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반전'은 젊은 경쟁력의 힘…"부담? 별거 아니야" [올림픽 결산②]
'최연소 金' 반효진 비롯 젊은 선수들 약진
사격·펜싱·태권도·유도 등 세대 교체 착착
- 문대현 기자
(파리=뉴스1) 문대현 기자 = 2024 파리 올림픽에 참가한 대한민국 선수단이 암울했던 전망을 뚫고 역대 최고 기록에 해당하는 빼어난 성적을 거뒀다. 기대 이상의 성과였는데, 돌풍의 중심에는 최고의 무대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기량을 마음껏 뽐낸 2000년대생 젊은 선수들의 당당함이 있었다.
이른바 'MZ 세대'로 묶이는 이들은 대부분 올림픽에 처음 출전했다. 예전 같으면 '떨려서' 가진 것을 제대로 펼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중압감에 짓눌렸던 선배들과 달리 경기를 즐기면서도 좋은 성과를 내 성공적인 세대교체의 신호탄을 쐈다는 평가를 끌어냈다.
이번 대회에서 가장 많은 메달을 딴 종목은 양궁(금 5·은 1·동 1)이다. 전통의 메달밭인 양궁은 당초 목표로 삼은 금메달 3개를 넘어 세부 종목 5개에서 모두 우승하는 기염을 토했다.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도쿄 3관왕 안산(광주은행)이 떨어지며 우려가 컸지만 올림픽 무대가 처음이었던 '뉴 페이스'가 공백을 채웠다.
2003년생 임시현(한국체대)이 3개의 금메달을 쓸어 담았다. 여자 단체전 금메달과 개인전 은메달을 딴 2005년생 남수현(순천시청)의 활약도 인상적이었다.
남자 대표팀의 2004년생 김제덕(예천군청)도 3년 전 도쿄 대회에 이어 2연속 단체전 금메달을 손에 넣었다. 선배들에게 파이팅을 불어 넣던 모습도 그대로였다.
양궁만큼 주목받은 종목은 사격이다. 사격대표팀은 금 3·은 3으로 역대 최고 성적을 냈다.
사격 메달리스트들도 대부분 2000년대생이다. 한국에 첫 메달을 안긴 공기소총 혼성 조합 박하준(KT)-금지현(경기도청)은 2000년에 태어난 동갑내기다. 여자 25m 권총 금메달 양지인(한국체대)은 2003년생으로 더 어리다.
심지어 우리나라 하계올림픽 통산 100번째 금메달의 주인공이 된 반효진(대구체고)은 전체 선수단을 통틀어 가장 어린 2007년생이다. 반효진은 파리에서의 성과로 한국 하계올림픽 역대 최연소 금메달리스트라는 한동안 깨지기 힘들 기록을 세웠다.
이들은 1959년생 '노(老) 감독' 장갑석 감독과 세대를 초월한 케미스트리를 발휘하며 활짝 웃었다.
5개의 메달(은 2, 동 3)을 딴 유도에서도 어린 선수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허미미(경북체육회)·이준환(용인대·이상 2002년생), 김하윤(안산시청)·김민종(양평군청)·김지수(이상 2000년생)가 단체전 동메달에 기여했다.
이중 허미미(57㎏급)와 김민종(100㎏ 이상급)은 개인전 은메달, 김하윤(여자 78㎏ 이상급), 이준환(남자 81㎏급)은 개인전 동메달을 추가했다.
이미 도쿄 올림픽 무대를 경험한 배드민턴 안세영(삼성생명·2002년생)과 탁구 신유빈(대한항공·2004년생)은 한층 성장한 모습을 보였다. 배드민턴 혼합복식의 정나은(화순군청·2000년생) 역시 혼합복식에 은메달 쾌거를 이뤘다.
태권도 대표팀의 박태준(경희대·2004년생)과 김유진(울산시체육회·2000년생)도 금빛 발차기에 성공하며 새로운 스타의 탄생을 알렸다.
과거 한국 스포츠는 2008 베이징·2012 런던 대회에서 역대 올림픽 최다 금메달(13개)을 따며 전성기를 맞았으나, 2016 리우(금 9)·2020 도쿄 대회(금 6)를 거치며 '암흑기'를 보내야 했다.
그러나 이번엔 종목마다 새 얼굴이 떠오르면서 차기 대회의 전망을 밝혔다. 한국 엘리트 스포츠의 위기라는 말이 많았는데, 겁 없는 젋은 피가 새로운 동력으로 떠올랐다.
태권도의 김유진은 금메달 획득 후 "그동안 여러 선발전에서 많은 고생을 하다 보니 올림픽 무대가 오히려 쉽게 느껴졌다"며 "후배들에게 '올림픽 별거 아니야'라는 말로 자신감을 주고 싶다"고 MZ 세대다운 통통 튀는 소감을 내놨다.
eggod611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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