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맥 다시 뚫은 박태준, 태권도 '차세대 에이스'로 우뚝 [올림픽]

결승서 마고메도프 꺾고 58㎏급 첫 제패
태권도 남자 선수로는 16년 만에 금메달리스트

대한민국 태권도 대표팀 박태준이 8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 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남자 58kg급 결승 아제르바이잔의 가심 마고메도프와의 경기에 입장하고 있다. 2024.8.8/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파리=뉴스1) 문대현 기자 = 한국 태권도의 차세대 에이스로 기대받던 박태준(20‧경희대)이 올림픽 챔피언에 올랐다. 이제 막 20대에 접어든 박태준의 활약으로 한동안 어두웠던 태권도계는 다시 활기를 되찾을 전망이다.

세계 랭킹 5위인 박태준은 8일 오전(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그랑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태권도 남자 58㎏급 결승전에서 가심 마고메도프(26위·아제르바이잔)를 2-0(9-0 13-1)으로 제압,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한국 태권도는 2016 리우 대회에서 나온 여자 67㎏급 오혜리·여자 49㎏급 김소희의 금메달 이후 금메달이 없었는데 이번 대회 한국에서 첫 주자로 나선 박태준이 한을 풀었다.

남자 선수로 범위를 좁히면 2008 베이징 대회의 68㎏급 손태진과 80㎏ 초과급 차동민 이후 16년 만이다.

대한민국 태권도 대표팀 박태준이 8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 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남자 58kg급 결승에서 아제르바이잔의 가심 마고메도프와 맞대결을 펼치고 있다. 2024.8.8/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특히 박태준은 58㎏급을 제패한 첫 번째 한국 태권도 선수라는 이정표를 세웠다.

태권도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2000 시드니 대회 이후 이 체급에서 한 번도 우승하지 못했고, 이대훈이 2012 런던 대회 때 획득한 은메달이 종전 최고 성적이었다. 하지만 박태준이 처음 출전한 올림픽에서 새 역사를 썼다.

박태준은 이제 20대에 막 접어든 선수라 대중에 이름이 많이 알려진 선수는 아니다. 그렇다고 실력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박태준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실력을 쌓아온 '숨은 고수'였다.

2022년 한성고 재학 중이던 박태준은 세계태권도연맹(WT)이 신설한 유망주들의 국제 대회 월드 그랑프리 챌린지에 출전해 남자 58㎏급 우승을 차지하며 주목을 받았다.

대한민국 태권도 대표팀 박태준이 7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 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남자 58kg급 준결승에서 튀니지 모하메드 칼릴 젠두비와 맞대결을 펼치고 있다. 2024.8.7/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박태준은 첫 세계 대회 우승 이후 빠르게 성장했다. 같은 해 10월 WT 그랑프리 시리즈 3차 대회에서 2020 도쿄 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인 젠두비와 도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비토 델라킬라(이탈리아)를 연파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해 6월에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선 비올림픽 체급인 남자 54㎏급에 출전해 금메달을 차지했다. 대회 남자부 최우수선수(MVP)도 그의 몫이었다.

그랑프리와 세계선수권대회까지 제패한 박태준은 지난 2월 올림픽 출전권을 두고 장준(24)과 맞붙었다. 대다수가 도쿄 올림픽 동메달,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 등 굵직한 성과를 낸 장준의 승리를 점쳤으나 결과는 정반대였다.

이전까지 장준과 6번 겨뤄 모두 패했던 박태준은 가장 중요한 선발전에서 장준을 2-1로 꺾고 당당히 올림픽 출전권을 따냈다.

이제껏 한국 태권도 남자 58㎏급에서 올림픽 챔피언이 나온 적은 없었다. 이 때문에 장준은 선배들의 한을 푼다는 심정으로 꾸준히 훈련에 임했다.

기존 강점인 체력과 발차기 능력을 계속해서 키웠고, 선수치고는 크지 않은 신장(180.1㎝)을 극복하기 위해 근접전에서 점수를 따는 법을 연마했다.

박태준은 첫 올림픽을 앞두고 점점 커지는 관심에 부담을 느낄 법도 했다. 하지만 "최대한 관심을 즐기며 준비한 걸 모두 쏟아내겠다"는 당당한 포부와 함께 파리에 입성했다.

대한민국 태권도 대표팀 박태준이 7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 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남자 58kg급 준결승에서 튀니지 모하메드 칼릴 젠두비와 맞대결을 펼치고 있다. 2024.8.7/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박태준은 첫판인 16강에서 요한드리 그라나도(29위·베네수엘라)를 상대로 콜드 승을 거두며 기분 좋게 출발했다. 8강이 고비였다. 홈 팀 프랑스의 시리앙 라베(11위)와 3라운드까지 접전을 펼치며 2-1로 겨우 이겼다. 수천 명의 프랑스 관중을 뚫어낸 승리였다.

4강에서는 세계 1위 모하메드 칼릴 젠두비(튀니지)를 만났다. 이 경기는 접전으로 예상됐으나 오히려 박태준이 근접 공격에서 젠두비를 압도하며 여유 있는 승리를 거뒀다.

여러 고비를 넘고 결승까지 온 박태준에게 마고메도프는 상대가 되지 못했다. 박태준은 초반부터 상대를 강하게 몰아붙였다.

마고베데프는 박태준의 공격에 대응하다 부상을 당했고, 제대로 반격조차 하지 못했다.

박태준은 압도적 기량을 펼치며 1·2라운드를 연달아 승리,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대한민국 태권도 대표팀 박태준이 8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 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남자 58kg급 결승 아제르바이잔의 가심 마고메도프와의 경기에서 충돌 후 고통스러워 하는 마고메도프를 살펴보고 있다. 2024.8.8/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eggod611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