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숙적·변수 다 극복한 안세영, 파리에서 완벽한 대관식[올림픽]
결승서 세계 9위 허빙자오 상대로 2-0 승리
주변 우려 극복하고 그랜드슬램에 한 발짝
- 문대현 기자
(파리=뉴스1) 문대현 기자 = '셔틀콕 여제' 안세영(22·삼성생명)이 28년 만에 배드민턴 올림픽 단식 금메달이라는 큰 이정표를 세웠다. 지난해 말 무릎 부상 이후 발생한 모든 우려를 불식시키고 명실상부 세계 최고의 자리에 우뚝 섰다. 어려움을 극복해 낸 과정부터 화려한 결과까지, '셔틀콕 여제' 안세영을 위한 대관식으로 손색 없는 올림픽이었다.
여자 단식 세계 1위 안세영은 5일(이하 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포르트 드 라샤펠 아레나에서 열린 허빙자오(9위·중국)와의 2024 파리 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게임 스코어 2-0(21-13 21-16)으로 이기며 금메달을 땄다.
한국 배드민턴 선수로는 2004년 아테네 대회 손승모(은메달) 이후 20년 만에 올림픽 단식 결승에 오른 안세영은 1996 애틀랜타 대회 방수현 이후 28년 만에 올림픽 단식을 제패한 선수가 됐다.
이번 대회에서 배드민턴 대표팀은 예상보다 저조한 성적을 내고 있었다. 남녀·혼합 복식에서 최소 1개 이상의 금메달을 기대했으나 혼합 복식(김원호-정나은) 동메달 외에는 메달이 없었다.
그러나 마지막 주자로 나선 안세영이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정상에 오르며 한국 배드민턴의 자존심을 세웠다.
안세영 개인으로서도 큰 경사다.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개인전 금메달을 기점으로 확실한 세계 최강자로 인정받았던 안세영은 올림픽 우승으로 또 한 번 권위를 인정받았다.
세계선수권, 아시안게임, 올림픽을 정복한 안세영은 앞으로 아시아선수권에서 우승을 더 하면 '그랜드슬램'이라는 대기록을 쓸 수 있다.
결과는 달콤하나 과정은 쉽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대단한 기세로 아시안게임을 우승했을 때까지만 해도 올림픽까지 순항할 줄 알았으나 결승전에서 천위페이를 상대하다 얻은 무릎 부상으로 꽤 고생했다.
설상가상 올해 1월 인도 오픈에서는 우측 허벅지 안쪽 근육을 다쳐 기권했다. 이후 프랑스오픈을 제패했지만 전영 오픈, 우버컵에서 우승에 실패하며 우려를 낳았다. 배드민턴계 내부에서조차 '안세영의 올림픽 금메달을 장담할 수 없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안세영은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안고 파리에 입성했다. 조별 예선에서는 2연승을 달렸지만 본인 스스로 경기력에 만족하지 못했다. 그러나 8강에서 '숙적' 야마구치 아카네(일본)를 꺾고 분위기를 바꿨다.
전현 세계 1위 간 대결이자 미리 보는 결승전으로 불렸던 경기에서 안세영은 1게임을 먼저 내준 뒤 2, 3게임에서 승부를 뒤집으며 극적으로 4강에 올랐다.
준결승에서는 인도네시아의 '복병' 그레고리아 마리스카 툰중에게 다시 한번 2-1 역전승을 거두며 결승에 올랐다. 안세영은 매 경기 내용이 완벽하진 않았으나 어떻게든 이긴다는 승부사의 면모를 보이며 결승에 안착했다.
앞서 유력한 우승 후보 천위페이(중국)가 8강에서 먼저 탈락한 것도 안세영에게는 호재였다. 결승에서 만난 허빙자오 역시 호락호락한 상대는 아니었지만 야마구치나 천위페이보다는 무게감이 떨어졌다.
예상대로 안세영은 경기 내내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았고, 결국 스스로 완벽한 대관식을 만들었다. 지난 3월 프랑스오픈 우승에 이어 또 다시 프랑스의 심장부에 태극기를 꽂으며 파리를 '약속의 땅'으로 만들었다.
eggod611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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