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에 금메달 보여주고 싶어요"…독립운동가 후손 유도 허미미 금의환향
세계선수권 57kg급 金…한국 여자 선수로 29년 만에 쾌거
"파리 올림픽에서도 좋은 결과 가져오겠다"
- 원태성 기자
(인천공항=뉴스1) 원태성 기자 = 독립운동가 후손인 유도 국가대표 허미미(22·경북체육회)가 29년 만에 한국 여자 유도의 세계선수권대회 금메달을 차지하고 가장 먼저 떠올린 사람은 할머니였다.
할머니의 부탁으로 지난해 일본 국적을 포기하고 가슴에 태극기를 단 허미미는 이번 대회에서 목에 건 금메달을 하늘에 계시는 할머니에게 보여주고 싶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허미미는 26일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의 무바달라 아레나에서 열린 2024 국제유도연맹(IJF) 세계선수권대회를 마치고 선수단과 함께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허미미는 지난 21일(한국시간) 여자부 57㎏ 이하급 결승에서 크리스타 데구치(캐나다)를 제압하고 정상에 올랐다. 한국 선수가 세계선수권에서 금메달을 딴 건 2018년 대회 남자 73㎏ 이하급 안창림, 남자 100㎏ 이하급 조구함(이상 은퇴) 이후 6년 만이다.
특히 여자 선수가 세계선수권에서 우승한 것은 1995년 여자 61㎏ 이하급 정성숙, 여자 66㎏ 이하급 조민선 이후 무려 29년 만에 쾌거다.
이번 대회에서 값진 우승을 차지한 허미미는 이날 금메달을 손에 들고 환영인파를 향해 환하게 웃어 보였다.
허미미는 "이번 우승이 너무 꿈만 같고 행복하다"며 입을 뗀 후 바로 할머니를 언급했다.
항일 격문을 붙이다 일본 경찰에 체포돼 옥고를 치렀던 독립운동가 허석의 후손인 허미미는 할머니의 바람에 따라 2023년 일본 국적을 포기,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
허미미는 "할머니 생각이 많이 난다"며 "하늘에서 보고 계실 할머니에게 금메달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할머니의 부탁으로 태극마크를 달고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했는데, 이렇게 금메달을 땄다는 사실이 너무 기쁘다"며 환하게 웃어 보였다.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처음으로 정상에 오른 허미미는 2달 앞으로 다가온 파리 올림픽에 대한 각오도 전했다.
허미미는 "오른쪽 어깨가 좋지 않아 치료를 받고 있지만 첫 올림픽인 만큼 열심히 하면 금메달을 딸 수 있을 것"이라며 "올림픽에서도 데구치 선수와 다시 만날 것으로 예상하는데, 이번 승리로 자신감이 생긴 만큼 잘 준비해서 좋은 경기를 펼치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끝으로 "독립운동가 후손으로서 더욱 열심히 준비해서 올림픽에서 좋은 결과를 가져오겠다"고 다짐했다.
kha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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