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을 깨다…혁명적이었던 100년 만의 파리 축제 [올림픽 결산①]

수상 개회식에 명소를 경기장으로…극찬 쏟아져
센강 수질은 해결 못해…'저탄소' 운영도 아쉬움

2024파리올림픽 개회식이 열린 27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에펠탑에 화려한 레이저쇼가 펼쳐지고 있다. (공동취재) 2024.7.27/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파리=뉴스1) 이상철 기자 = 100년 만에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은 '완전히 개방된 대회'(Games Wide Open)라는 슬로건답게 기존의 틀을 확실히 깨버렸다. 사상 초유의 수상 개회식에 도시 전체를 하나의 무대로 만드는 등 파격적인 시도로 지금껏 접하지 못한 올림픽의 지평을 새롭게 열었다.

파리 올림픽은 개회식 직전까지도 '진짜 괜찮을까'라는 우려가 쏟아졌다. 급변하는 국제 정세로 인해 테러 위협 가능성도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프랑스 정부와 대회 조직위원회의 성공 개최를 자신했고, 뚜겅을 열자 판은 완전히 뒤집혔다. 전 세계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얻었고 '혁명의 나라' 프랑스는 '올림픽 혁명'을 일으켰다.

지난달 27일(한국시간) 개막한 파리 올림픽은 12일 오전 4시 폐회식을 끝으로 모든 일정을 마무리한다. 각국에서 날아온 1만 500여명의 선수들은 파리에서 16일간 금메달 329개를 놓고 뜨거운 열전을 펼치며 환희와 감동의 순간을 만들어냈다.

두고두고 특별한 대회로 기억될 올림픽이다. 파리에서 100년 만에 열리는 상징적 의미도 컸지만, 독특하면서 놀라운 대회 운영 방식은 올림픽사에 굵은 획을 그었다.

2024 파리 올림픽 개회식이 열린 27일(한국시각) 프랑스 파리 센강에서 대한민국 선수단을 태운 보트가 트로카데로 광장을 향해 수상 행진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4.7.27/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과거의 올림픽과는 많은 것이 달랐는데 먼저 '경기장'의 고정관념을 깼다. 그랑팔레, 앵발리드, 콩코르드 광장, 에펠탑 앞 마르스 광장, 베르사유 궁전 등 세계적 명소가 경기장으로 탈바꿈했다. 웅장한 무대 위에서 경기가 펼쳐지자, 직접 뛰는 선수들과 이를 지켜보는 지구촌 사람들 모두 엄지를 들었다.

시작부터 남달랐다. 개회식은 128년 올림픽 역사상 최초로 경기장을 벗어났고, 심지어 센강에서 선수들이 보트를 타고 입장하는 파격적인 방식으로 진행했다.

파리 시내의 모든 곳을 무대로 활용하면서 예술과 문화의 도시답게 화려하고도 품격 있는 퍼포먼스가 이어졌다. 굵은 빗방울이 떨어졌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모두가 축제를 즐겼고 찬사가 쏟아졌다.

이번 대회의 또 하나의 특징은 '활기를 되찾은' 경기장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2020 도쿄 올림픽은 1년 연기된 끝에 2021년 치러진 데다 전체 경기의 97%를 무관중 경기로 치러야 했다. 적막한 경기장에서 뛰어야 했던 선수들은 힘이 빠질 수밖에 없었다.

세르비아 노박 조코비치가 4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스타드 롤랑가로스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테니스 남자 단식 결승에서 스페인 카를로스 알카라스와 맞대결을 펼치고 있다. 2024.8.4/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그러나 파리에서는 경기장의 문이 활짝 열렸고 전 세계에서 온 사람들이 관중석을 채웠다. 경기장마다 우렁차고 뜨거운 환호가 터져 나왔고 선수들도 이를 등에 업고 온 힘을 쏟아 최고의 경기를 만들었다. 도쿄와 파리를 모두 경험한 선수와 지도자, 관계자, 자원봉사자는 "이제야 올림픽의 본모습을 되찾은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가장 우려한 폭염과 테러 등으로 인한 사고도 없었다. 역대 가장 무더운 올림픽이 될 것이라는 경고와 달리 대회 기간 내내 경기를 관전하기에 쾌적한 날씨가 이어졌다. 한낮에는 30도 안팎을 오간 적이 며칠 있었지만 참을 만한 더위였다. 간간이 비까지 내려 태양 열기를 식히기도 했다.

도로 곳곳을 봉쇄, 극심한 교통 체증을 빚는 등 불편함을 겪어야 했지만 다행히 안전사고는 발생하지 않았다. 프랑스는 물론 전 세계에서 온 경찰, 군인 등 보안 인력이 촘촘히 배치돼 '안전한 올림픽'을 조성했다.

낮 최고 기온 32도를 웃돌고 있는 29일(한국시간) 2024 파리 올림픽 양궁 대한민국의 결승 경기가 열리고 있는 프랑스 파리 엥발리드 앞 도로로 관중들이 뜨거운 햇빛을 손으로 가리며 지나고 있다. 2024.7.29/뉴스1 ⓒ News1 이준성 기자

그렇다고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했던 건 아니다. 대회 운영과 관련한 아쉬운 장면들도 제법 있었고 잡음도 이어졌다.

개회식에서는 한국 선수단을 '북한'으로 잘못 소개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발생했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직접 윤석열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사과했다. 또 개회식 중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품 '최후의 만찬'을 연상시키는 드래그 퀸(여장남자) 공연을 진행했다가 종교계의 반발을 사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센강에서 마라톤 수영(오픈 워터 스위밍)과 철인 3종(트라이애슬론)을 치르겠다는 계획도 폭우에 따른 수질 악화로 원활하게 운영하지 못했다. 일부 선수는 경기 후 구토를 하거나 아예 기권하기도 했다.

31일 오후(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알렉상드르 3세 다리에서 트라이애슬론 여자 개인 경기가 펼쳐지고 있다. 2024.7.31/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또 IOC와 대회 조직위원회가 '저탄소'를 주요 기치로 내세우면서 선수들은 어려움을 겪어야했다. 도쿄 대회에 이어 파리 대회에서도 골판지 침대를 써야 했고, 각국 선수단은 에어컨이 없어 따로 냉방 장치를 공수해야 했다.

선수단을 선수촌과 경기장을 오가게 돕는 셔틀버스는 에어컨이 작동되지 않는 데다 창문까지 테이프로 봉쇄해 선수들은 컨디션 관리에 애를 먹었다. 채식 위주의 식단 역시 긍정적인 반응을 얻지 못했다.

완벽하진 않았으나 그럼에도 파리 대회는 올림픽이 주는 힘을 확실히 전달했다. 수많은 화제를 만들었고 기쁨과 슬픔, 환희와 감동으로 지구촌을 들썩거리게 했다. 올림픽이 올림픽다워지는 동시에 새로운 길을 개척했다는 것만으로도 크나큰 성과다.

rok195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