은메달 9개, 동메달 10개 등 총 32개의 메달을 획득해 종합 순위 8위로 마감했다. 금메달 13개는 2008 베이징, 2012 런던 대회와 함께 한국의 단일 대회 최다 금메달 타이기록이다. 전체 메달도 1988 서울 올림픽 33개보다 하나 부족하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21개 종목에 144명(남 55명, 여 78명)이 출전했다. 3년 전 열린 2020 도쿄 올림픽의 238명보다 94명이 줄었고, 1976 몬트리올 대회 이후 38년 만에 200명 이하의 작은 선수단 규모를 꾸렸다.

그 도쿄 올림픽의 성적이 종합 16위(금 6, 은 4, 동 10)에 불과했으니, 이번 대회에 대한 기대감이 낮은 것은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실제 대한체육회가 이번 대회에서 내건 '현실적' 목표는 금메달 5개로 15위권 정도를 마크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전혀 다른 그림이 펼쳐졌다. 초반부터 연일 금메달 행진이 나왔고 예상하지 못했던 낭보가 이어졌다.

대한민국 양궁 대표팀 임시현 선수가 3일 오후(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앵발리드에서 진행된 양궁 여자 개인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수여 받은 후 '3관왕'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2024.8.3/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이번 대회 최대 성과를 낸 종목은 단연 양궁이다. 양궁은 기대감이 낮은 가운데서도 최소 3개 이상의 금메달을 딸 것으로 예상했는데, 5개 전 종목 석권이라는 금자탑을 이뤘다. 한국 양궁의 올림픽 전 종목 싹쓸이는 2016 리우 이후 두 번째, 혼성전까지 5개 종목을 모두 휩쓴 건 이번이 처음이다.

여자 단체전은 10연패, 남자 단체전은 3연패를 일궜고 김우진은 남자 개인전, 임시현은 여자 개인전을 휩쓸었다. 여기에 둘이 함께한 혼성전까지 제패하면서 양궁은 3관왕 달성자만 2명이 나왔다.

사격 대표팀의 공도 빼놓을 수 없다. 당초 금메달 1개 정도를 목표로 했지만 금메달 3개와 은메달 3개를 획득해 2012 런던(금 3, 은 2)을 넘어 역대 최고 성적을 냈다.

대한민국 사격 대표팀 반효진이 29일(한국시간) 프랑스 샤토루 슈팅 센터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사격 공기소총 10m 여자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깨물어보이고 있다. 2024.7.29/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선수단 전체 첫 메달부터 사격이 쐈다. 공기소총 10m 혼성 경기에서 박하준-금지현이 은메달을 기록한 것.

이후 오예진과 김예지는 여자 10m 공기권총에서 금, 은메달을 나눠 가졌고, 반효진은 여자 10m 공기소총에서 우승해 한국의 하계 올림픽 통산 100번째 금메달, 역대 최연소 금메달리스트(16세 313일)의 기록을 동시에 세웠다.

여기에 더해 양지인이 여자 25m 공기권총에서 금메달, 조영재가 남자 25m 속사권총에서 은메달을 차지하는 등 다양한 종목에서 많은 낭보를 전했다.

2020 도쿄 대회를 지탱해준 펜싱은 종주국 프랑스에서도 빛났다. 당초 목표로 했던 금메달 2개를 모두 따냈는데, 모두 남자 사브르의 몫이었다.

오상욱은 아시아 선수로는 최초로 2관왕에 올랐으며 오상욱을 비롯해 구본길, 박상원, 도경동이 함께 한 단체전은 64년 만의 올림픽 사브르 단체전 3연패라는 위업을 세웠다.

대한민국 펜싱 대표팀 구본길, 오상욱, 박상원, 도경동이 1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 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 시상식에서 기념촬영 하고 있다. 2024.8.1/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윤지수와 전하영, 최세빈, 전은혜가 함께 한 여자 사브르도 단체전에서 2020 도쿄 대회의 동메달을 뛰어넘는 은메달로 성공적인 세대교체를 알렸다.

한국 선수단의 마지막은 '발'이 장식했다. 태권도가 오랜만에 종주국의 자존심을 지키며 금메달을 2개나 수확했다.

남자 58㎏급의 박태준, 여자 57㎏급의 김유진이 잇달아 '금빛 발차기'를 선보였다.

활, 총, 칼, 발 등 '무기'가 아닌 종목에서 나온 유일한 금메달은 배드민턴 안세영이었다. 안세영은 1996 애틀랜타 대회의 방수현 이후 무려 28년 만에 올림픽 여자 단식 금메달을 획득, 명실상부한 '배드민턴 여제'에 등극했다.

다만 메달 획득 직후 국가대표 은퇴 암시 등 배드민턴협회와의 갈등을 폭로하며 경기 외적으로도 많은 관심을 받기도 했다.

대한민국 배드민턴 대표팀 안세영이 5일 오후(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라 샤펠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시상식에서 금메달에 입을 맞추고 있다. 2024.8.5/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목표를 크게 상회한 선수들의 노력은 대단했지만 한편으론 대한체육회가 지나치게 낮게 목표를 설정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체육회는 앞서 열린 도쿄 대회에서 종합 16위의 저조한 성적표로 적잖은 비판을 받아야 했다. 이에 이번 대회에서는 아예 처음부터 기대치를 낮게 설정했다는 의견이 적잖다.

실제 체육회가 설정한 금메달은 양궁, 펜싱 등 2종목이었으며 사격과 태권도, 배드민턴, 근대5종 등은 금메달 후보로 꼽혔음에도 금메달 목표 종목에 포함되지 않았다.

도쿄 대회의 아쉬운 성적 이후 엘리트 체육의 발전을 위한 실질적인 고심보다는 당장의 쓴소리만 모면하려는 '임시방편'을 내세운 게 아니냐는 시선이 존재하는 이유다.

starburyn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