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싸움' 이기고 결승으로…김원호-정나은 "우리도 믿기지 않아"[올림픽]

서승재-채유정 넘고 金 도전, 상대는 세계 1위
"예선서 완패했지만 결승은 어떻게든 이길 것"

2024 파리 올림픽 배드민턴 혼합복식에서 한국 선수들을 꺾고 결승에 오른 김원호(오른쪽)와 정나은. 2024.8.2/뉴스1 ⓒ News1 문대현 기자

(파리=뉴스1) 문대현 기자 = 2024 파리 올림픽 혼합복식 4강전에서 예상을 뒤엎고 승리, 결승에 오른 김원호(삼성생명)-정나은(화순군청)이 자신도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제부터는 오직 금메달만 바라보겠다는 각오다.

세계 랭킹 8위 김원호-정나은은 2일(이하 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포르트 드 라샤펠 아레나에서 열린 배드민턴 혼합복식 4강전에서 서승재(삼성생명)-채유정(인천공항) 조(2위)를 2-1(21-16 20-22 23-21)로 꺾고 결승에 올랐다.

이변이라 불릴 만한 결과다. 앞서 김원호-정나은은 조별 예선에서 1승2패로 저조한 기록을 내며 8강 탈락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게임 득실에서 프랑스, 인도네시아에 겨우 앞서 극적으로 8강에 올랐다.

반면 서승재-채유정은 조별 예선을 3연승으로 거뜬히 통과했다. 이름값이나 랭킹, 최근 분위기 등 모든 면에서 김원호-정나은의 열세로 보였다.

그러나 김원호-정나은은 엄청난 기세로 상대를 몰아붙인 끝에 '언더독'의 주인공이 됐다.

모든 힘을 다 쏟은 김원호는 "우리보다 한 수 위의 상대를 맞아 더 활기차게 뛰려고 했는데 (정)나은이가 잘 풀어줘서 이겼다"며 "그러나 지금은 전혀 실감이 나지 않는다. 지금 이 기분을 잘 모르겠다"고 담담히 말했다.

대한민국 배드민턴 대표팀 김원호, 정나은이 2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라 샤펠 아레나에서 열린 배드민턴 혼합복식 준결승 대한민국 서승재, 채유정과의 경기를 승리한 후 기뻐하고 있다. 2024.8.2/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김원호-정나은의 승리는 거저 얻은 것이 아니다. 이들은 선배들에게 주눅 들지 않고 사력을 다해 맞섰다. 공격마다 최선을 다해 뛰어올라 스매시를 날렸고 수비를 위해선 몸을 날렸다. 경기가 3게임으로 길어지자, 김원호는 잠시 의료진을 불러 토를 하기도 했다.

여전히 가쁜 숨을 몰아쉬던 김원호는 "공복 상태에서 음료만 마시고 경기를 하다 보니 헛구역질이 올라왔고 토를 했다. 상대에게 이런 모습을 보이면 안 됐는데 저절로 나왔다"며 "마지막엔 내가 방전됐는데 나은이가 부담을 잘 극복했다"고 공을 넘겼다.

아직 병역을 이행하지 않은 김원호는 결승전 진출로 병역 혜택이 확정됐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최솔규(요넥스)와 남자 복식 결승에 올랐으나 은메달로 혜택을 받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성공했다.

병역 혜택 자체가 목적이 될 순 없지만 운동선수로서 미래를 설계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김원호는 "경기 전까지 생각이 안 났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그러나 아시안게임 결승에서 생각하다가 진 기억이 있어서 이번에는 최대한 생각하지 않았다. 다행히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배드민턴 대표팀 김원호, 정나은이 2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라 샤펠 아레나에서 열린 배드민턴 혼합복식 준결승 대한민국 두 팀 간의 경기에서 서승재, 채유정을 상대로 맞대결을 펼치고 있다. 2024.8.2/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정나은은 "한쪽은 결승, 한쪽은 동메달 결정전으로 가는 상황이었지만 그저 준결승만 생각했다"며 "마지막에 (김)원호 오빠가 나를 믿겠다고 했을 때 부담은 됐지만 해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제 한 걸음만 더 내디디면 금메달이다. 상대는 세계 1위 정쓰웨이-황야충(중국). 김원호-정나은은 예선에서 정쓰웨이-황야충 조에 0-2(13-21 14-21)로 완패했다.

재대결을 앞둔 김원호는 "예선에서 중국 조의 상대가 되지 못했는데 결승은 다를 것"이라고 다부지게 각오를 다졌다.

eggod611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