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세지는 女 복서 성별 논란…국제복싱협회 "자격없다"[올림픽]

IOC "자의적인 판단의 희생자…학대행위 안타까워"

이마네 칼리프(왼쪽)과 안젤라 카리니 ⓒ AFP=뉴스1 금준혁 기자

(서울=뉴스1) 금준혁 기자 = '남성 염색체'를 가진 여성 복서들의 출전 자격을 두고 국제복싱협회(IBA)와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충돌했다. 상대 선수가 46초 만에 경기를 포기한 것을 계기로 문제가 더욱 불거지는 모양새다.

IBA는 2일 이마네 칼리프(26·알제리)가 여자 복싱 66㎏급 16강 전에서 안젤라 카리니(25·이탈리아)를 상대로 46초 만에 승리를 거둔 것에 대해 "참가 자격이 없다"는 입장을 냈다.

IBA는 경기 직후 "칼리프와 린위팅(28·대만)은 검사 결과 각 종목의 여성 부문 내에서 경쟁하기 위해 필요한 자격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며 "선수들의 안전이 최우선이기 때문에 (자격을 박탈하는) 결정은 정당했다"고 설명했다.

칼리프와 린위팅은 지난해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기준치를 넘겨 실격 처리됐다. XY염색체(남성 염색체)를 갖고 있는 선수는 여자 경기에 출전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IOC는 "IBA의 자의적인 판단"이라고 맞받아쳤다.

이번 올림픽에서 IBA는 과거 심판 판정 등 문제로 퇴출당했고, IOC가 직접 경기를 주관하고 있다. 대회 전 IOC는 둘의 여성부 출전이 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린 바 있다.

IOC도 성명을 통해 논란에 대해 반박했다. IOC는 "둘은 IBA의 갑작스럽고 자의적인 결정의 희생자이며 적법한 절차 없이 갑자기 실격 처리됐다"며 "그들이 받는 학대 행위가 안타깝다"고 밝혔다.

IBA 홈페이지에 공개된 회의록에 따르면 IBA 최고경영자(CEO)가 단독으로 내린 결정이며, 추후에 이사회의 승인을 거치고 절차를 수립했기 때문에 적법하지 않다는 것이 IOC의 의견이다.

로이터 통신은 "IOC는 해리포터 시리즈의 작가 J.K.롤링,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등 유명 인사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두 선수를 비판하는 글을 올려 출전 반대 여론이 더욱 거세진 것으로 판단한다"고 전했다.

롤링은 엑스(구 트위터)에 "미친 짓을 끝내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라며 "여성 복서가 부상을 당해야 하나"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rma1921k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