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 '최소 金 1개' 목표 달성…명예 회복은 지금부터 [올림픽]
도쿄 '노골드' 수모, 파리서 '첫 주자' 박태준 金
"나도 우승" 김유진·서건우·이다빈, 차례로 출격
- 이상철 기자
(파리=뉴스1) 이상철 기자 = 3년 전 도쿄에서 '노골드'로 부진했던 태권도 대표팀이 파리에서 박태준(20·경희대)의 금빛 발차기를 앞세워 구겨진 자존심을 회복했다. 최소 금메달 1개라는 목표를 첫 주자가 달성한 한국 태권도는 기세를 몰아 추가 금메달 수집에 나선다.
박태준은 8일 오전(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그랑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태권도 남자 58㎏급 결승전에서 가심 마고메도프(아제르바이잔)를 꺾고 우승했다.
이로써 '종주국' 한국의 올림픽 통산 태권도 금메달은 12개로 늘었다. 양궁(32개) 다음의 '금메달 밭'이다.
하지만 이 한 개를 추가하기까지 8년의 세월이 걸렸다. 2021년 개최한 도쿄 올림픽에서는 은메달 1개, 동메달 2개만 따내 사상 처음으로 '노골드' 수모를 당했다.
이번 파리 대회에서도 한국 태권도의 금메달 전망이 밝지 않았다. 국가별 출전 선수를 4명으로 제한한 규정이 2016 리우데자네이루 대회부터 폐지됐지만, 이번 대회 한국의 출전 선수는 4명에 불과했다. 올림픽 8개 체급에 모든 선수를 올리는 것조차 벅찰 정도가 됐다.
이 때문에 한국 태권도의 파리 올림픽 목표도 예전보다 소박했다. 이창건 태권도 대표팀 감독은 "올림픽에 출전하는 모든 태권도 선수가 금메달을 딸 수 있는 기량을 갖췄다"면서도 "파리 올림픽에서는 최소 금메달 1개를 목표로 세웠다"고 조심스럽게 밝혔다.
하지만 첫 주자이자 대표팀 막내인 박태준이 포문을 활짝 열며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박태준은 남자 58㎏급에서 쟁쟁한 선수들을 하나둘 격파하더니 정상에 올랐다.
박태준의 맹활약에 한국 태권도는 2016 리우 대회 여자 67㎏급 오혜리와 여자 49㎏급 김소희 이후 8년 만에 금메달을 추가했다. 아울러 박태준은 한국 태권도 최초로 남자 최경량급 챔피언이 됐고, 2008 베이징 대회의 68㎏급 손태진과 80㎏ 초과급 차동민 이후 16년 만에 남자 태권도 금메달리스트로 이름을 남겼다.
한국 태권도의 콱 막혔던 맥이 박태준의 발차기로 뻥 뚫렸다. 대회를 앞두고 박태준은 "처음 출전하는 올림픽인 만큼 겁 없는 모습을 보여 꼭 애국가가 울려 퍼질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는데, 그 약속을 지켰다.
박태준으로부터 좋은 기운을 받은 태권도 대표팀은 이제 본격적으로 금메달 사냥을 펼친다.
8일에는 여자 57㎏급 김유진(울산광역시체육회)이 출격하고 남자 80㎏급 서건우(한국체대)와 여자 67㎏ 초과급 이다빈(서울시청)이 각각 9일, 10일에 나선다.
이 3명 모두 금메달을 향한 의지가 강하다. 자신의 강점을 살려 시상대 꼭대기에 서겠다고 했다. '다음 주자' 김유진은 "잘할 수 있다. 후회 없이 준비한 걸 다 펼쳐 꼭 금메달을 따겠다"고 당차게 말했다.
태권도 대표팀의 활약은 역대 단일 올림픽 최고 성적을 바라보는 한국 선수단에도 중요하다. 박태준의 우승으로 금메달 12개를 채운 한국은 앞으로 금메달 2개만 보태면 2008 베이징과 2012 런던 대회에서 세운 역대 단일 올림픽 최다 금메달(13개) 기록을 경신하게 된다.
남자 높이뛰기, 남녀 근대5종, 남자 브레이킹 등에서도 메달을 기대하지만 가능성 측면에서는 태권도가 우위다. 태권도가 종주국 자존심을 제대로 회복하면서 계속 좋은 성적을 내야 한국 선수단이 한층 수월하게 단일 대회 최다 금메달 기록을 수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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