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우·안세영·임시현…파리 빛낼 MZ 스타들이 뜬다 [올림픽 D-30 ④]
3년 전 아쉬움 딛고 절치부심…탁구 신유빈도 주목
핸드볼 이혜원·공기소총 반효진 첫 올림픽 기다려
- 안영준 기자
(서울=뉴스1) 안영준 기자 = 수영의 황선우(21)와 김우민(23), 배드민턴의 안세영(22), 양궁의 임시현(21) 등 패기 넘치는 'MZ' 스포츠 스타들이 2024 파리 올림픽을 자신의 무대로 만들기 위해 마음을 다잡고 있다.
목표 금메달 5~6개, 참가 선수단 150명 안팎이 참가하는 이번 올림픽은 '한국 엘리트 스포츠의 위기'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지만, 한국의 젊은 MZ 스타들은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며 스스로를 단련해 왔다.
첫 올림픽의 아쉬움을 딛고 성장을 거듭해 왔기에 더 주목되는 선수들이다.
우선 한국 수영의 황금기를 이끄는 황선우와 김우민은 당당히 동반 금메달을 노린다.
박태환의 은퇴 이후 한국 수영은 올림픽 결선 진출조차 기대할 종목이 아니었지만, 이제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최근 가파르게 성장한 수영은 다른 종목들의 부진과 맞물려 이번 대회 가장 큰 관심을 받는 종목이 됐다. 그 중심에 황선우와 김우민이 있다.
황선우는 고등학생 신분으로 나섰던 2020 도쿄 올림픽 자유형 200m 결선에서 150m 구간까지 1위로 통과해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바 있다. 비록 초반 오버페이스로 인해 최종 순위는 7위였지만 다음을 향한 기대를 안기기엔 충분했다.
첫 올림픽서 희망과 아쉬움을 동시에 확인했던 황선우는 이제 금메달리스트 후보로 당당히 성장해 있다.
3년 동안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메달 6개(금2, 은2, 동2)를 목에 걸었고 2024 도하 세계수영선수권 자유형 200m 금메달을 따는 등 국제무대서 경쟁력을 증명했다.
황선우는 "첫 올림픽 때는 긴장도 많이 했다. 이제는 노련미와 경험을 앞세워 더 좋은 레이스를 펼칠 자신이 있다"며 남다른 각오를 전했다.
'중장거리 강자' 김우민은 첫 올림픽 때만 해도 주목도가 거의 없다시피 한 선수였다. 하지만 이후 3년 동안 급성장, 완전히 다른 레벨이 됐다.
김우민은 항저우 아시안게임서 자유형 400m 자유형 800m, 계영 800m에서 모두 금메달을 따내며 3관왕을 일궜다. 2024 도하 세계선수권에선 자유형 400m 금메달을 획득해 황선우와 함께 한국 수영 사상 최초의 '동반 금메달' 업적도 세웠다.
유럽 매체들은 경쟁이 치열한 자유형 200m보다 자유형 400m 김우민의 금메달 가능성을 더 높게 점치기도 한다.
만나면 늘 올림픽 메달 이야기만 한다는 둘은 2008 베이징 올림픽 자유형 400m 박태환의 금메달 이후 16년 만에 한국 수영에 금메달을 안길 준비를 마쳤다.
김우민은 "지난 3년 동안 성장하며 준비한 것을 올림픽에서 잘 보여줄 자신이 있다"며 개막을 고대하고 있다.
'배드민턴 여제' 안세영 역시 도쿄 올림픽에서 가능성과 아쉬움을 동시에 확인한 뒤, 3년 동안 이를 가는 노력으로 실력을 끌어올려 금메달 후보가 된 케이스다.
안세영은 도쿄 대회 여자 단식 8강에서 중국의 천위페이에게 패배, 첫 올림픽에서 눈물을 흘렸다. 천위페이는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1회전에서도 안세영을 제압했던 천적이었다.
"엄마, 나는 천위페이에게 정말 안 되는 걸까?"라며 눈물을 펑펑 쏟았던 안세영은 이후 천위페이를 잡기 위해 매일 새벽 훈련도 마다하지 않으며 절치부심했다.
그리고 결국 안세영은 '벽'을 넘었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 단식 결승에서 천위페이를 상대로 부상을 안고도 역전승, 트라우마를 끊고 포효했다. 천위페이를 잡은 안세영에게 더는 두려울 게 없었다.
안세영은 '프레올림픽'으로 열린 파리 오픈서 우승하는 등 승승장구, 올림픽 메달을 향해 점점 더 다가가고 있다. 다만 최근에는 부상이 재발, 남은 기간 재활과 컨디션 회복 여부가 활약에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신궁' 계보를 이으려는 여자양궁의 임시현도 주목해야 한다. 임시현은 앞선 3명과 달리 도쿄 올림픽에서는 나서지 못했지만,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통해 새로운 한국 양궁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항저우 대회에서 임시현은 개인전, 여자 단체, 혼성 단체에서 모두 금메달을 따내며 37년 만의 아시안게임 3관왕에 올랐다.
국내 선수 간 경쟁이 워낙 치열한 양궁에선, 영광을 맛봤던 선수가 다음 메이저 대회에선 부진하는 케이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임시현은 멈춤이 없다. 상승세에 자신감까지 더하며 더욱 가파르게 성장 중이다. 올림픽보다 어렵다는 국가대표 선발전을 1위로 통과, 자신의 첫 올림픽 무대에서 '임시현의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임시현은 23일 튀르키예 안탈리아에서 열린 2024현대 양궁 월드컵 3차 대회 여자 리커브 결승전에서 동료들과 함께 우승을 차지, 한 달 뒤 결전에서도 국민들의 밤잠을 설치게 할 준비를 마쳤다.
파리에서 새 역사를 쓰려는 당찬 MZ들은 더 있다.
여자탁구의 신유빈(20)은 도쿄 올림픽 때만 해도 유망주 정도로 평가받았지만 이제는 당당히 한국 여자탁구 최상위 랭커가 됐다.
손목 부상 이후 재활과 수술 등 힘든 시간을 이겨내고 더 성장한 신유빈은 임종훈(27)과 호흡을 맞추는 혼합 복식에서 메달을 노린다. 세계 혼합복식 랭킹 2위에 올라 있는 둘은 결승 이전까지 중국을 만나지 않을 가능성이 커, 메달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 유일 구기종목인 여자 핸드볼의 국가대표팀 라이트백 이혜원(20)은 당차게 '어게인 우생순'을 꿈꾼다.
2022 세계여자청소년핸드볼선수권에서 한국의 우승을 이끌고 대회 베스트7에도 뽑혔던 이혜원은 자신이 태어난 해인 2004 아테네 올림픽에서처럼 다시 한국 핸드볼의 전성기가 올 것이라 믿고 있다.
이혜원은 "프랑스라는 나라 자체가 너무 매력적"이라며 MZ다운 올림픽 참가 소감을 밝히면서도 "나라를 대표할 기회가 주어진 것만으로도 영광이다. 모든 것을 바쳐 최선을 다하겠다"며 활약을 다짐했다.
2007년생 '고교생 사수' 반효진(17)도 주목해야 한다.
도쿄 올림픽이 한창이던 2021년 7월 처음 총을 잡았던 반효진은 3년 만에 자신이 직접 올림픽에 나서는 선수가 됐다.
10m 공기 소총 혼성 종목에 출전하는 반효진은 일정상 한국 선수단의 첫 메달 주인공이 될 수도 있다. 2000 시드니 올림픽의 고교 사수 강초현처럼 깜짝 스타의 탄생도 기대된다.
그는 "경험이 없는 게 단점이지만 오히려 더 부담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뛰는 게 장점"이라며 자신감을 숨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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