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 비걸, '아프간 여성에게 자유를' 메시지…0점 받고 '실격'[올림픽]

탈라시, 네덜란드 사르조에와 맞대결서 메시지 전달
'정치적 의사 표현 금지' 규정 위반 이유로 실격 처분

브레이킹 비걸' 종목의 마니자 탈라시(21)가 경기 후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에게 자유를'이라는 문구가 적힌 천을 펼쳐 보여 실격 처분 받았다.ⓒ AFP=뉴스1 ⓒ News1 원태성 기자

(서울=뉴스1) 원태성 기자 = 2024 파리 올림픽 '브레이킹 비걸' 종목에 출전한 아프가니스탄 난민 출신 선수가 실격 처분을 받았다. 경기를 마친 뒤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에게 자유를(Free Afghan Women)'이라는 메시지를 펼쳤기 때문이다.

'브레이킹 비걸' 종목의 마니자 탈라시(21)는 10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콩코르드 광장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브레이킹 비걸 첫 경기에서 네덜란드의 인디아 사르조에와 맞대결을 펼쳤다.

그는 경기를 마친 뒤 해당 문구가 적힌 메시지를 펼쳐 보였다.

탈라시는 공연 중에도 상의를 벗는 퍼포먼스를 했는데, 이 때 그가 안에 입은 옷에도 'Free Afghan Women'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어 많은 박수를 받았다.

결과도 좋지 않았다. 공연이 끝난 뒤 심사위원단은 탈라시가 아닌 사르조에에게 더 높은 점수를 줬다.

그러나 경기 후 대회조직위원회는 이에 탈라시는 '점수 차에 의한 패배'가 아닌 '실격 처분(DSQ)'이 됐다. 탈라시의 행동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금지한 '정치적 의사 표현'이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IOC 헌장 50조에 따르면 '올림픽 현장에서는 어떠한 종류의 시위나 정치·종교·인종적 선전을 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비록 실격 처분 받았지만 탈라시는 자신의 행동에 후회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나는 사람들에게 불가능이란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자신의 행동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탈라시는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나고 자랐다. 어렸을 적 인터넷을 통해 브레이크 댄스를 처음 접했고, 이후 댄서의 꿈을 키워왔다.

그러나 2021년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하면서 여성들의 스포츠를 포함한 대외 활동을 금지했고, 탈라시의 꿈도 무산되는 듯 했다.

하지만 탈라시는 탈레반의 살해 협박에도 아프가니스탄을 탈출해 파키스탄을 거쳐 현재 스페인에 정착해 살고 있다.

kha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