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께 바치는 메달'…박혜정, 아픔 딛고 완벽한 피날레 [올림픽]
女최중량급 銀…韓역도, 16년 만에 올림픽 2위
포스트 장미란 넘어 '제 1의 박혜정'으로 우뚝
- 문대현 기자
(파리=뉴스1) 문대현 기자 = 한국 역도의 간판으로 떠오른 박혜정(21·고양시청)이 자신의 첫 올림픽 무대에서 값진 은메달을 땄다. '세계 최강' 중국을 넘진 못했으나 16년 만에 올림픽 역도 최고 성적인 은메달을 수확하며 '박혜정 시대'를 열었다.
박혜정은 11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사우스 파리 아레나 6에서 열린 대회 역도 여자 81㎏ 이상급에서 인상 131㎏, 용상 168㎏으로 합계 299㎏을 들어 2위에 올랐다.
1위는 309㎏(인상 136㎏·용상 173㎏)을 기록한 리원원(중국)이 가져갔다.
역도 대표팀은 파리 대회에서 앞선 주자 장연학(아산시청), 유동주(진안군청), 박주효(고양시청), 김수현(부산시체육회)이 모두 입상하지 못했는데 박혜정의 은메달로 자존심을 살렸다.
한국 역도계에도 큰 경사다. 한국 역도는 2008 베이징 대회 금메달 2개, 은메달 2개로 좋은 성과를 냈으나 이후 침체 빠졌다. 2012 런던 대회 노메달, 2016 리우 대회 동메달 1개, 2020 도쿄 대회 노메달에 그쳤다가 16년 만에 은메달의 성과를 냈다.
아울러 박혜정은 장미란(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에 이어 12년 만에 역도 여자 최중량급 한국인 두 번째 메달리스트로 이름을 올렸다.
장미란은 여자 최중량급에서 2004 아테네 은메달, 2008 베이징 금메달, 2012 런던 동메달을 목에 건 바 있다.
스포츠에 당연한 결과란 없다지만, 박혜정은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이 가장 확실하게 기대한 메달 후보였다.
중학교 1학년 때 역도를 시작한 박혜정은 곧바로 주니어 신기록을 쓰더니 고등학교 3학년이던 2022년에는 세계주니어선수권과 아시아주니어선수권까지 휩쓸었다.
성인 무대에서도 거침없었다. 지난해 5월 진주 아시아선수권에서 개인 최고 기록을 경신한 뒤 세계선수권에서는 장미란도 이루지 못했던 3관왕(인상 124㎏, 용상 165㎏, 합계 289㎏)에 등극했다.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장미란 이후 13년 만에 박혜정이 금메달을 캤다.
올림픽만 바라보고 달리던 박혜정은 지난 4월 오랜 투병 생활 중이던 어머니를 하늘로 보내야 했다. 아픈 마음을 추스르기도 전에 국제역도연맹(IWF) 월드컵에 나섰는데 한국 신기록(합계 296㎏)으로 올림픽 티켓을 땄다.
박혜정은 하늘에서 지켜볼 어머니에게 메달을 바치겠다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준비했다.
여자 81㎏ 이상급에는 절대 강자 리원원이 버티고 있어 박혜정의 금메달 가능성은 높지 않았다.
그러나 다른 경쟁자 에밀리 캠벨(영국), 두안각소른 차이디(태국)보다 10㎏ 정도를 더 들어 은메달은 거뜬할 것이란 전망이 컸다.
결국 박혜정은 기대대로 은메달을 땄다. 비록 금메달까지는 이르지 못했으나 그간 한국 역도가 처한 현실을 생각하면 은메달도 엄청난 성과다.
그동안 늘 '포스트 장미란'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박혜정은 이제 '기대주'라는 꼬리표를 떼고 당당히 1인자의 반열에 올라섰다.
eggod611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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