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 박인비의 찬란했던 도전…韓 여성 첫 역사는 시작됐다[올림픽]

IOC 선수위원 도전했으나 낙선…29명 중 18위
골프 종목 약세·임신 7개월 어려움 딛고 분투

IOC 선수위원에 도전했지만 낙선한 박인비. /뉴스1 DB ⓒ News1 이재상 기자

(파리=뉴스1) 권혁준 기자 = 한국 여성 최초의 '스포츠 외교관' 타이틀에 도전했던 박인비(36)의 꿈은 끝내 이뤄지지 못했다. 하지만 '실패'라는 단어로 갈무리 할 수는 없다. 결과는 낙선이나 그의 도전은 모두의 박수를 받기에 충분했다.

박인비는 8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팔레 데 콩그레에 위치한 메인프레스센터(MPC)에서 발표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 투표 결과, 총 6576표 중 590표를 받아 29명의 후보 중 18위에 올랐다.

상위 4위 안에 들지 못한 박인비는 IOC 선수위원에 당선되지 못했다.

투표 결과가 발표되기 전부터 당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전망이 많았다. 골프 종목 자체가 올림픽 내 영향력이 높지 않기에, '여성 골프 선수'로 다른 나라 선수들을 설득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의견이었다.

올림픽이라는 일생일대의 중요한 무대를 앞둔 선수들을 붙잡고 긴 시간을 어필하기도 어려웠다.

박인비(36). /뉴스1 DB ⓒ News1 박세연 기자

박인비는 "선수촌을 오가며 많은 선수를 만났지만, 스치는 정도라 깊은 얘기를 하지는 못했다"면서 "선수 중에서도 살갑게 반응하는 선수도, 그냥 지나치는 선수도 있었다"고 했다.

박인비 개인적으로도 활발한 선거 운동을 하기엔 녹록지 않은 상황이었다. 둘째 임신 7개월 차에 접어들었기에 체력적인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박인비는 최선을 다했다. 특히 '여성 선수', '워킹맘'이라는 점을 내세워 선수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섰고, '골프 혼성 경기 도입' 등 자신의 주무대인 골프 선수들에게 다가갈 방안도 구상했다.

어쨌든 결과는 나왔고 '스포츠 외교관'으로 새로운 길을 걷고 싶어 했던 박인비의 도전은 일단 멈춰 섰다.

하지만 그간 여성 선수로 과감하게 도전장을 내밀었던 이도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박인비의 행보는 그 자체로 새로운 길을 개척한 것임에 틀림없다. 발을 내딛은 것만으로도 역사는 시작됐다.

starburyn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