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움에 눈물 쏟은 전웅태 "기대에 부응하고 싶었는데…"[올림픽]
레이저런 사격서 흔들리며 6위…"실수 연달아 나왔다"
"누구보다 열심히 훈련했기 때문에 더 아쉬워"
- 권혁준 기자
(베르사유=뉴스1) 권혁준 기자 = 한국 근대5종의 '역사'를 써 내려가던 전웅태(29·광주시청)가 두 번째 올림픽에서 아쉽게 마친 뒤 뜨거운 눈물을 쏟았다. 그는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고 싶었는데 잘되지 않았다"고 했다.
전웅태는 11일(한국시간)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남자 근대5종 결선에서 총점 1526점을 기록, 18명의 선수 중 6위로 마쳤다.
2020 도쿄 올림픽에서 한국 근대5종 사상 첫 올림픽 메달(동메달)을 수확했던 전웅태는, 이번 대회에선 2연속 메달에 짐짓 금메달까지 노렸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특히 마지막 레이저런(크로스컨트리+사격)이 못내 아쉬웠다. 전웅태는 첫 종목인 승마에서 감점당했으나 펜싱과 수영에서 만회하며 3위로 출발했다. 선두 아메드 엘젠디(이집트)보다 17초 늦게 출발했지만, 장기인 사격으로 만회하기엔 충분했다.
하지만 사격에서 오히려 발목을 잡혔다. 첫 사격부터 5발을 맞추는 데 25초 77의 시간이 소요되면서 사토 다이슈(일본)에게 추격을 허용했다.
이후에도 전웅태의 사격은 좀처럼 말을 듣지 않았고, 결국 마지막 600m 지점에선 이탈리아, 멕시코 선수들에게 잇따라 추월을 허용하며 6위까지 밀리고 말았다.
경기 후 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전웅태는 눈물을 참지 못했다. 취재진 앞에 서서 한참을 흐느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전웅태는 "많은 국민들이 와서 응원해 주시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기대에 부응하고 싶었다"면서 "그러다 보니 오히려 내가 욕심을 부린 것 같다"고 했다.
이어 "경기하다 보면 잘 되는 날이 있고, 안 되는 날이 있는데, 오늘은 안 되는 날이었다"면서 "그런 것 또한 이겨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고 미스가 연달아 발생한 게 아쉽다"고 덧붙였다.
사격이 잘되지 않았던 부분 역시 급한 마음이 화근이었다.
전웅태는 "첫 사격에서 미스가 나왔고, 사토에게 역전을 당하면서 빨리 붙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면서 "그런데도 또 사격 미스가 나오면서 나도 모르게 마음이 급해졌다"고 했다.
전웅태는 경기가 끝난 뒤 7위를 차지한 후배 서창완(27·국군체육부대)과 함께 한참 동안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이에 대해 "그동안 우리가 함께했던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고생했다. 이제 끝났다'고 독려했다"면서 "감독님을 만나면 눈물이 쏟아질까 봐 피했는데, 그럼에도 동생 앞에서 우는 형이 된 것 같아 부끄럽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취재진이 "누구보다 열심히 노력한 것을 안다"고 하자, 전웅태는 "그렇기 때문에 더 아쉽다"며 다시 눈물을 흘렸다.
전웅태의 2연속 메달은 무산됐지만, 한국 근대5종의 파리 올림픽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폐막을 앞두고 여자부 경기가 열리는데, 성승민(21·한국체대)과 김선우(28·경기도청)가 나란히 결선에 올라 메달을 노린다.
전웅태는 여자 선수들에게 힘을 불어넣었다. 그는 "절대로 욕심부리지 말아야 한다. 우리보다 더 열심히 했고 노력한 것을 알고 있다"면서 "자기 자신을 믿고 노력하면 충분히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starburyn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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