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채현 "결선 땐 즐기면서 클라이밍 첫 메달 따겠다" [올림픽]
'짜릿한 뒤집기' 8위로 콤바인 2연속 결선 진출
결선은 10일 오후 7시35분
- 이상철 기자
(파리=뉴스1) 이상철 기자 = '턱걸이'로 올림픽 2연속 결선 무대를 밟은 한국 스포츠클라이밍의 간판 서채현(21·서울시청·노스페이스)이 첫 메달을 향해 당돌한 각오를 전했다. 부담을 덜어내고 즐기면서 암벽을 타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겠다고 했다.
서채현은 8일 오후 5시(이하 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르부르제 클라이밍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스포츠클라이밍 여자 콤바인(볼더링+리드) 준결선 리드 경기에서 72.1점을 기록, 극적으로 결선 진출권을 획득했다.
서채현은 지난 6일 볼더링 경기에서 13위(44.2점)에 머물러 탈락 위기에 몰렸지만, 주 종목인 리드에서 20명의 선수 중 4번째로 높은 점수를 받아 순위를 8위(합계 116.3점)로 끌어올렸다.
이로써 서채현은 상위 8명이 메달 경쟁을 펼치는 결선 무대에 서게 됐다. 2021년 개최한 2020 도쿄 올림픽에 이어 2연속 결선 진출이다.
경기 후 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서채현은 "주 종목인 리드가 어렵다고 생각한 적이 없는데, 결선을 오르기 위해 어떻게든 뒤집어야 한다는 부담에 긴장을 많이 했다. 그래서 등반하는 데 많이 힘들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13번째로 경기를 마친 뒤) 중간 순위가 3위였다. 뒤에 7명의 선수가 남았는데 다들 리드를 잘한다. 그래서 '9~10위 정도로 아쉽게 탈락하겠구나'라는 생각으로 내려놓았는데, 운 좋게 결선 진출권을 따냈다. 믿기지 않는다"며 안도했다.
한국 스포츠클라이밍은 이번 파리 대회에서 서채현을 포함해 3명의 선수가 참가했다. 모두 다 메달을 기대했지만, 남자 스피드의 신은철(25·더쉴·노스페이스)과 남자 콤바인의 이도현(22·서울시청·블랙야크)은 결선 진출에 실패했다.
이 때문에 '마지막 보루'가 된 서채현은 더욱 다부진 각오로 경기에 임했다. 그는 "(이)도현 오빠와 (신)은철 오빠 모두 당연히 결선까지 진출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아쉽다. 특히 (유력한 메달 후보로 꼽힌) 도현 오빠의 탈락은 내게도 큰 충격이었다"며 "내가 두 사람의 몫까지 다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했는데, 결선에 오를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스포츠클라이밍 여자 콤바인 결선은 10일 오후 7시 35분에 열릴 예정이다. 결선에서는 준결선 기록이 사라지고, 다시 볼더링과 리드 경기를 치러 합산 점수로 금메달의 주인공을 가린다.
서채현이 입상에 성공하면, 한국 스포츠클라이밍 첫 올림픽 메달이라는 역사를 쓰게 된다.
그는 고등학생 신분으로 참가한 도쿄 올림픽 결선에서 8명 중 최하위에 그쳤다. 당시 콤바인 종목은 볼더링과 리드에 스피드까지 합해 순위를 가렸다. 서채현은 마지막 리드 경기에서 1위에 오르면 동메달을 딸 수 있었지만 2위에 그쳐 입상에 실패했다.
서채현은 "당연히 첫 올림픽 메달에 대한 욕심이 있다"고 당돌하게 말한 뒤 "스포츠클라이밍은 경기를 마친 뒤 손 피부가 많이 까져서 휴식이 중요하다. 이틀 동안 피로를 풀면서 최상의 컨디션을 만들어야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서채현은 무엇보다 경기를 즐기고 싶다고 했다. 그는 "많은 관중의 호응을 받으며 암벽을 오르는 것이 정말 즐겁고 행복하다. 다시 그 기회를 얻었다. 준결선에서는 압박감 때문에 너무 긴장한 나머지 제대로 즐기지 못했다. 결선에서는 (부담을 내려놓고) 온전히 즐기겠다. 그러면 좋은 결과도 따라오지 않을까"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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