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복서 임애지-방철미, 함께 시상대로…"어떻게 사진 찍을까요"[올림픽]
2018 AG부터 친분…"언니가 '힘내라' 응원해줘"
파리 대회서 공동 銅…"더 높이 서고 싶었는데"
- 이상철 기자
(파리=뉴스1) 이상철 기자 = "(방)철미 언니를 안아봐도 될까요?"
2024 파리 올림픽 복싱 여자 54㎏급 동메달을 딴 임애지(25·화순군청)가 메달 시상식에서 같이 3위 단상에 서게 될 북한의 방철미(30)와 어떻게 있을 거냐는 말에 이렇게 답했다. 엉뚱한 발언인데, 그만큼 둘의 사이는 꽤 가깝다.
임애지는 4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노스 파리 아레나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복싱 여자 54㎏급 4강전에서 해티스 아크바스(튀르키예)에 2-3으로 판정패했다.
결승 진출이 무산된 임애지는 3-4위전 없이 동메달을 가져가게 됐다.
올림픽 복싱 종목은 동메달 결정전을 따로 진행하지 않고 4강전 패자 두 명에게 모두 동메달을 수여한다. 이 때문에 임애지는 앞서 8강전을 통과하면서 한국 최초 올림픽 여자 복싱 메달리스트라는 새 이정표를 세웠다.
복싱 여자 54㎏급 메달 시상식은 9일 오전 5시 51분 파리의 롤랑 가로스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같은 체급 결승전이 끝난 뒤 진행한다.
공교롭게 남북 선수가 나란히 3위 단상에 서서 동메달을 받게 된다. 임애지보다 앞서 4강전을 치른 방철미는 창위안(중국)에게 판정패해 동메달을 땄다.
파리 대회에서 남북 선수가 함께 시상대에 오르는 것은 탁구 혼합복식의 은메달 리정식-김금용, 동메달 임종훈-신유빈에 이어 복싱 여자 54㎏급이 두 번째다. 이번에는 임애지와 방철미가 같은 위치에서 바로 옆에 붙어있는 것이 조금 다른 점이다.
아울러 남북 선수가 조금 더 친밀하게 지내는 모습을 볼 수도 있다. 북한 선수들은 국제 대회에서 한국 선수단과 접촉을 피하지만, 임애지와 방철미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부터 조금씩 친분을 쌓은 사이다.
가볍게 인사를 나누거나 서로를 알아보는 수준이 아니라 상당히 다정한 관계다. 임애지에 따르면 방철미는 선수촌과 훈련장, 경기장에서 임애지를 만나면 "많이 성장했다" "힘내라" 등 응원과 격려를 해줬다고. 임애지는 그런 방철미에게 "언니"라는 호칭을 쓴다.
이번 파리 대회 메달 시상식에서는 메달리스트들이 대회 공식 후원사 삼성전자의 휴대 전화로 다 같이 사진을 찍고 있다. 임애지와 방철미가 메달을 받을 때도 당연히 이 '셀피'를 할 예정이다.
시상식에 설 모습을 수없이 상상했던 임애지로서도 방철미와 '어떤 포즈'를 취해야 할지 고민이 많아졌다.
설레고 기쁘지만, 임애지는 방철미와 나란히 공동 3위에 자리하는 것에 대해선 아쉬움을 표했다. 방철미보다 높은 곳에 자리해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둘은 4강전에서 나란히 승리할 경우 결승에서 금메달을 놓고 겨룰 뻔했지만, 방철미와 임애지 모두 결승 무대를 밟지 못했다.
임애지는 "언니가 4강전에서 먼저 졌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는 꼭 결승까지 올라 시상대 더 높이 올라가고 싶었다. 그렇게 이번에는 언니를 이기고 싶었다. 하지만 나도 져서 시상대에서 나란히 서게 됐다. 내가 원하던 그림이 안 나왔다"고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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