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숙해진 '소년 궁사' 김제덕…"도쿄가 꿈이었다면, 파리는 현실"[인터뷰]
3년 전 만 17세 나이로 올림픽 2관왕…"얼떨떨한 느낌이었다"
"부담감도 없지 않지만…金 따면 노력의 결과로 생각될 것"
- 권혁준 기자
(예천=뉴스1) 권혁준 기자 = 3년 전 도쿄 올림픽에서 2개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소년 궁사' 김제덕(예천군청)이 한껏 성숙해졌다. 여전히 '만 20세'의 어린 나이지만, 그는 자신의 두 번째 올림픽에서 또 한 번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김제덕은 22일 경북 예천 진호 국제양궁장에서 열린 2024 현대양궁월드컵 2차 대회 남자 리커브 예선전에서 678점을 쏴 전체 13위를 마크했다.
이날 함께 출전한 김우진(청주시청)은 2위, 이우석(코오롱)은 4위에 올랐다. 김제덕은 한국 선수 중에선 가장 낮은 순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경기 후 만난 김제덕은 순위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날 본인의 컨디션과 감각이 좋았기 때문이다.
김제덕은 "지난달 열린 상하이 대회에선 등수에 따라 심적으로 동요됐다. 시즌 첫 국제대회다 보니 걱정도 생각도 많았다"면서 "그런데 오늘은 초반에 조금 등수가 처져 있어도 크게 생각하지 않았다. 자신 있게 쏘다 보니 나중엔 순위도 올라갔다"고 했다.
어느덧 2개월 앞으로 다가온 파리 올림픽. 김제덕은 차분하게 또 한 번의 올림픽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지난 상하이 대회와 이번 대회, 다음 달 튀르키예 대회까지 모두 올림픽으로 가는 과정"이라면서 "한 발, 한 발에 집중하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 올림픽 때 더 좋아진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제덕은 3년 전 올림픽의 '깜짝 스타'였다. 만 17세의 나이로 국가대표 발탁의 '바늘구멍'을 뚫은 것도 놀라웠는데, 올림픽에서 2개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단체전에선 김우진, 오진혁 등 '대선배'들과 함께, 혼성 단체전에선 안산과 함께 금메달을 합작했다. '쩌렁쩌렁'하게 파이팅을 불어넣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김제덕은 당시를 돌아보며 "꿈만 같은 순간이었다"고 했다. 그는 "돌이켜보면 많은 준비도 없이 대회에 나갔는데, 어영부영하다가 금메달을 딴 느낌이었다"면서 "올림픽 이후 국제대회도 많이 경험했기 때문에, 이번 대회는 그때보다는 많은 것을 알고 나가는 느낌"이라고 했다.
이어 "한편으로는 알고 나가니 오히려 생각이 많아져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는 걱정도 있었다"면서 "그래도 모르는 것보다는 아는 게 낫다고 결론 내렸다. 자신감은 3년 전보다 더 크다"고 덧붙였다.
그런 의미에서 김제덕에게 파리 올림픽은 '현실'이다. 그는 "이번에는 올림픽에서 잘하고 싶은 마음도 크고, 준비도 체계적으로 열심히 했다"면서 "그 결과가 꼭 좋을 것이란 보장은 없겠지만, 그래도 잘 됐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종 목표인 금메달을 딴다면, 이번만큼은 '노력한 결과가 돌아왔다'는 생각이 들 것 같다"며 미소 지었다.
구체적인 목표는 단체전 금메달이다. 김제덕 개인으로는 2회 연속 금메달, 한국 남자 대표팀에겐 2016 리우 대회부터 3연패를 노린다.
김제덕은 "우선은 다 함께하는 단체전 금메달이 최우선이고, 그다음은 도쿄 올림픽 때 따지 못했던 개인전 금메달에 도전하고 싶다"고 했다.
이번 대회에서도 김제덕의 우렁찬 '화이팅' 기합은 기대할 수 있다. 다만 김제덕은 "기합을 너무 세게 하면, 힘이 빠질까 봐 걱정"이라며 "상황에 맞춰 적당하게 하겠다. 그래도 우리 선수들이 기죽지 않고 쏠 수 있을 정도는 할 것"이라며 웃었다.
starburyn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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