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가 왜?"…김예지 "나를 향한 관심, 사격으로 돌리고파"[올림픽]

10m 공기 권총 銀, 전 세계적으로 관심 받아
"인기 실감…한국 사격 흥행 견인하고파"

3일(한국시간) 프랑스 샤토루 사격장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여자 25m 권총 결선에 앞서 취재진과 만난 김예지. 2024.8.3/뉴스1 ⓒ News1 문대현 기자

(샤토루=뉴스1) 문대현 기자 = "처음에는 '그분(일론 머스크)이 나를 왜 칭찬하시나' 했죠.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사격을 인기 종목으로 만들고 싶어요."

사격 국가대표 김예지(32·임실군청)는 2024 파리 올림픽을 통해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10m 공기권총 개인전에서 은메달을 딴 뒤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이자 엑스의 소유주인 일론 머스크가 김예지의 과거 경기 영상을 SNS에 올리면서 세계인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올림픽 전까지 김예지는 사격인만 아는 선수였으나 머스크의 '픽'을 당한 이후 지구촌 스타로 거듭났다. 김예지 역시 이런 상황이 싫지만은 않다.

김예지는 3일(이하 한국시간) 프랑스 샤토루 사격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2일 25m 권총 본선에서 1발을 시간 내에 쏘지 못해 0점 처리되면서 충격의 탈락을 당했지만, 결선에 오른 동료 양지인(21·한국체대)을 응원하기 위해 경기장을 찾았다.

대표팀 트레이닝복을 입은 김예지가 나타나자, 사격장에 있던 자원봉사자와 다른 나라 관계자 등 여러 사람이 사진을 요청했다. 김예지는 다가오는 사람마다 웃는 얼굴로 사진을 찍었다.

3일(한국시간) 프랑스 샤토루 사격장에서 자원봉사자의 사진 요청에 응하고 있는 김예지. 2024.8.3/뉴스1 ⓒ News1 문대현 기자

이후 취재진과 만난 김예지는 "처음에는 '그분이 나를 왜 SNS에 올렸을까' 싶었다. 알고 보니 원체 스포츠에 관심이 많으셔서 나뿐 아니라 다른 종목의 많은 선수들도 올렸더라"며 "어쨌든 내 입장에선 감사하다. 그분 덕분에 한국 사격이 인기 종목으로 거듭나면 좋겠다"고 말했다.

요즘 김예지의 SNS는 불이 났다. 한국뿐 아니라 여러 국가의 팬들이 그녀에게 관심을 보이며 메시지를 보내기 때문이다. 인기를 실감한다는 김예지는 "얼른 답장을 해드리고 싶은데 번역기를 사용하는 데 시간이 걸리더라. 그래도 최대한 모두 답을 드리려고 하니 조금만 기다려주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두 종목에 참여한 김예지의 첫 올림픽은 은메달 1개로 끝났다. 세계 2위도 대단한 성과지만 대회 전부터 '금메달은 나의 것'이라고 공언했던 것을 생각하면 다소 아쉽다. 특히 25m 권총 본선에서는 평소 하지 않던 실수를 하면서 후회가 남았다.

이후 김예지는 자신의 SNS에 "내가 큰 '빅 이벤트'를 선사하는 바람에 여러분에게 실망감을 드렸다"는 글을 남겼다. 그러나 일부는 갑자기 큰 관심을 받은 김예지의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집중력이 흐트러진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하기도 했다.

김예지는 "정말 잘 쏘고 싶었다. 평소보다 더 정확하게 하려다 보니 시간을 흘려보냈다. 선수로서 나와선 안 됐을 장면"이라며 "이후 여러 감정이 교차했다. 스스로 속상하고 허탈했다. 그리고 응원해 주신 국민에게 금메달 약속을 지키지 못해 죄송하다"고 말했다.

2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김예지 선수가 10m 공기권총 은메달을 걸고 시상대에 올라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4.07.28/ ⓒ AFP=뉴스1 ⓒ News1 권진영 기자

이어 "나는 평소 말의 힘을 믿기에 최대한 부정적인 말을 안 하려고 한다. 그래서 직접적으로 경기 내용을 언급하기보다 '빅 이벤트'라는 표현을 썼는데, 이를 안 좋게 보신 분들도 계시더라. 이 또한 나의 실수다.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은메달을 땄음에도 대중의 질타에 기가 많이 죽은 모습이었다.

그러나 이번이 끝이 아니다. 뒤늦게 주목을 받았지만 계속해서 좋은 경기력을 보이면 만회할 기회는 충분하다.

이번에 느낀 점을 토대로 기량을 더욱 발전시킨 뒤 2년 뒤 나고야 아시안게임, 4년 뒤 LA 올림픽에서 다시 성과를 내겠다는 게 그녀의 목표다.

김예지는 "샤토루에서 경기하면서 많은 것을 경험했고 배웠다. 앞으로 남은 선수 생활에 큰 발판이 될 것"이라며 "내게 오는 많은 관심을 사격 종목으로 돌리고 싶다. 그래서 사격이 정말 멋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사격 대표팀의 후배 오예진, 반효진과 함께 서 있는 김예지(왼쪽부터). 2024.8.3/뉴스1 ⓒ News1 문대현 기자

eggod611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