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볼 오성옥 "한국만의 무기는 늘 통했다"[그대들을 응원합니다⑥]
올림픽서 금 1·은 2·동 1 따낸 '우생순' 실제 모델
"유럽이 잘해도, 한국의 끈질긴 스타일 버거워해"
- 안영준 기자
(서울=뉴스1) 안영준 기자 = '우생순(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의 실제 모델로 한국 여자핸드볼의 전설인 오성옥은 이번 파리 올림픽이 쉽지 않은 도전이 될 것이라는 평가에 "유럽이 핸드볼 강국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들을 상대할 한국만의 무기가 있다"며 후배들의 자신감을 북돋웠다.
한국 여자핸드볼은 1984년 LA 대회 은메달을 시작으로 안방서 열린 1988 올림픽에선 첫 금메달을 땄고 이후 1992년 금메달, 1996년 은메달, 2004년 은메달 등 꾸준하게 정상급 경쟁력을 보여줬다.
하지만 최근에는 판도가 바뀌었다. 핸드볼의 본고장 유럽 국가들이 2010년대 들어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국제 흐름을 이끌어가는 막강 세력으로 떠올랐다.
유럽세에 밀린 한국은 2008 베이징 대회 동메달 이후 16년 동안 올림픽 시상대에 오르지 못했고 2016년 리우 대회에선 10위라는 역대 최악의 성적을 냈다.
이번 대회도 전망이 밝지 않다. 대진운마저 따르지 않아 독일, 슬로베니아,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 등 유럽 5개 팀과 함께 '죽음의 조'에 속해 있다.
그래서 파리로 향하는 이번 대표팀을 향해 긍정적인 시선이 많지 않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1992년부터 2008년까지 금메달 1개, 은메달 2개, 동메달 1개를 따내며 한국 핸드볼 전성기의 중심에 있었던 오성옥은 "시작부터 기죽고 들어갈 필요가 없다.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덤비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며 희망을 노래했다.
그는 "아무리 유럽이 강해졌다고 해도 한국만의 무기는 늘 통했다"면서 "내가 선수 시절 금메달을 딸 때도 유럽의 피지컬은 지금처럼 쉽지 않았다. 그래도 한국이 잘하는 조직력과 끈끈한 핸드볼로 나서면 유럽은 늘 버거워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근 유럽의 실력이 많이 올라오기는 했지만, 우리가 조직적인 핸드볼을 놓치지 않는다면 유럽은 그 부분에서 분명 허점이 나올 것"이라고 짚었다.
이번 올림픽은 6개 팀이 2개 조로 나뉘어 조별리그를 치르며, 각 조 4위까지가 8강에 올라 토너먼트로 금메달을 향한 여정을 이어간다.
그는 "현실적으로 금메달을 목표로 나설 수 없는 것은 맞다. 그래도 우리 후배들이 2승 정도는 충분히 할 역량을 갖췄다고 본다. 그러면 8강에는 오를 수 있고, 그 뒤부터는 아무도 모른다"고 했다.
한국만의 장점을 막연히 믿어도 좋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는 한국 특유의 조직력과 팀워크 등이 시너지를 내려면 피나는 노력과 준비가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2004 아테네 올림픽 당시 전력 열세라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기적의 은메달'을 획득,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우생순)' 영화의 실제 모델이기도 한 오성옥은 기적을 재현하기 위한 요소로 끈끈한 팀워크를 꼽았다.
그는 "일단 우리 때는 훈련 강도가 워낙 세 '메달을 못 따면 억울한' 분위기가 있었을 정도였다. 이렇게 고생했는데 뭐라도 따오지 않을 수가 없다고들 생각했다"면서 "그래서 누가 이끌지 않아도 하나로 뭉쳤고 꼭 이기겠다는 다짐들을 했다. 후배들도 다부지게 준비해서 그런 자신감과 비장할 만큼의 각오를 몸 안에 지닐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팀워크도, 절실함도 입으로만 나오는 게 아니다. 작은 것부터 행동으로 하나하나 보여야 한다. 우리 때는 모이기로 한 시간이 있으면 15분 전부터 모였고 늦는 친구가 있으면 서로 문을 똑똑 두드리며 불러서 끌어주고 밀어주고 했다"면서 "그렇게 다 같이 뭉쳐서 코트에 나서니 누구와 만나도 무섭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오성옥은 강력한 우승 후보 중 하나인 스웨덴을 상대로 한국이 이길 수도 있다며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그는 "언론에서 1·2차전인 독일과 슬로베니아를 잡아야 한다고 분석한 것을 봤다"면서 "더해 스웨덴도 충분히 잡을 수 있다. 오히려 독일은 몇몇 에이스들이 특출나 막기가 난해한데스웨덴은 특출난 선수가 없어 한국처럼 조직력이 좋은 팀에 더 유리할 수 있다"는 견해를 냈다.
이어 "사람들이 1차전을 잡을 것이라며 기대가 높은데, 선수들이 설사 그 경기를 놓치더라도 그게 끝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3차전인) 스웨덴도 충분히 꺾을 수 있으니 가라앉지 말고 계속 덤볐으면 한다"는 바람을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오성옥은 "나도 선수 때는 목표만 쫓느라 몰랐던 게 있는데, 올림픽에 나서는 것만으로도 선택받은 것이고 충분히 영광이더라. 나는 그 점을 미처 만끽 못했다. 우리 후배들은 그것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가진 것을 다 쏟아붓고 왔으면 한다"고 애정어린 조언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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