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엄마 사수' 금지현 "둘째 낳고 다음 올림픽까지 도전" [올림픽]

박하준과 혼성 10m 공기소총서 銀 합작
"후배들, 주위 시선 의식하지 않았으면"

금지현·박하준이 27일(현지시간) 프랑스 샤토루 슈팅 센터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사격 공기소총 10m 혼성 단체 시상식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4.7.27 ⓒ 로이터=뉴스1

(샤토루=뉴스1) 문대현 기자 = 2024 파리 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단에 첫 메달을 선사한 '엄마 사수' 금지현(24·경기도청)이 다음 올림픽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갓돌을 지난 딸을 둔 금지현은 둘째 출산에 대한 의지까지 밝히며 '애국자'의 면모를 보였다.

박하준(24·KT)과 함께 혼성 10m 공기소총에 나선 금지현은 27일 프랑스 샤토루 슈팅센터에서 열린 대회 금메달 결정전에서 중국의 성리하오-황위팅에 12-16으로 석패했다. 아쉬움은 남지만 의미가 큰 은메달이다.

박하준-금지현은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을 통틀어 첫 번째 메달리스트가 됐다.

금지현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엄마 총잡이'로 주목받았다. 지난 5월 바쿠 사격 월드컵 여자 10m 금메달리스트인 금지현은 2022년 10월 임신한 몸으로 카이로 월드컵에 출전해 한국에 올림픽 쿼터를 선사하더니 국내 선발전마저 통과하며 태극마크를 달았다.

지난해 출산한 금지현은 현재 돌을 막 지난 딸을 두고 생애 첫 올림픽 무대를 밟았는데, 꼭 메달을 따고 오겠다던 가족과 약속을 지켜냈다.

시상식 후 믹스트존에서 취재진과 만난 금지현은 "본선에 사격 강국이 많아 동메달만 따도 잘한 것이라 생각했는데 (박)하준이와 호흡이 잘 맞아서 운 좋게 은메달을 땄다. 중국과 결승에서 금메달을 겨뤘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한다"고 말했다.

금지현·박하준이 27일(현지시간) 프랑스 샤토루 슈팅 센터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사격 공기소총 10m 혼성 단체 시상식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고 메달리스트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4.7.27/뉴스1 ⓒ News1 문대현 기자

금지현은 "월드컵에서 금메달을 따봤지만 확실히 올림픽 입상은 느낌이 다르다. 이것이 올림픽만이 갖고 있는 무게인 것 같다"며 "금메달을 못 딴 아쉬움이 없을 순 없지만 남은 경기를 의욕적으로 임해보겠다"고 전했다.

딸 얘기를 꺼내자 금지현의 얼굴이 더욱 환해졌다. 금지현은 "임신했을 때부터 애국자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그 덕분에 슬럼프를 극복할 수 있었다"며 "올림픽으로 향하는 길에 임신과 출산 과정을 겪었는데 입상까지 하니 울컥할 정도"라고 기뻐했다.

이어 "목표로 하던 내 올림픽이 끝나간다는 생각에 시원섭섭하기도하다. 둘째를 낳고 다음 올림픽까지 도전하고 싶다"고 유쾌하게 웃었다.

엄마 사수로서 전성기를 맞은 금지현은 여자 후배들을 향한 조언도 빼놓지 않았다.

금지현은 " 이 세상에 출산보다 무서운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출산해도 경력 단절이 안 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며 "주위에서는 (선수로서) 임신을 긍정적으로 보지 않는 시선도 있었는데 여자만이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여자) 후배들도 편견 때문에 하고 싶은 것을 못 하지 말고 자유롭게 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사격이 2024 파리 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단에 첫 번째 메달을 안겼다. 10m 공기소총 혼성경기에 출전한 박하준(KT)과 금지현(경기도청)이 값진 은메달을 땄다.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eggod611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