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이 선수⑯] 한국 요트 간판 하지민 "메달 들고 둘째 만나는 꿈꿔"
요트 레이저급 1인승 딩기 대표…올림픽 5연속 출전
아시아에서 최강자…"실수만 없다면 포디움 가능"
- 김도용 기자
(서울=뉴스1) 김도용 기자 = 한국 요트의 간판 하지민(35·해운대구청)이 자신의 5번째 올림픽 무대에서 간절한 자세로 메달을 노린다. 한국 요트의 역사와 곧 태어날 자신의 둘째 아이를 위한 도전이다.
바다에서 펼쳐지는 해양 스포츠인 요트, 카누, 조정, 서핑은 국내에서 비인기 종목이다. 지원도 환경도 열악하다.
하지만 여러 악조건에도 요트 레이저급의 하지민은 아시아 정상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하지민은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시작으로 2014년 인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지난해 항저우 대회에서는 은메달을 획득했다.
올림픽에서도 역사를 쓰고 있다. 하지민은 2021년 도쿄 올림픽에서 7위에 오르며 한국 요트 역사상 최고 성적을 냈다.
그리고 2024 파리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 5회 연속 올림픽 출전이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모든 종목을 통틀어 올림픽 5연속 출전 기록은 이은철, 진종오(이상 사격), 윤경신(남자 핸드볼), 오성옥(여자 핸드볼) 등 4명만 달성한 업적이다.
지난 13일 프랑스로 떠난 하지민은 출국 전 뉴스1과 통화에 "5회 출전에는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 그저 앞선 올림픽들에서 아쉬웠던 부분을 만회할 기회가 주어졌다는 사실에 설레고 기쁠 뿐"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이어 "파리 올림픽에서 목표는 실수 없이, 내가 발휘할 수 있는 경기력을 잘 보여주는 것이다. 부담 없이 허둥대지 않고 능력을 펼칠 수 있다면 메달도 가능할 것"이라며 "8월 중순에 둘째 아이가 태어날 예정인데, 메달을 들고 만나는 장면도 꿈꾼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각오는 다부지지만 쉽지 않은 목표다. 우선 파리 올림픽의 요트 종목이 펼쳐지는 마르세유에서 하지민은 지난 6월 처음으로 전지훈련을 했다. 요트 강국인 유럽 국가들이 3년 전부터 마르세유에서 대회 준비를 했던 것과는 차이가 나는 환경이다.
또한 한국 해양 종목 중 유일하게 올림픽 출전권을 따낸 하지민은 파리와 멀리 떨어진 마르세유에서 홀로 시간을 보내야 한다.
열악한 환경에서 올림픽에 나서는 하지민은 "마르세유에서 1개월을 보내면서 현지 환경에 어느 정도 적응했다. 대회가 시작되는 8월에 바람 등 여러 환경이 바뀔 수 있지만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면 지난 6월 훈련 데이터를 기초로 잘 적응해 나갈 것"이라고 희망을 놓지 않았다.
이어 "외로움이 있겠지만 과거에도 홀로 나선 대회가 몇 차례 있었다. 어차피 바다에 나가면 혼자 싸워야 한다. 잘 버텨보겠다"고 마음가짐을 단단히 했다.
여기에 도쿄 올림픽 때 함께 했던 윌 반 블라덜(네덜란드) 코치가 이번에도 함께 해 하지민에게 도움을 준다.
하지민은 "도쿄 올림픽을 마친 뒤 3년 만에 반 블라덜 코치님을 만났다. 배경 지식도 많고, 코치로서 맡은 임무에 최선을 다해주시기 때문에 서로 믿고 나가면 좋은 성적을 낼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동안 국내에서 체력과 보조 운동을 하면서 컨디션 유지에 중점을 뒀던 하지민은 마르세유에서 해상 훈련을 통해 경기 감각을 끌어 올리고 있다. 하지민이 출전하는 요트 레이저급은 오는 8월 1일부터 6일까지 펼쳐진다. 11차례 진행되는 레이스 성적을 종합, 최종 순위를 가린다.
dyk060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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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파리 올림픽은, 역대 최악의 성적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많은 대회다. 아예 본선 티켓을 놓친 종목들이 많아 선수단 규모도 크게 줄었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이고, 각본 없는 드라마라 불리는 스포츠에서 섣부른 예측은 오판을 불러올 뿐이다.
어려울 때 탄생한다는 영웅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 태극전사들은 주위 목소리에 신경 쓰지 않은 채 마지막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그들의 면면을 보면, 암울한 전망은 밝은 기대로 바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